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새 당명 '국민의힘'이 일본 극우세력의 슬로건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2일 전국위원회를 통해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변경했다.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을 함축한 것이란 게 당의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띄어쓰기가 없다. 외국어 표기는 영어로는 'People Power Party(피플 파워 파티)', 중국어로는 '国民力量(궈어민리이량)', 일본어로는 '国民の力(고쿠민노 치카라)'다.
하지만 새 당명이 공개되자 표절 논란이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생활정치 네트워크 '국민의 힘'은 나와 많은 회원들이 2003년에 발족한 시민단체 이름"이라며 "17년 전 결성했던 시민단체 '국민의 힘'이 미래통합당의 새 당명으로 거론되는 것에 심히 유감이고 불쾌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일본 극우 세력의 슬로건으로 사용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본회의 공식홈페이지에 실린 5주년&10주년 대회 현장 사진(사진=일본회의 공식홈페이지 캡처)
경희대 법무대학원 강효백 교수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래통합당의 새 당명은 일본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일본극우총본 '일본회의'의 창립 5주년과 10주년 기념식에 쓰인 슬로건(國民の力·국민의힘)과 같다는 설명이다.
일본회의는 일본내 최대 보수 우파 조직으로 불리는 단체로 1997년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와 '일본을 지키는 모임'의 통합으로 설립됐다. 일본 전역의 47개 광역단체(都道府縣)에 한 곳도 빠지지 않고 지역본부가 설치돼 있을 만큼 막강한 조직력을 자랑한다. 회원 수는 약 4만명에 달한다.
당명에 띄어쓰기가 없는 것 역시 일본을 따라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강 교수는 "일본은 한자를 쓰고 조사에 히라가나를 쓰기 때문에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한글은 조사 뒤에 띄어쓰기를 하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잘 모른다"고 전했다.
해당 내용을 접한 네티즌들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친일 오해를 받는 마당에 확인도 않고 이런 이름을 올리면 일본 극우사람들이 보고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다른 네티즌은 "혐한으로 악명 높은 일본회의 슬로건을 당명으로 채택한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