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강철비'로 남북 오간 그가 말하는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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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배우 정우성이 말하는 '강철비', 한반도, 그리고 통일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 한경재 대통령 역 정우성-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제멋대로인 미국 대통령, 젊은 나이에 큰 과제를 짊어진 북 위원장. 극단을 달리는 두 정상 사이에서 중재하느라 한국 대통령 한경재는 참고 또 참는다.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일념으로 말이다.

급변하는 정세 속 냉전의 땅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은 서로의 이익을 챙기기만 바쁘다. 무엇하나 우리 힘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까스로 성사된 남북미 정상회담이다. 여기서 반드시 평화 체제를 끌어내야 한반도에 닥친 위기를 막을 수 있다. 그걸 위해 한경재 대통령은 여기까지 왔다.

미국 대통령과 북 위원장만 어떻게든 설득하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지 못하게 북의 쿠데타로 북한 핵잠수함에 감금된다. 그토록 바라던 평화는커녕 한반도가 전쟁 위기에 놓인 지금, 한경재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평화를 바라지만 우리의 힘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대통령의 무력감과 책임감, 고뇌와 의지 등 복잡한 한반도의 표정을 배우 정우성은 자기 안에 모두 담아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정우성을 만났다. '강철비'에 이어 '강철비2: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양쪽 진영을 오간 그에게서 한반도와 통일에 관한 생각을 들어봤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한반도의 숙명을 짊어진 한경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으며 한반도에 평화가 훌쩍 다가왔다고 느꼈던 이들이 많다. 그러나 시시각각 급변하는 정세, 다시 경색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강철비2'를 향한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

"'강철비2'는 한반도 분단체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원론적 질문을 가진 영화예요. 분단체제에서 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사자로서 우리는 분단체제에 대해서 얼마만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죠. 영화에 대해 달갑지 않아 하실 분도 있겠지만, 그건 이 영화의 숙명이기도 해요."

이번 영화에서 양우석 감독이 선보인 한 수는 남북 진영을 뒤바꾼 부분이다. '강철비'(2017)에서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대한민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는 북한 호위총국장 박진우로 서로의 진영을 바꿔 대립하게 된다. 단, 미·중·일 관계자들은 바뀌지 않았다.

정우성은 "기발한 아이디어"라며 "정치적 이해를 다 배제하고 가도,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고민은 결국 비슷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여기에 한반도가 가진 지정학적·정치적 의미가 숨어 있다. 남과 북의 지도자, 정치 상황 등이 변화해도 우리를 둘러싼 강국들의 이해관계는 변함없을 거라는 은유다. 분단의 당사자지만 주변의 복잡한 이해관계는 한반도를 여전히 냉전의 땅으로 남겨두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분단, 한반도에 사는 '우리'의 문제

정우성은 영화 시사회 후 울컥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오랜만에 한경재 대통령이라는 캐릭터에 몰입됐던 것 같다"며 "분단 현실에 사는 우리, 과거와 역사, 그 안에서 억울한 죽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히 불행했는데 그 불행이 당연해졌다"며 "어째서 많은 이가 우리의 불행을 이용하고 외면하고 있는지, 앞으로 대한민국은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할지 여러 가지 생각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연기한 한경재에 관해 국민에 대한 연민과 평화에 대한 의지가 강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비극의 역사를 지닌 민족에 대한 안타까움을 마음에 품고 살아왔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남북미 정상회담에 임했다. 그런 한 대통령의 감정이 정우성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전작에 이어 '강철비2'를 통해 남북 진영을 오가며 양측의 입장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대변했다. 그런 정우성에게 '한반도'라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떤 물음을 안겼을까. 그는 영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명확해졌다고 전했다.

"우리처럼 당사자 입장에서 나라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솔선수범한 나라가 없어요. 그렇기에 'K-방역'이라는 새로운 단어도 생겼죠. 그런데 분단이라는 건 긴 시간 동안 우리 앞에 놓인 민족적 위기인데, 어느 순간 위기의식이 흐려지고 정치적 해결에 기대는 입장이 된 거 같아요. 이건 우리의 문제예요. 여기 이 땅에 사는 국민들의 문제죠. 우리 스스로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한반도의 축소판 '잠수함', 그 안에서 벌어지는 분단의 역사 담은 '액션'

'강철비2'는 무겁게, 너무 진지하게만 한반도와 평화에 관해 묻지 않는다. 영화는 북한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한 핵잠수함을 가졌다는 전제하에 남북미 정상을, 최초의 북 핵잠수함 '백두호' 안으로 데려간다. 이때부터 '강철비2: 정상회담'은 본격적으로 잠수함 액션의 장르로 진입한다.

정우성은 잠수함 액션신에 관해 "영화사에 남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유령'(1999) 때 상상력만으로 연기를 해야 했던 것과 달리 실제 잠수함에 들어가는 장비가 세팅된 세트에서 연기를 했다. 여기에는 '밀덕'(밀리터리 매니아)인 양우석 감독의 철저한 고증도 한몫했다. 덕분에 관객들은 잠수함 액션이 시작되며 현실감은 물론 상당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정우성은 "시나리오만으로도 굉장히 긴박하고 충분히 잘 설명돼 있었다. 이게 어떻게 구현이 될까 궁금했고, 잘 구현된 것을 확인했을 때 내가 참여했다는 뿌듯함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 감독은 좁디좁은 잠수함 안에 미국-한국-북한 정상을 가둬두고 끝장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죽음의 위기 앞에 어쩔 수 없이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드러내고,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잠수함이 곧 한반도가 되고, 그 안에서 전쟁과 휴전, 분단 등 한반도의 역사가 재현된다.

한정된 공간이 갖는 제약은 때로는 배우에게 상황에 몰입할 수 있게끔 돕는 역할이 되기도 한다.

"협소한 공간이 갖는 움직임의 제약이 있죠. 결국에는 그걸 찍기 위한 설정이었어요. 상황을 구현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는 제약이었어요. 한 대통령은 중간에 있는 사람으로서 두 사람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끌고 가고 싶은 입장이었죠. 그 안에서 또 절제하고 인내하고, 어떻게 보면 비좁고 답답한 공간이 한경재 대통령의 심리 상태와 맞물려 있는 거예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관을 빠져나가는 관객들을 붙잡는 질문…"통일, 하실 겁니까?"

보통 영화는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하거나 질문을 던지고자 할 때 극 중 캐릭터와 이야기, 주제를 통해 그 안에서 말한다. 일종의 간접 화법처럼 말이다.

그러나 '강철비2'는 영화의 쿠키 영상을 통해 '통일'에 관해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영화관 밖을 나가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달라고 당부한다. 이 물음은 통일을 넘어 한반도 평화 체제에 대한 확장된 물음과 고민으로 이어진다.

한경재 대통령으로서 관객에게 "국민 여러분. 통일, 하실 겁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정우성에게도 물었다. "통일, 하실 겁니까?"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준비하기 위해서는 논의를 해야 하죠. 남과 북의 논의도 필요하지만, 대한민국 안에서의 담론이 필요해요. 우리의 선택이 지도자의 결정에 힘을 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안에서의 담론이 일어나야 평화협정, 통일에 대한 이해도 할 수 있다고 봐요. 방법과 과정은 우리 안에서의 선택이 우선시되어야 해요."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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