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허술했던 美 부통령 후보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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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부통령 후보 지명 과정에 대한 한국식 정치 평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러닝메이트인 카맬라 해리스 상원의원. (사진=연합뉴스)

 

면접으로 뽑는 지상 최고의 자리.

현재 시점에서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 지명 과정을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까?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보다 현재로선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민주당 부통령 후보를 그렇게 서술해도 크게 틀리진 않을 것 같다.

바이든 후보가 대선에서 이긴다면 결과적으로 이번에 끝난 민주당 부통령 후보 면접은 면접으로 뽑은 최고의 권력자 자리로 남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 면접 과정은 어땠을까?

카맬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바이든에 의해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지 하루만인 12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을 통해 전해진 면접 과정은 어딘가 모르게 허술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번 면접에는 총 1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바이든 후보의 거처인 미국 동안(東岸) 델라웨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후보들은 오직 화상 면접으로만 진행됐다.

미국 서안 캘리포니아에 거주중인 카맬라 해리스의 경우도 그렇게 면접을 봤다.

그런데 화상 면접의 도구가 줌(Zoom)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바이든 후보가 면접 결과를 해리스에 직접 통보한 상황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동영상에도 바이든은 줌으로 부통령 지명 사실을 전한 것으로 돼 있다.

문제는 줌이 보안에 상당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미 정보의 중국 유출 의혹이나 제3자의 통신 개입 가능성 등이 여러 차례 보도가 됐었다.

이 때문에 보안 이슈가 있는 경우는 줌이 아닌 Webex 같은 다른 화상 회의 툴을 이용하는 것이 미국에서는 보편화됐다.

만약 미국의 차기 대통령과 부통령이 수 시간 동안 나눈 대화를, 그 것도 자신의 속마음을 까 보여야 하는 정치인들의 면접 과정을 다른 사람이 엿들었다면 어땠을까.

두 번째, 이번 부통령 후보 지명이 사실상의 차기 부통령 인사라고 봤을 때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정실인사'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실인사, 다시말해 사사로운 정이나 관계에 이끌려서 해리스 후보가 낙점됐다는 이야기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사진=연합뉴스)

 

CNN이 이날 전한 면접 뒷이야기를 들어보면 바이든 후보는 해리스와 사실상 사적 관계였다고 한다.

해리스가 예비후보 시절 경쟁자였던 바이든을 향해 인종차별 정책에 두둔했다며 거세게 비판했던 '사건'에 대해서도 바이든은 아들 보를 이야기하며 "해리스가 보를 알고 나를 안다"며 진심이 아니었을 거라고 했다고 한다.

보 바이든은 2015년 뇌종양으로 숨진 바이든 후보의 장남으로 숨지기 직전까지 델라웨어주의 법무장관을 수행하며 당시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이던 해리스와 친분이 두터웠다.

바이든은 당시 "정치가 다 그런 거 아니냐"며 해리스를 되레 두둔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바이든이 일찌감치 부통령 후보로 해리스를 낙점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해리스 역시도 몇 차례 나눠 진행된 화상 면접에서 바이든에게 자신과 보와의 관계를 특별히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스 후보 자신도 이날(12일) 오후 델라웨어 웰밍턴에서 부통령 지명 이후 처음 바이든과 합동으로 진행한 정치 캠페인에서 보 바이든과의 관계를 다시 꺼내며 "하루에도 수 차례 전화통화를 할 정도로 가까웠다"며 "그를 잘 알기에 그의 아버지인 조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이야기를 했다.

셋째, 이번 해리스 부통령 지명은 다시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인사 청탁'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바로 막후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이 최종 결정을 하기까지 가장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은 사람은 바로 과거 자신의 보스였던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다고 한다.

해리스는 '여자 오바마'로 불릴 정도로 오바마 전 대통령과 정치적, 인종적, 이념적 유사점이 많다.

물론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서는 장기적으로 해리스와 경쟁 구도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 해리스를 비토했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

역시 유력한 흑인 여성 정치인인 미셸 오바마가 연령상 단임으로 끝날 바이든의 후계자로 4년 뒤 등극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막후 실력행사 설은 그야말로 낭설이 된다.

한편, 이번 면접은 역대 부통령 후보 선발 절차와 차이가 컸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1차 검증은 코넥티컷 상원의원 출신 크리스 도드, 로스앤젤레스(LA) 에릭 가세티 시장, 바이든 참모 신시아 호건, 델라웨어 현직 하원의원 리사 블런트 로테스터 등 4인이 맡은 팀에 의해 이뤄졌다.

이들은 적임자를 논의하기 위해 정당 활동가와 이해관계 그룹, 그 외 이해당사자들과 120시간 이상 면담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1차 검증 질문이 "당신의 어젠다는 무엇인가", "도널드 트럼프가 당신에 대해 어떠한 별명을 붙여줄 것 같은가" 같은 난해한 질문들이었다고 한다.

또 2차 검증을 위해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에 대한 발표를 준비했었다고 한다.

형식상으로 이렇게 어려운 면접을 진행한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바이든 후보는 전날 해리스 지명 소식을 발표하기 전 탈락한 10명의 부통령 후보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면접 결과를 손수 전하며 이해를 구했다고 한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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