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살 후 불까지…북한군은 왜 그렇게 잔혹하게 살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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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군인의 방독면·방호복이 이번 사건의 열쇠
코로나19 유입체로 인식한 듯
탈북민 개성 재입북 사건도 잔혹 대응에 영향
北 만행은 상부 지시, 김정은 보고 여부는 미확인
'박왕자 피격사건' 이후 두 번째 민간인 피격사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상의 반북감정 고조 불가피

서해 지키는 해군 고속정(사진=연합뉴스)

 

21일 오전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A씨가 발견된 것은 그 다음 날인 22일 오후 3시 30분 북한 해상인 등산곶 수역이었다. 북한의 수산사업소 선박이 구명조끼를 입고 작은 부유물에 올라타 있는 이 실종자에게 접근하는 상황이 포착된 것이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바로 방독면이다. 수산사업소 선박의 북측 인원이 방독면을 쓴 채 탈진한 실종자에게 접근해 월북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5시간 뒤인 밤 9시 40분쯤 결국 북한 해군 소속 단속정이 실종자에게 사격을 가했고, 이어 30분 뒤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한 북한 군인이 바다 위의 시신에 다가가 기름을 붓고 불태우는 정황이 포착됐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월북 의사까지 확인한 민간인을 5시간이나 지나 피격·살해했다는 것은 이 사이에 북한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이다.

방독면과 방호복을 입은 북한 군인이 시신을 불태웠다는 점에서 상부의 지시는 바로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북한 자체 규정의 시행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코로나 19 차단을 위해 8개월 째 국경을 봉쇄 중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월경자들을 사살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특수부대를 국경지대에 배치하기도 했다.

평양에서도 코로나19 위생방역사업을 강화해나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부터는 대북전단 등을 통한 코로나 유입을 의식한 듯 "해상에서 밀려들어오거나 공중에서 날아오는 물체 등을 발견하는 경우 소각 처리하는 규율과 질서를 엄격히 세우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결국 남북접경도 국경으로 인식한 북한이 월북 의사까지 밝힌 우리 국민을 사람이 아니라 코로나19의 유입체로 보고, 피격 살해와 신체 훼손을 저지른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잔혹한 대응에는 지난 7월 발생한 탈북민의 개성시 재입북 사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사건 이후 7월 26일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악성 바이러스가 유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 위험한 사태가 발생한데 대하여 지적하고, 관련 보고가 있은 직후인 24일 오후 중으로 개성시를 완전 봉쇄하고 구역별, 지역별로 격페시키는 선제적인 대책을 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스크 쓴 북한 인민군(사진=연합뉴스)

 

당시 노동신문은 이 회의에서 "월남도주사건이 발생한 해당 지역 전연부대의 허술한 전선경계근무실태를 엄중히 지적하고 당 중앙 군사위원회가 사건발생에 책임이 있는 부대에 대한 집중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엄중한 처벌을 적용하며 해당한 대책을 강구할 데 대하여 토의하였다"고 전했다.

탈북민 재입북을 막지 못한 '허술한 전선경계 근무'와 이에 대한 당 중앙군사위의 엄중 처벌은 다른 국경 부대의 코로나19 대응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잔혹한 대응 지시를 결정한 북한의 상부가 어디까지 올라가는지는 알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까지 보고가 된 사안인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우리 군 관계자는 '해군 계통의 상부지시'로 파악한 바 있다. 이런 설명이 맞다면, 경계 실패와 엄중 처벌을 우려한 북한 군단 차원의 강경 대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는 24일 NSC 서주석 사무처장의 입장문을 통해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며, 특히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이런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08년 '박왕자 피격 사건'이후 12년 만에 발생한 북한군의 민간인 피격사건이다. 민간인 살해와 신체훼손이라는 반인륜적 범죄라는 점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상으로 우리 국민들의 반북감정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 북한 최고 지도부의 사과가 없는 한 남북관계는 동력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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