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하고 당당하게 국회 바꿔가는 '젊은 초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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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원피스 논란'에 엄숙주의 균열
장혜영 '절름발이' 지적으로 이광재 '사과' 장애단체 '감사'
용혜인 '여야+윤희숙 저격' 연설 호평…김태년 선물까지
시작된 변화…정책 파급력으로 이어질까

'건방지다, 무례하다, 버릇없다, 같잖다, 당돌하다, 발칙하다…'.

이념이나 진영을 가리지 않고 젊은 정치인들에게 줄곧 따라붙는 평가다. 최근 몇몇 청년 초선 의원들은 이런 모멸을 무릅쓰고 기성 정치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단 신선한 접근으로 어느 정도 울림을 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인데, 파급이 정치권 전반으로까지 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왜 꼭 정장만?" 굽히지 않은 류호정

정의당 류호정(27) 의원이 대표적이다. 류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장에 빨간 미니스커트 원피스를 입고 등장해 큰 화제가 됐다. 짙은 색 양복 정장을 고수했던 대다수 의원들과 비교했을 때 파격적 연출이었다.

"장소에 맞게 옷을 갖춰 입는 게 예의"라는 비판이 여당 지지 페이스북 그룹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강기갑 전 의원의 한복이나 작업복, 유시민 전 의원의 흰색 면바지 등 독특한 의상이 선보여졌던 과거 상황들과 달리 이번엔 원색적 욕설을 넘어 성희롱 발언까지 더해졌다.

류 의원은 굽히지 않았다. 그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과거 국회 밖에서 일할 때 입던 복장을 계속 입은 것뿐"이라는 '쿨'한 대답을 내놨다. "정장이 꼭 일하는 복장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편견 아니냐. 16년 전 '빽바지' 입었던 분도 있었다"라며 유시민 전 의원 사례를 언급하며 비난에 정면으로 맞섰다.

당당한 모습에 공고하던 엄숙주의에 균열이 생기는 분위기다. 기성 정치권 선배들이 힘을 실으면서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청년을 대표해서 왔는데 청년답게 옷을 입었다는 게 왜 문제가 되느냐"며 "청년을 공천해놓고는 기성 정치인처럼 행동하고, 생각하고, 말하라는 것은 (청년 공천의) 취지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당초 류 의원과 함께 '캐주얼 등원'을 약속했지만 동참하지 않았던 범여권 의원 17명도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류 의원이) 가장 어른의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에서도 "의상을 문제 삼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한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옷으로 규정하는 논란 자체가 구태"라는 등 류 의원을 향한 비난에 대한 쓴 소리가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동조 여론이 커지고 있어 파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인 이원욱 의원은 "저 같은 꼰대라도 나서야 판이 바뀔 것 같다"며 유시민 전 의원의 '빽바지'를 입고 등원해야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도 "옷장을 열어 원피스 찾는 중"이라며 복장에 대한 선입견을 허무는데 동참할 의사를 밝혔다.

국회 사무처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본회의장 복장과 관련한 별도의 규정이 없음에도 과거에는 국회의원이 재킷을 벗으면 경호 직원이 찾아가 '다시 입으라'고 권하는 경우가 있었다. 반면 이번 사건 이후 취재진과 만난 사무처 관계자는 "이제부터는 정말로 문제 될 복장이 아니라면 (과거처럼 권유하는 일이 없도록) 아무래도 변화할 것"이라며 "과도기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 (사진=연합뉴스)

 

◇도지사 출신 3선 이광재 사과 이끈 장혜영의 날카로운 지적

비슷한 시기 정의당 장혜영(33) 의원은 특유의 '불편함'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장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강원도지사 출신 민주당 3선 이광재(55) 의원에게 일침을 놨다.

이 의원이 현안질의 중 "경제부총리가 금융 부분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하자, 절름발이라는 표현은 장애를 비하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여권 지지자를 중심으로 '비유적 표현에 괜한 트집을 잡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시민사회가 '절름발이' 표현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편견 강화' 방지를 이유로 국회와 언론에 이런 관용구를 쓰지 말라고 권고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장 의원 지적이 옳았다는 의견이 크게 설득력을 얻었다.

논란은 결국 이광재 의원 사과로 매듭지어지는 모습이다. 이 의원은 6일 "장애인과 가족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문제와 그분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는 정책에 좀 더 세심한 관심을 쏟겠다"고 자신의 언행을 반성했다.

그러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에서는 "우리의 장애가 한낱 국회의 모욕으로 쓰이지 않도록 지적해준 것에 감사를 표한다"며 장 의원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더불어민주당이 소수정당과 손잡고 만든 비례대표 정당 더불어시민당은 전날 용혜인, 조정훈 당선인이 의원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원 소속 정당인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탈당이 아닌 제명 조치를 내렸다. 윤창원기자

 

◇"내가 진짜 임차인"…진정성에 내용까지 잡은 용혜인

기본소득당 용혜인(30) 의원의 '본회의 찬반토론'도 주목을 받고 있다. 용 의원은 지난달 30일, 류호정 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왔던 바로 그 본회의의 단상 연설을 통해 청년 임차인을 대변했다.

발언에는 여야 모두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자신의 진솔한 경험, '4평 삶'의 문제점까지 폭넓은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을 향해 "부동산 세법이 집값 잡을 확실한 답안이 아니다", 통합당을 향해서는 "상위 1% 종부세를 납부하고 있는 부동산 부자들"이 부동산 대책으로 고통 받는 것을 지적하면 안 된다며 양방향으로 일침을 가했다.

동시에 '최저 주거기준'인 4평에 맞춰진 쪽방, 고시원, 옥탑방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 중인 국민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국회가 해결해야 할 진짜 문제라며 이번 부동산 정책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을 꼬집어내기도 했다.

직전 본회의에서 이른바 '대박'을 친 통합당 윤희숙 의원의 '5분 자유발언'에 대한 저격 효과도 덤으로 얻어갔다. 윤 의원의 발언을 패러디하긴 했지만,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등 실제 전세살이에 대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무늬만 임차인'이라는 일각의 혹평을 받고 있는 윤 의원에게 '내가 진짜 임차인'이라는 한 방을 먹인 셈이 됐다.

용 의원의 연설에는 호평이 이어졌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인상 깊게 들었다"며 용 의원 측에 간식 선물을 전달하기까지 했다.

◇시작된 국회의 변화…정책 효과로 이어지느냐가 관건

정치권 안팎에선 이들이 실제로 새로운 의제를 제기하고, 국회 모습을 바꿔 가는 데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성세대가 감히 생각하지 못했던, 감히 접근하지 못했던 관행에 소신 있게 부딪혀 성과를 도출했다는 것이다.

다만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분명 시사하는 바가 많지만 그 역동성으로 실제 정책의 변화를 이끌지 못하면 단순히 '기성정치를 매도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이들의 정책적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류 의원은 핵폐기물 안전, 쿠팡 노동자 인권, 비동의 간음죄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 장 의원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정의당 혁신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용 의원은 기본소득 공론화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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