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軍) 특혜‧청탁 의혹과 관련해 여권에서 '정서적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취지의 목소리가 나오는 데에는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방부가 나서 추 장관 아들 서모씨의 병가가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내놓은 점도 여권 대응논리의 주요 근거로 작용하는 모양새지만, 불법 여부를 가를 핵심 대목들은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법조계에선 "사안의 명확한 규명을 위해선 무엇보다 흔들리지 않고 수사하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방부 "문제없다"고 했지만…법조계 '자의적 해석' 지적도이번 사건의 핵심 물음표는 서씨가 두 차례 연장한 휴가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는가다. 서씨는 지난 2017년 6월5일부터 14일까지 1차 병가를 낸 뒤, 23일까지 병가를 연장했으며, 이어 개인휴가를 얻어 27일 부대로 복귀했다. 연장 절차는 부대 중간 복귀 없이 전화나 이메일 등을 통해 이뤄졌다. 만약 이 과정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면 서씨는 제 때 직무에 복귀하지 않은 군무이탈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국방부는 병가 연장 과정에서 규정상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최근 내놨다. 군 훈령상 병가 연장을 위해 필요한 요양 심의 과정이 생략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관련 훈령에는 '소속부대의 장은 영내 현역병 등이 청원휴가를 요청하는 경우 진단서의 내용을 고려해 10일의 범위 내에서 허가를 하되, 제 3조 각호에 해당하는 경우 추가로 20일 범위 내에서 허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추가 허가의 경우로 언급된 제 3조엔 '민간요양 기간'은 10일 이내로 하되, 치료 기간이 더 필요한 환자의 경우 '심의를 거쳐' 요양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이와 관련 국방부는 요양심의는 민간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입원 기간을 연장하려 할 때 받는 것인데, 서씨는 병가 연장 당시 입원하지 않았으므로 심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그러나 요양을 곧 '입원'으로 본 국방부의 입장은 훈령 맥락상 부자연스러울뿐더러, 이 입장을 그대로 따르더라도 입원 환자의 병가 연장마저 심의하게 돼 있다면, 입원하지 않았던 서씨에 대해선 더 철저하게 따져야 논리가 맞지 않느냐는 반론이 제기됐다. 같은 맥락에서 한 변호사는 "국방부의 입장은 훈령에 대한 해석으로 보인다. 사실 여부는 검찰이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서씨의 휴가 후반부 '개인 휴가 연장'에 대해서는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서씨가 24일부터 27일까지 쓴 개인 휴가의 승인 기록 격인 행정명령은 휴가 시작 다음날인 25일에 발부됐다는 의혹이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면담 기록을 보면 병가 종료 전 연가 사용이 승인됐지만, 인사명령이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고만 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기록상 '휴가 사후 승인'이 이뤄졌다면 서씨에게 군무이탈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과, 승인은 휴가 전에 이뤄졌지만 관련 기록이 사후에 처리된 것이라면 죄를 묻기 어렵다는 시각이 혼재한다.
◇"청탁 있었다" 증언 다수…김영란법 처벌 가능성도 '지속 거론'서씨의 군 휴가 특혜 의혹은 어머니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의 청탁 의혹과도 맞물려 있다. 논란의 병가 연장 과정에선 '서씨의 부모'가 국방부에 민원을 넣었다는 내용의 군 내부 문건이 공개되기도 했고, 추 장관의 당시 보좌관이 관련 부대 대위에게 휴가 관련 문의를 했다는 취지의 증언도 나왔다.
휴가 뿐 아니라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과정에선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방부 장관실에 파견된 정책보좌관이 서씨 선발을 부탁했다가 군 고위급 인사에게 '거절'을 당했다는 내용의 증언을 비롯해 자대배치 과정에서도 서씨 관련 청탁이 있었다는 군 관계자 진술이 공개됐다.
(그래픽=연합뉴스)
서씨를 둘러싼 각종 청탁 의혹과 관련해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적용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해당법 제 2장 5조를 보면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부정청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부정청탁 행위에는 '병역 관련 업무에 관해 법령을 위반해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결국 핵심 법적 쟁점으론 추 장관 부부가 국방부에 넣었다는 민원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이뤄진 것인지, 그 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이 밖에 군 관계자들이 받았다는 인사 관련 청탁의 실체와 이에 대한 추 장관 관여 여부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자대배치와 통역병 선발은 청탁이 이뤄졌다고 해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뭐가 문제냐는 옹호론도 나오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다르다. 한 현직 검사는 "부정한 청탁은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될 수 있다"고 했다.
추 장관은 14일 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부부 민원 문건'과 관련해선 "제가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남편이 전화한 것이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는 "남편에게 물어볼 형편이 못된다"고 했고,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제가 알지 못한다"며 "전화를 걸도록 시킨 일이 없다"고 밝혔다. 자신과의 연관성에 대해 철저히 선을 그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