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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감사결과는 '봉합'…탈원전 논란 2라운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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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8년까지 노후원전 14기 폐쇄 예정…폐쇄 때마다 갈등 불가피

월성1호기 전경(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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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1년 넘게 끌다 내놓은 월성 1호기 감사 결과는 '봉합'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결론 내리면서도, "가동중단 결정은 경제성 외에 안전성, 지역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정책 결정 자체에 관해 판단은 하지 않았다.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2라운드로 접어들게 됐다. 정부는 앞으로 노후원전 14기의 설계 수명이 끝날 때마다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폐쇄할 방침인데, 그때마다 타당성을 놓고 월성1호기 때보다 더 큰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감사원 감사 결과와 별개로 탈원전 정책을 궤도 수정 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물론 탈원전 정책도 흠집이 나게 됐다.

◇탈원전 정책 궤도 수정 없이 추진

정부는 2017년 10월 2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45회 국무회의에서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심의, 의결했다.

당시 월성1호기는 조기 폐쇄하기로 하고, 신규 원전 6기(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건설 계획은 백지화했다. 아울러 노후 원전 14기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현재 24기인 국내 원전을 2038년까지 14기로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가동이 중지된 월성1호기(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원전 밀집 국가여서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원전 밀집도는 일본의 배가 넘는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 인구는 17만 명인데 비해 고리 원전 주변 인구는 380만 명이나 된다. 비록 원전사고 확률이 매우 낮기는 하지만, 요행을 바라면서 새로운 원전을 계속 짓고 운영할 수 없다는 논리다.

원전을 계속 운영하려면 사용후핵연료를 관리·보관해야 할 '고준위 방폐장'이 필요한데, 이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도 들었다. 지금은 가동 중인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저장 중이지만, 임시 저장소마저 빠른 속도로 포화해 향후 방폐장 설립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가동 중단된 월성 1호기를 제외하고, 총 24기(24GW)의 원전이 운영 중이다. 새로 건설 중인 원전은 4기다. 신한울 1, 2호기는 공사 마무리 단계로, 인허가를 앞뒀다. 공론화를 거쳐 건설이 재개된 신고리 5, 6호기는 2024년 6월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설계 수명이 2023년, 2024년, 2025년에 각각 끝나는 고리 2·3·4호기를 비롯해 한빛 1·2호기(2025년, 2026년) 등 노후 원전 14기는 설계 수명이 끝나는 대로 폐쇄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2038년까지 국내에는 14기의 원전만 남게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경제성과 안전성,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것"이라며 "감사원 감사 결과와 별개로 에너지 전환 정책은 기존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원전 14기 폐쇄 때마다 갈등 재발할 듯

탈원전 정책은 앞으로도 거센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원전이 설계수명이 다할 때마다 계속 운전이 가능한지 경제성 등을 재평가하라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결론 내려진 점도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직원들이 감사원이 제출한 월성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점검에 관한 감사결과보고서(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선 이미 백지화된 신규 원전 6기에 대해서도 문제 삼는 분위기다. 한수원은 신규 원전 백지화로 인한 손실액을 신한울 3·4호기 7790억 원, 천지 1·2호기 979억 원, 대진 1·2호기 34억 원으로 계산했다. 이는 소송이 발생했을 때 배상금액과 매입부지 매각 때 손실 비용 등을 제외한 금액이다.

한수원은 정부에 손실 보전을 청구할 계획이며, 정부는 국민이 매달 내는 전기요금에서 3.7%를 떼어내 적립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해 손실 비용을 보전해줄 방침이다.

원자력업계에선 경북 울진에 들어설 예정이던 신한울 3·4호기 건설부터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한울 3·4호기는 천지·대진 원전과 달리 2015년 건설이 확정돼 사업이 상당 부분 진척됐기 때문이다.

한수원 이사회는 정부의 백지화 결정에도 2018년 6월 이사회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취소하지 않고 '보류' 시켰다. 건설을 취소하면 한수원이 두산중공업 등에 수천억원대 손실을 배상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한수원이 산업부로부터 인가받은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 기간은 내년 2월까지다. 이 기간 내 공사를 재개하지 않으면 신한울 3·4호기는 저절로 취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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