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법안]현대판 음서제? 與, '공공의대 게이트' 어떻게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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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의료 질 향상" vs "이미 실패한 정책"
10년 동안 400명 증원…도서지역·특수전문분야에 배치하고 의사과학자 양성
의사파업은 계속…'공공의대 게이트' 청와대 청원은 11만명 동참

대한의사협회가 의과대학 정원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하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를 놓고 의사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1일 야당도 참여하는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민주당 한정애 신임 정책위의장은 이날 "28일 금요일 저녁에 전공의들과 의대생들과 3시간동안 얘기하면서 순간순간 진심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국회 내에 20년간 쌓인 숙제가 무엇인지 다 열고 의료 체계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여러분과 논의하겠다고 논의 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갈등의 중심에 있는 민주당의 당론 법안인 민주당 김성주 의원의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 같은당 권칠승 의원의 '지역의사법안',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특수분야·의과학자 양성" vs "현대판 음서제"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민주당이 이를 해결하고자 꺼내든 카드는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입니다.

공공의대 설립법을 발의한 김 의원은 "감염병 대응 공공보건의료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2020년 6월 현재 우리나라 역학조사관 133명 중 의사출신 인력은 25명에 불과한 실정이며, 감염병 검역의 최초 관문인 주요 공항에도 인력 부족으로 공중보건의사가 일부 배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안은 공공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학업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고 졸업 이후엔 의무복무를 하게 했습니다.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히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역학조사나 감염내과 전문의 등 현 시국에서 가장 필요한 필수 분야 의료인력을 양성한 뒤 일정 기간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게 골자입니다. 낙후된 지역에 공공의대를 설립해 감염내과·소아외과·중증외상·역학조사관 등 특수·전문분야 의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어떤 지역에 의대가 필요한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필수의료 서비스의 종류는 의료계와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게 민주당 입장인데, 양성 대상이 될 특수·전문분야는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복지부 장관이 지정합니다.

또 현재 3058명인 전체 의대 정원도 확대합니다. 2022년부터 10년 동안 연간 최대 400명을 증원한 뒤 2032년 원래 수준인 3058명으로 감축할 방침입니다. 400명 중 300명은 의사 수가 부족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역의사'가 되고, 50명은 감염내과 등 특수·전문분야 의사, 50명은 바이오·제약·의료기기 등을 연구하는 의사과학자로 키우겠다는 겁니다.

물론 의사들은 특수분야 의사 부족의 근본 원인으로 낮은 수가 등을 꼽으며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의료 질이 보장되는 건 아니라고 정부와 민주당을 비판하지만, 이들이 진짜 열받은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보건복지부장관,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배치기관의 장은 제24조에 따른 의무복무기간이 종료된 의사를 보건복지부 또는 공공보건의료기관에 우선 채용할 수 있으며, 국제기구 파견 등에 우선 선발할 수 있다"고 명시한 29조 2항 때문입니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공공보건의료기관에 서울대학교병원 등 국립대 병원이 포함돼 있거든요. 의사들이 해당 조항을 두고 "현대판 음서제"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통상 '서울대학교병원 의사'로 근무하기가 어려운데, 공공의대 진학이 일종의 우회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인 거죠.

또 보건복지부가 가짜뉴스에 대응한다며 "공공의대 학생 추천은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시도추천위원회에서 진행한다"는 해명도 '음서제 논란'이 확전되는 데 일조했습니다. 부모가 시민단체 출신이면 자식을 의대에 보낼 수 있다는 내용의 패러디물이 나오며 "조민(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의 합법화"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김 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왜 (사실과 다른) 이러한 내용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느냐"며 "법안은 아직 심의조차 안 들어갔다. 공청회도 한 적 없다. 왜 이런 내용이 복지부 공식 홈페이지에 버젓이 올라가 있느냐"고 따져묻기도 했을 정도로 논란은 일파만파 커져만 갔습니다. 1일 오후 4시 기준 '공공의대 게이트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청'한 청와대 국민청원엔 11만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동참한 상황이고요.

복지부는 "현재 공공의대 설립은 관련 법률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로, 학생 선발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내용들은 앞으로 국회 법안 심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10년간 의무 복무" vs "지역의사제는 일본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

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발의한 '지역의사법안'도 논쟁거리입니다. 정책 효과가 민주당과 정부 생각대로 나타나진 않을 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역의사제란 지역 내 중증·필수의료분야에서 10년간 근무할 것을 조건으로 해당 지역의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의사면허를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뽑힌 학생에게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절반씩 부담하는 형태의 전액 장학금이 지급됩니다.

권 의원이 발의한 법은 의무복무 기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복지부 장관이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기피 전공을 선택한 경우 수련기간을 의무복무 10년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지역의사들은 의무복무기간 동안 졸업한 의과대학이 소재한 시·도 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기관 등에서 근무해야 하고 이 기간동안엔 다른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이밖에도 민주당 김원이 의원의 일반의대에도 지역의사제를 도입하는 걸 골자로 한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과 무소속 이용호 의원의 '공공의대 설립법'도 발의된 상태입니다. 이 법들은 향후 국회 복지위에서 민주당 당론 법들과 병합심사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해당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공공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취업할 공공병원이 늘어나지 않는 한 의료 공공성이 크게 제고되긴 어렵다는 게 의사단체들의 주장입니다. 일례로 산부인과 전문의는 매년 늘어나지만 분만할 수 있는 산부인과는 매년 줄어든다는 겁니다.

또 지역의사제를 이미 도입한 일본에선 실패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해당 전형을 운영 중인 일본의 22개 의대에서 정원의 20%가 미달됐다는 게 그 근거입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신임 정책위의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대화 불구 반발 수위 높이는 의사단체…민주당, 복안은?

앞서 민주당 한정애 신임 정책위의장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의대생들과 마라톤 면담을 진행했는데, 결과는 아직까진 빈손입니다.

한 정책위의장은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될때 까지 의사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관련 법안 추진을 중단하고 향후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료전문가 집단이 포함된 국회내 협의기구를 설치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고, 관련 법안은 여야가 충분히 논의하며 합의토록하고 강행처리하지 않는다"며 "보건복지부에 업무개시 명령을 위반한 전공의에 대한 형사고발 철회를 제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회유책에도 의사단체들은 파업을 풀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논의기구의 세부 구성 비율과 코로나19 안정화 시점에 대한 정의 등을 명확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사항이 담보되지 않으면 하나마나한 논의라는 거죠.

이에 대해 한 의장은 CBS노컷뉴스에 "'내 진심이 어떻게 안 닿은 건가' 이런 생각도 들었다"라며 "(28일에) 얘기를 할 때는 다들 분위기도 괜찮고, 내부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보겠다는 얘기를 듣고 보내드렸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저러고 있어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날 오후 한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의료진이 환자들 곁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최 회장도 "국회 차원의 논의기구 얘기가 나온 게 하루, 이틀밖에 안 돼서 (참여 여부를) 지금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공공의대, 의대정원 확대가 정부와 풀 문제라기보다는 국회와 할 문제라는 데에는 공감하고 정부·여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해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모습입니다.

국회 복지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의사일정에 대해 "법안소위가 열려있는 것도 아니고 밀어붙일 건 아니지만, 당에서 의료계에 내놓을 수 있는 건 다 내놨다"며 "합의가 계속 안 된다면 정상적인 의사진행를 절차 밟겠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협상도 끝내 불발될 경우 결국 '밀어붙이기'가 될 것으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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