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라임의 '전주(錢主)'로 불린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16일 정치자금법 위반과 배임수재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위원장의 1차 공판을 열었다.
이씨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에서 '미키루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지난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민주당 부산 사하을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8년 7월 중순 김 전 회장에게 총선 준비, 선거 사무소 마련 등을 위해 돈이 필요하니 빌려달라고 요구해, 정치자금법이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총 3천만원을 송금받았다.
또 이씨는 전문건설공제조합의 감사임에도 임무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자신의 동생이 이득을 취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이씨는 2018년 9월 자신이 감사로 재직하던 조합이 김 전 회장이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는 데 투자해주는 대가로 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여객 직원의 명절 선물 명목으로 자신의 동생 회사에서 판매하는 1800여만원 상당의 양말을 매입하도록 해, 동생 계좌로 5600만원 상당을 송금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자신의 동생이 인터불스(현 스타모빌리티) 주식을 매수했다가 손실을 입자, 2018년 10월 김 전 회장에게 "주식 투자 손해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도 있다.
김 전 회장은 이씨 동생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이씨 동생 명의의 주식을 추가 매수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이씨 동생이 주가 하락에 따른 반대매매 예정 사실 등을 통보받고 이씨에게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하자, 김 전 회장은 이씨 동생에게 이자 및 반대매매를 막기 위한 추가 담보금 명목으로 총 5636만원을 9차례에 걸쳐 송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 측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이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의 동생이 김 전 회장의 추천으로 주식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봐서 회사 경영 사정이 어려워지자 (김 전 회장이) 미안한 마음에 회사 운영자금 3천만원을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임수재 혐의를 두고는 "김 전 회장에게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며 "김 전 회장이 CB 인수권을 검토해달라고 말해 담당 팀장을 불러 소개시켜줬을 뿐, 인수권을 검토한 후 정중히 거절했다"고 반박했다.
김 전 회장이 이씨 동생 회사에서 양말을 대량 매입한 것을 두고는 "김 전 회장이 수원여객을 인수했다는 말이 들려서 추석 명절 선물로 동생 회사의 제품을 써달라고 친분으로 부탁한 것이지, 청탁의 대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동생의 계좌로 입금된 5600여만원은 피고인의 동생이 김 전 회장이 추천해준 주식이 폭락해 크게 손해를 보자 김 전 회장이 직접 계좌를 관리해주는 과정에서 주식의 반대매매를 막기 위해 증거금을 입금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김 전 회장이 인터불스의 주식을 관리하기 위해 최소 5개 이상의 차명계좌를 관리했다"며 "사실관계를 다투겠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달라며 재판부에 이씨의 보석을 신청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6일에 열린다. 김봉현 전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