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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1주기…"사소한 죽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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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폭염 속 계단 밑 휴게실에서 쉬던 청소노동자 숨져
학생-노동자 연대 추모집회 열어…"학교, 면피용 대처 말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철폐하고, 처우 보장하라"
"기계·전기 등 노동자들 휴게실 여전히 열악"
무기계약직 전환됐지만…"낮은 임금, 차별적 복지"

지난해 8월 9일 60대 청소노동자가 숨진 서울대 공과대학 휴게공간.(사진=연합뉴스)

 

지난해 8월 9일 폭염 속 에어컨 하나 없는 '계단 밑' 휴게실에서 쉬던 서울대 청소 노동자가 숨지고 1년이 지났다. 이후 서울대는 고용노동부 권고에 따라 일부 휴게실을 개선했으나, 학생들과 단체들은 여전히 열악한 휴게실들이 남아있고 대다수 노동자의 고용 또한 불안정하다며 대학 본부에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과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 2020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등은 1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대 본부 앞에서 '서울대 302동 청소노동자 사망 1주기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를 위한 노동자-학생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열고 "1년 전의 '사회적 죽음'을 만들어낸 불평등과 차별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사소하지 않은 죽음을 추모합니다', '모든 노동자는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등의 피켓을 들고 "노동자 학생 연대해 비정규직 철폐하자", "노동자도 사람이다. 차별 철폐하라"와 같은 구호를 외쳤다.

고인이 쓰던 휴게실은 계단 밑에 합판과 샌드위치 패널을 이어붙여 만든 1평 남짓한 '가건물'이었다. 이 비좁은 방을 당시 미화원 3명이 함께 쓰고 있었다. 벽에 달린 환풍구 하나마저도 미화원이 손수 단 것이었다. 숨진 미화원은 지병을 앓고 있었으나, 현장을 잘 아는 이들은 "열악한 휴게실 환경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학교 측은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학교 측은 고인이 숨진 뒤에야 '지상층'에 남성 미화원들이 쓸 휴게실을 마련했다.

단체들은 휴게실 '개선 움직임'이 기계·전기 노동자, 학내 구내식당·카페·매점 등을 운영하는 노동자들의 휴게실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학교는 지난해 10월 기계·전기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 계획을 내놨으나, 이는 노동부가 발표한 휴게실 체크리스트의 일부 항목(냉난방기, 환기시설, 샤워시설 구비 여부)만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 소속 카페, 매점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휴게실이나 탈의실이 없거나, 있어도 창고를 겸하는 곳에서 쉬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들과 단체들은 "직접적으로 문제가 된 '청소 노동자 휴게실'에만 한정해 개선안을 내놓은 것"이라며 "서울대 본부가 학내 노동환경 개선 문제를 단순 면피용으로 대처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의 고용도 여전히 불안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는 지난 2018년, 학내 용역·파견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시설관리 노동자들도 학교에 직접고용되고 정년을 보장받았으나, 본부는 이들을 법인직(정규직)과는 별도의 직군으로 분류했다. 단체들은 "같은 서울대 직원이고 대학 일상을 지탱하는 필수 노동을 하고 있지만, 무기계약직이라는 또 하나의 신분으로 규정돼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차별적 복지를 적용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학 본부가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강의를 '비대면'으로 결정하면서, 생협 노동자들이 매출 급감에 직면했지만, 본부는 생협이 '별도 법인'이라는 이유로 재정적 지원을 회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인과 함께 일한 노동자들을 비롯해 서울대 학생들, 시민사회 단체들이 자리에 참석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오순자 서울대 시설분회 사무차장은 추모편지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살펴보았다면, 조금 더 편안한 공간에 있었더라면 허무하게 떠나시지 않았을 것을…"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임민영 서울대 기계전기분회장은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환경을 방치하고 고인의 지병을 운운한 학교 측의 비인간적인 처사가 개탄스럽다"며 "미래 세대를 양성하고 가르치는 곳에서 생명을 소홀히 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안타깝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연대 발언을 이어간 학생들은 '진리의 전당'이라고 불리는 학교가 학내 구성원인 노동자 문제에 침묵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양진영 학생대표는 "다른 노동자들은 이후에도 투쟁을 통해 공간의 개선을 얻어냈어야 했다"며 "(대학은) 교수를 위한 연구공간과 교육이 이뤄지는 강의실은 꼭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은 없어도 되는 공간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2020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 연석회의 정규성 동아리연합회장은 "학문 공동체 안에서 같이 살아가면서 학내 노동자들의 존재는 애써 지워지고 비가시화됐다"며 "학교는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노동자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환경 개선을 방관하며, 학생들 복지 또한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 정우준 기획팀장은 "우리나라 노동자는 한해 2천명 가량 사망하지만, 한 명당 벌금은 450만원이다. 실형 비율은 1%에 그친다"며 "정부가 만든 2019 중대재해 조치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사망 보고서 비고란에는 '개인 지병'이 적혀 있다. 아마 오늘의 죽음은 개인 질병으로 인한 한 명의 노동자 사망으로만 기록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사회적으로 가장 불평등한 노동자가 사망하고 있다. 아래로 내려온 위험에 온몸으로 견뎌내다 사망하셨을 것"이라며 "개인 지병과 실수를 들먹이는 대한민국에서 기업과 사업주의 엄격한 사회적 책임이 없다면 또 다른 장소에서 1주기, 2주기가 계속해서 반복된다. 21대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꼭 제정해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과 단체들은 △재난 상황에서 고통을 전가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철폐 △청소·경비 노동자 생활임금 보장 △기계·전기 노동자 무기계약직에 대한 차별 철폐 △생협 직영화·생협 노동자 처우 보장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대학 본부가 단과대별로 휴게실 환경 실태조사를 다시 실시해, 환경이 열악한 곳을 파악하고 △건물 내 공간을 배정해, 노동자들의 휴게편의 공간이 다른 학내 구성원들과 동등하게 다뤄질 수 있도록 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치권에는 대학들이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를 잘 준수하고 있는지 관리 감독하고, 교육부 등 관련부처는 노동자들의 휴게공간 개선을 위한 예산을 확충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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