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신 필리핀 외교 장관.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필리핀 외교장관이 남중국해에서 자국 해군이 중국의 공격을 받는다면 미국에 전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라는 전제가 깔리긴 했지만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중국 중시 정책과 결이 다른 발언이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팽창과 군사력 증강을 억제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미국에 상당한 힘이 될 전망이다.
록신 주니어 필리핀 외교장관은 27일(현지시간) ANC TV에 출연해 중국이 불법이라며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남중국해 상공 순찰을 계속할 것이며 (영해)침범을 넘어 필리핀 해군을 공격한다면 워싱턴에 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록신 장관의 발언은 최근 필리핀과 중국 간에 영유권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나왔다.
중국 해안경비대는 지난 5월 필리핀과 중국이 모두 영유권을 주장하는 스카보러 암초 부근에서 필리핀의 어로 장비를 압수했다. 필리핀은 지난 20일 이 문제에 대해 중국에 항의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를 정기적으로 순찰하는 자국 항공기에 대해 중국군이 레이다 전파를 쏘는데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필리핀의 순찰이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2012년에 필리핀 서부해안에서 230km, 중국 하이난에서 650km 떨어진 스카보러 암초를 강제점거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2016년에 중국의 점거가 불법이라고 판결했으나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미국과 필리핀은 1951년 상호방위조약을 맺었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과 필리핀의 영토 분쟁에서는 이 조약을 적용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마닐라를 방문했을 때 중국이 필리핀 해군을 공격하면 방위조약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취했다.
필리핀 외교 장관이 중국과 분쟁시 미국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발언은 두테르테 정부에서 처음 나온 발언이다.
필리핀을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두테르테 대통령(오른쪽).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2016년 집권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통적인 동맹국인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냈다. 미국과 필리핀의 군사 훈련을 축소하고 상호방위조약도 폐기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편지를 보내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 우선적으로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필리핀에 최우선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두테르데 대통령은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서도 중국은 무기가 있어서 그 부동산(스카버러 암초)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라며 속수무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관은 이날 방송에서 필리핀의 주권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어떤 수단도 포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