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들기]BTS 병역 특례되려면? 불공정·역차별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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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BTS였지만 점차 공정성·형평성 논의로 확장
사회심리학자 "특례 확대는 공정사회 흐름 역행…한다면 국민 납득시켜야"
병역법 전문 변호사 "대중문화예술 내외부 형평성 문제…대안책이 최선"

그룹 방탄소년단(BTS).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하 BTS) 병역 특례 논의가 재점화되면서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입영연기'까지는 "전향적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면제' 수준의 특례에는 말을 아꼈다. 이로써 정치권에서 쏘아올린 BTS 병역 특례 논의가 대중문화예술인 전체 대상으로 법제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아직 논의가 시작 단계인만큼 풀어가야 할 과제는 산더미 같다. 무엇보다 대대로 병역 문제에 민감한 국민 정서가 현 시점에 '특례 확대'를 수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최고위원의 BTS 군 면제 주장만 봐도 '공정'과 '형평' 논란으로 그 불씨가 옮겨 붙었다. 당 지도부 일원인 노 최고위원은 스포츠, 순수예술 등 타 분야 병역특례 대상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근거로 '입영연기'를 넘어 군 면제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갈수록 여론의 갑론을박이 거세지자 이낙연 대표가 '함구령'을 내렸다. "국민이 보기에 편치 못하고 본인(BTS)도 원하는 일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분명 BTS의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한국 최초 1위 성적은 우리 대중문화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기록이다. 이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 경우, 미국 그래미 어워드 수상으로 또 한 번 신기록을 세울 가능성도 있다. 실제 그래미 수상은 BTS의 다음 목표이기도 하다. 시작은 한국이었지만 이들의 전세계적인 영향력은 현재 그 어떤 가수들보다 막강하다.

그렇다면 BTS, 혹은 BTS에 버금가는 미래의 대중문화예술인은 이런 기록을 경제효과 수치와 한류전파·국위선양 업적으로 환산해 병역 특례 대상자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풀리지 않은 몇 가지 쟁점이 남아 있다. CBS노컷뉴스는 관련 전문가들에게 BTS 병역 특례가 촉발한 공정성·형평성의 본질적 문제를 해부하고 그 대안을 들어봤다.

BTS는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국내 최초 1위의 대기록을 썼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 '빌보드' '그래미' 美 로컬 성적이 기준?

'면제'까지 포함하는 병역 특례 논의는 BTS가 '빌보드 핫100 1위' 성적을 세운 직후에 제기됐다. 풀이하면, 빌보드 핫100 1위를 한 BTS가 가진 조단위 경제효과·한류전파·국위선양의 기여도가 '국방의 의무'와 충분히 치환할 정도라고 본 것이다.

문제는 과연 현 시점에서 '빌보드 차트 성적'이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와 등가교환 될 수 있느냐다. 빌보드가 전세계적 공신력을 가진 대중음악 차트임은 분명하지만 병역 특례 기준 여부에 있어서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이 뒤따른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아카데미)을 '로컬'로 칭했던 봉준호 감독처럼 빌보드 차트는 영미권 팝음악 위주의 상업 로컬 차트로 볼 수 있고, 아카데미에 비견되는 그래미 역시 로컬 시상식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런 관점이라면, 미국 로컬 성적에 따라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의무가 좌지우지되는 결과를 낳는다.

더욱이 빌보드 차트는 올림픽처럼 국가대표 지위를 가진 이들의 경쟁 무대도, 콩쿨 등 대회처럼 엄격한 심사로 최종 우승자를 가려내는 방식도 아니다. 대중 혹은 팬덤에 따른 소비량이 순위를 결정하고, 지속적 변동성을 가진다.

일본 오리콘 차트의 전례만 봐도 시대에 따른 상대적 가치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국내 가수가 오리콘 위클리 차트 1위에 오르면 언론에 대서특필됐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한류의 전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차트 진입이 수월해지면서 성적의 가치 또한 낮아진 것이다. 실제 BTS 이후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는 국내 아이돌 그룹들은 점점 늘고 있다.

조단위 경제효과라는 미래가치는 사실상 기준 삼기 애매모호하다. 그렇다면 BTS 병역 특례의 실질적 기준은 이미 달성한 성적 수치인데 타 분야보다 빌보드, 그래미 등의 절대성이 떨어져 오히려 '공정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BTS를 배제하더라도 병역 특례 확대 논의 자체를 시대가 추구하는 '공정성'에 역행한다고 보는 시선도 상당하다.

최창호 사회심리학 박사는 8일 CBS노컷뉴스에 "젊은층은 공정성 훼손을 이유로 병역 특례를 축소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데 지금 논의 자체가 이를 거슬러 가는 지점이 있다. 이제 애국주의를 앞세운 국위선양도 사익 추구에 따른 결과물로 보는 경향이 강해지는 추세"라면서 "경제효과와 군대 인력 부족 등이 찬반측의 주된 근거로 거론된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병역 특례 기준이 국민이 납득 가능한 형평성과 공정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심리학 중 '공정한 세상에 대한 믿음'이라는 용어가 있다. 힘들고 어렵고 부당해도 결과적으로 평균값으로 유지되는 세상에 대한 믿음"이라며 "그런데 모호한 병역 특례 기준으로 이 평균값이 흔들리고, 병역 특례를 통한 경제적 사회기여를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면 '힘 있는 자가 특혜까지 누린다'는 식의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후폭풍만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0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이 열리는 상하이 푸동 축구경기장. (사진=라이엇게임즈 제공)

 

◇ 트로트 가수·프로게이머는? '역차별' 딜레마

BTS 개별 그룹의 문제를 떠나서 병역 특례에 해당하는 대중문화예술인의 범위 설정부터가 난관이다. 일단 BTS가 병역 특례를 받도록 섣불리 법을 개정했다가 명확한 범위와 세부 기준이 엉망이면 그 때부터 형평성 논쟁은 피할 수 없다.

박하영 병역법 전문 변호사는 8일 CBS노컷뉴스에 "이 논의는 BTS를 넘어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 특례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10대~20대 남자 선수들이 많은 e스포츠도 병역 특례 포함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대중문화예술계 내부도 마찬가지다. BTS는 빌보드 차트라도 있지만 그런 차트가 존재하지 않는 트로트 가수는 어떨까. 배우, 희극인, 모델까지 결국 각 이해 당사자들끼리 치열한 형평성 논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이제 첫 발을 뗐으니 특례의 가장 상위 단계인 '면제'보다는 다양한 대안들을 생각하는 게 우선이다. 물론 그러려면 지금까지 소외됐던 각 분야 및 대중문화예술인 세부 직업군까지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게 병역 특례 범위와 기준이 설정돼야 한다. 이런 논의 없이는 분단 현실 속에서 병역 의무의 가치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박 변호사는 "병역 문제는 형평성과 공정성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 막 공론화가 됐으니 아직은 대중문화예술인 대상 특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병역 기피의 상징적 인물인 유승준 문제도 다시 대두되는 시점이라 BTS에겐 악재"라며 "그렇다면 '면제' 외에 '입영연기'나 일탈행위로 사라진 연예병사 제도를 보완해 대외활동이 가능하도록 부활시킬 수도 있다. 너무 BTS와 '면제'에만 갇혀 논의할 게 아니라 대안이 되는 관점에서 접근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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