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멀쩡한데 왜…" 청년 선별지원에 번지는 세대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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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차 재난지원금 관련 미취업 청년에 월50만원 지원 가닥
'피해 계층 집중 지원' 의도에도 "왜 사지 멀쩡한 청년층에…" 반발 목소리
코로나19로 청년 일자리 벼랑 끝…불확실성 가중에 우울증·무기력증↑
"코로나19로 '단절' 겪고 있는 청년들…선별지원 당위성 있어"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한 취업준비생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2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미취업 청년에게 월50만원을 지원하기로 가닥을 잡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30~40대 사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통신비 지원 대상에서도 중·장년층이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반발 여론이 확산됐다.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원이 세대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정부는 긴급 대책으로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며 "피해가 가장 큰 업종과 직종에 집중해 최대한 두텁게 지원하는 '피해 맞춤형' 재난지원 성격의 추경"이라고 밝혔다.

4차 추경안에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미취업 청년에게 월5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다만 정부는 월 50만원을 몇 개월간 지급할지, 구직 의지가 있는 대상 청년을 어떻게 선별할지 등 세부 기준을 다듬기로 했다.

정부는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활동이 늘어난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만 원의 지원금을 일회성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애초 청소년, 청년층, 노인층 등이 지원 대상으로 거론됐으나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13세 이상 전국민 지급으로 선회했다.

이외에도 4차 추경안에는 코로나19 재확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저소득층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8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피해 계층 집중 지원' 의도에도 "왜 사지 멀쩡한 청년층에…" 반발 목소리

상대적으로 경제활동 비율이 낮은 계층에 집중 지원하겠다는 의도이지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30~40대 사이에선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아이들이나 노년층 지원은 이해하지만 사지 멀쩡한 청년층에게 50만 원이라니. 정부·여당이 20~30대 표심을 잡으려고 별 짓을 다 한다", "2차 재난지원금을 주려면 다 줘야 한다. 40대는 청년수당도, 아동수당도 받은 적이 없다. 왜 매번 40대만 혜택에서 제외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청년층을 깎아내리는 등 세대갈등으로 번지는 모습도 보였다.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미취업 청년들을 지원하는 건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 돈으로 놀러가고 술 마시는 청춘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거나 "요즘 20~30대 청년들은 구직에 목매지 않는다. 정부가 일 안해도 먹고 사는 데 지장 없도록 길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등 청년층에 적대적인 반응도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청년 일자리 벼랑 끝…불확실성 가중에 우울증·무기력증↑

하지만 이러한 반응은 청년층이 직면한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청년 일자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 기업(120곳)의 절반(50.0%)은 신규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반기에 신규 채용을 아예 하지 않는다고 답한 기업은 24.2%였다. 지난 2월 실시한 상반기 신규채용 조사에서 채용계획 미수립 기업이 32.5%, 신규채용 '0'인 기업이 8.8%였음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시장은 상반기보다 더 악화할 것이라는 게 한경연의 분석이다.

청년들이 체감하는 취업 시장도 다르지 않다. 통계청이 지난 9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의 경우 공식 실업률은 7.7%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올랐지만, 체감실업률은 3.1%포인트 급등한 24.9%에 달했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8월 기준 역대 최고치로, 취약한 고용시장 상황을 반영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심리·정서 케어가 필요한 2030 청년들에게 1:1 심층 상담을 지원하는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1차 모집을 거쳐 진행된 이 사업은 당초 선정 목표 인원(700명)보다 2배 이상의 신청자가 몰려 총 1500명의 청년 상담을 진행했다. 지난달 2차 모집에서도 신청자가 대거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단절' 겪고 있는 청년들…선별지원 당위성 있어"

청년유니온 김영민 사무처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노동시장에 진입한 사람과 진입하지 못한 사람 간의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할 청년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단절을 겪고 있다. 이들을 위해 지원하는 것은 충분히 당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년층 선별 지원과 관련한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근로능력의 유무는 평시에 따질 수 있는 기준이다. 코로나 시대에선 근로능력의 유무가 아닌 노동시장에서의 지위에 따라 불평등의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며 "일할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청년층 지원이 필요 없다는 주장은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청년수당이나 실업급여 지급에 있어서도 '청년층에 지원해주면 나태해진다'는 주장은 늘 있어왔다. (청년층 선별 지원에 따른 세대갈등적인 반응은) 코로나 사태로 기존에 있던 문제들이 부각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정책은 '어떻게 해야 시민들이 더 열심히 일할지'를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거나 더 힘든 상황에 내몰린 이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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