한진 택배기사(사진=연합뉴스)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방지를 위한 택배사들의 지원책이 연달아 쏟아지고 있다.
한진택배는 업계 최초로 다음달 1일부터 밤 10시까지 심야 배송을 전면 중단한다고 26일 밝혔다.
미배송 물량은 다음날 배송하며 화요일과 수요일에 집중되는 물량을 주중 다른 날로 분산해 특정일에 업무 강도가 쏠리지 않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특히 설날과 추석 등 물량이 급증하는 시기에는 필요차량과 인원을 증원한다.
이와 함께 택배기사의 업무를 줄여줄 수 있는 분류지원인력도 다음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한다.
한진은 다음 달부터 전국 사업장과 대리점에 분류 작업을 위한 지원 인력 1천명을 단계적으로 투입하며 비용은 전액 회사 측이 부담한다.
택배 터미널의 자동화 수준을 높이기 위해 500억원을 투자해 내년 일부 작업장에 자동 분류기를 추가 도입한다. 한진 관계자는 "아침 분류작업에 드는 시간이 1시간 이상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진은 전국 모든 대리점을 대상으로 택배기사의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 현황을 조사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택배기사 전원이 산재보험에 가입하도록 할 방침이다. 매년 심혈관계 질환 검사를 포함한 건강 검진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한진 관계자는 "사망한 택배기사의 유족들과 이른 시일 내에 적절한 보상 절차도 조속히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12일 한진택배 동대문지사 신정릉대리점에서 근무하던 김모(36)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한진은 20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개선책 마련을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분류지원인력 1천여명을 투입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전문 컨설팅 기관과 택배대리점 협의를 통해 택배기사가 하루에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하여 적용하는 물량 조절제를 시행하여 택배기사들의 업무 부담 및 피로도를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또 택배기사들의 근무시간을 고려, 건강검진버스를 활용하여 연 1회 건강검진을 지원하며 산업재해 예방 관련 조치로 내년부터 대리점 계약 시 소속 택배기사들에 대한 산재보험 100% 가입을 계약조건에 반영시킨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상하차 지원금을 단계적으로 전 집배센터에 지원하고, 고객서비스 개선을 위해 제도화 되어 있던 페널티 부과제도를 폐지하고 우수 택배기사에 대한 포상 확대로 전환하여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 22일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이 분류인력 4천여명을 투입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대책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앞다퉈 쏟아지는 지원책에 대해 노동계는 심야배송 중지에는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한진의 심야배송 중단은 주 90시간을 일하는 택배기사들의 노동강도를 감안하면 미흡하지만 강일배송 강요 중지는 진일보한 것"이라고 호평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롯데의 분류인력 1천명 투입한다는 내용에는 "비용을 누가 부담할 지 구체적 언급이 없다"며 "롯데의 발표문에 대해 자신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열어놓고 일단 '소나기만 피하자'는 의도가 읽히는 최악의 발표문"이라고 규정했다.
대책위는 업계 최초로 분류 인력 투입을 발표한 CJ대한통운의 경우 "분류인력 투입비용을 택배사는 50%만 부담할테니 나머지 50% 대리점과 기사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선 지사를 통해 대리점과 기사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해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택배사의 발표문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 세밀히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택배사와 대책위,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민고나공동위원회 구성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