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리포트]치킨게임, 결국 혐오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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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충(蟲)인가요②]
좁아진 통로 기회 박탈 공포
경쟁 속 '안정적 계층' 진입 욕구
동료의식보다 계급의식 고착화
차별과 혐오가 당연하고 당당한 사회

※우리 사회 혐오의 역사는 길지 않다. 1997년 IMF 이후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본격화되더니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일상화됐다. 놀이 수준에서 혐오의 정치학을 넘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방법으로까지 자리매김(?)했다. 민감하다는 이유로 또는 원인과 대상 및 현상이 복잡하고 광범위하고 대안도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혐오의 폭탄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추격 그룹을 벗어나 선도 그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라도 문제 해결은 시급하다. 유럽의 '축적된 시간' 못지않은 정치적 철학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촛불혁명의 주역 아닌가. 이에 대전 CBS는 혐오의 원인을 짚어보고 법과 제도, 교육 측면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등 우리 사회의 보다 종합적인 논의를 제안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충(蟲)이 넘쳐나는 사회
②치킨게임, 결국 혐오만 남았다
③먹고사니즘과 능력주의 그리고 희생양
④혐오를 파는 사람들 그리고 #STOP Hate for Profit
⑤1인 1표 말고 1달러 1표
⑥혐오라는 폭탄 돌리기
⑦차별금지법과 기본소득 그리고 UD
패륜이 당당한 사회.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들이 지난 2014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 앞에서 치킨과 맥주·라면 등을 먹는 ‘폭식투쟁’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혐오의 행위들이 익명성을 넘어 공개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한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인천국제공항 = 협력업체 소속 보안검색원 1900여 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바꿔 공사가 직고용하는 것이 골자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공약의 일환이다. 하지만 기존 정규직과 취업준비생들이 반발하면서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졌다.

과정과 결과의 공정성 훼손이라는 주장과 기존 정규직과 취업준비생들의 이기적인 밥그릇 투쟁이라는 주장, 취준생들의 입장이 심정적으로 이해는 된다는 입장 등 논란은 여전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논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노동 구조 재편이라는 거대 담론보다는, 혐오와 갈등만 남기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018년 7월 21일 서울역에서 KTX 해고 승무원들이 투쟁 해단식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규직 복직으로 마무리됐지만, 투쟁이 이어졌던 12년 동안 이들은 숱한 차별과 혐오에 시달려야 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기간제교사와 교원단체 = 교육부는 지난 2017년 기간제교사들을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했다. '채용의 공정성과 형평성'이 이유였다.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한 건 기존 교원과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예비 교원이었다.

3년여가 흐른 지난 1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한 교육연수에서 이들의 정규직화 무산을 교총의 성과로 소개했다. 당사자인 기간제 교사 대상의 교육연수에서 벌어진 일이다.

교단에 동료의식은 없고 계급의식과 차별은 더 고착화됐다. 학교 현장의 편가르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고용 불안을 포함한 차별은 학교 현장에서 이미 일상화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 KTX 여승무원= 2018년 7월 정규직 복직으로 막을 내리기는 했지만, 지난 12년 동안 여성과 비정규직, 혹은 여성이면서 비정규직에 대한 우리 사회 차별과 혐오의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다.


2004년 '2년 내 정규직 전환' 약속을 믿고 입사했다가 2006년 파업 및 280명 정리 해고됐다. 34명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1심과 2심 승소했지만 2015년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됐다. 이 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치를 두고 이 판결로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노동과 사법 농단 등 여러 사건과 맞닿아 있기도 한 KTX 여승무원 정규직 전환 문제.

당사자가 모두 '여성'인 이들은 12년 동안 이어진 지난한 투쟁 속에서 숱한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 승무원은 대법 파기 환송 결정 이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찬반으로 엇갈린 사람들의 혐오는 칼이 되기 일쑤였다. 대법 판결이 방아쇠 역할을 했지만, 혐오의 대상자로서 그 동안 내재됐던 절망과 분노, 좌절 등이 피해자를 극단 선택으로 몰아갔다는 주장도 있다.

정규직 복직으로 막을 내리기는 했지만, 당시의 혐오와 차별은 인천공항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청와대 인근 도로에서 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인 입국금지를 촉구하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해와 설득, 공감대와 합의라는 모두가 승자인 선순환보다는, 혐오와 갈등 양분화라는 모두가 패자인 치킨게임으로 끝을 맺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 본인 노력과 능력에 대해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타인에 대한 비하와 혐오로 변질되는 경우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횟수도, 강도도 더 강해지고 있다. 깊숙한 사회적 논의가 절실한 이유다.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오임술 노동안전국장은 "통로가 현저히 좁아진 사회에서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공포와 불안감이 본인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사회적 연대 혹은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이해와 개선보다는 본인부터 안정적 계층에 진입하려 하는 열망이 강한데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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