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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불법촬영물'은 여전히 집유?…새 양형기준 곳곳 '맹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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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불법촬영 처벌도 실효성 담보 필요
자살 등 피해 시 가중처벌 조항…역효과 우려
"피해확산 방지 '노력' 아닌 '결과'가 감경사유 돼야"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와 관련해 강력한 양형기준안을 내놓은 가운데 일반 불법촬영 범죄의 양형기준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 경우와 성인인 경우의 법정형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일반 불법촬영 영역에선 여전히 집행유예를 쉽게 하는 독소요건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또 피해자의 자살 등 피해 결과에 따른 가중처벌이나 피해확산방지 조건부 감경 등 신설된 양형인자들이 원래 의도와는 다른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양형위가 지난 14일 의결한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안'은 총 5개 유형의 범죄에 대한 새 양형기준을 담고 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카메라등이용촬영(성폭력처벌법 제14조) △허위영상물 등의 반포(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통신매체이용음란(성폭력처벌법 제13조) 범죄가 그 대상이다.

당초 지난해 제7기 양형위 출범 당시 디지털성폭력 양형기준안의 대상은 △카메라등이용촬영과 △통신매체이용음란으로 소위 '몰카'라고 불렸던 성폭력처벌법상의 불법촬영 문제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n번방·박사방 등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포함된 성착취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청소년성보호법상 범죄도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 설정 범위에 포함됐다.

여기에 올 상반기 법개정으로 '딥페이크'(합성 등 허위영상물) 범죄와 불법촬영물을 이용한 협박·강요죄 처벌 조항이 성폭력처벌법에 신설돼 해당 죄목에 대한 양형기준까지 담게 된 상황이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처럼 검토 대상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의 심각성이 크게 주목받으면서 이번 양형기준안에서도 가장 강력한 기준들이 세워지게 됐다. 새로 제시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범죄의 기본 형량범위는 5~9년으로, 법정형이 같은 특수공무방해치사(5~8년)나 현주건조물방화(4~7년), 강간등상해·치상(4~7년)보다 상·하단이 높은 수준이다. (이들 범죄의 법정형은 모두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같다.)

반면 통상 성인 여성들이 피해대상이 되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기본형량 범위는 8개월~2년으로 설정됐다. 법정형이 같은 허위공문서작성 등 다른 범죄의 기본형량 범위와 동일하게 설정됐다는 점에서 큰 문제로 보긴 어렵지만, 이번 디지털성폭력 양형기준 제정의 취지를 고려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는 목소리가 있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는 법정형이 비슷한 다른 범죄들에 비해 양형기준을 높게 설정하면서 이 범죄의 심각성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며 "특히 불법촬영은 올해 5월 법정형이 기존 징역 5년 이하에서 7년 이하로 상향됐기 때문에 이러한 개정취지가 양형기준에도 더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리셋(ReSET) 역시 이번 양형기준과 관련해 올린 SNS 글에서 "(불법촬영죄에서) 시민들이 측정한 형량범위는 평균 최소 6년이었다"며 "(법정형과 비교해도) 소극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형량범위 뿐 아니라 양형인자나 집행유예 기준에서도 이러한 온도차가 포착된다. 이번 양형기준에서는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의 경우 양형 구간을 설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특별감경인자를 대폭 줄인 것이 특징이다. 타인의 강압이나 위협으로 범행에 가담하는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량 감경이나 집행유예가 매우 어렵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나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서는 여기에 '촬영물의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없거나 이에 준하는 경우'라는 특별감경인자가 더해졌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경우에도 '실제 피해가 경미한 경우'가 특별감경인자로 포함됐다. 이들 죄목의 집행유예 주요 참작사유에도 이러한 내용이 적시돼 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의 양형기준에선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문제의 양형인자들은 피해자가 그 범죄행위로 인해 얼마나 분노와 불쾌감, 폭력적 경험을 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영상물의 내용이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인지, 어떤 신체부위인지 등을 판사가 재량으로 판단하게끔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털성범죄 영역에 대한 처벌이 전반적으로 강화되는 가운데 아동·청소년 피해 범죄는 특화해 다루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아동·청소년 사례만 중점적으로 처벌을 강화하고 성인 여성 피해 범죄는 부차적으로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이와 관련해 양형위가 새롭게 제시한 가중·감경 양형인자에 대한 재고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형위는 피고인이 유포된 성착취물 등을 없애는데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피해확산방지를 위한 조치를 할 경우 특별감경인자로 고려하도록 했다. 반면 피해자가 자살하거나 이를 시도하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하면 특별가중인자로 가중처벌하도록 제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미 유포된 불법촬영물을 일부 회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대폭 감형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단순히 피고인이 비용을 들이는 등의 요식적 행위가 아니라 실제 피해회복의 결과를 두고 따질 수 있도록 양형기준이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양형기준에서 자살·자살시도 등이 언급된 것은 피해자가 가장 극단적인 피해를 겪어야 온전한 가해자 처벌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형위 관계자는 "양형위는 기본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고 양형인자 등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개별 재판부에 맡겨져 있다"며 "이번 양형기준은 처음으로 설정되는 것인 만큼 향후 여러 공방을 거치며 더 다듬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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