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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처럼 키웠는데…" 긴 장마에 수확 앞둔 복숭아 '우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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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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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년 2∼3% 머물던 낙과율 10배 껑충…소비 줄어 가격도 약세

(사진=연합뉴스)

 

충북 옥천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김흥식(60)씨는 요즈음 밭에 들어설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난 4월 저온 피해를 본 데 이어 이달 들어 하루가 멀다고 내리는 얄궂은 장맛비로 수확을 코앞에 둔 복숭아 꼭지가 물러져 떨어지거나 썩어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연합뉴스 취재진이 확인한 그의 밭에는 과일 색이 고와지도록 하기 위해 깔아놓은 은박지 위로 주먹만 한 크기의 복숭아가 잔뜩 물기를 머금은 채 수북이 떨어져 나뒹굴었다.

나무에 매달린 성한 복숭아보다 바닥에 떨어져 썩는 게 더 많아 보였다.

옥천읍 서대1리 이장인 김씨는 "15년째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데, 올해처럼 오랜 기간 구질구질하게 비가 이어지기는 처음"이라며 "주변 농가도 다들 마찬가지"라고 털어놨다.

수확철 복숭아는 원래 과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는 경우가 적잖다. 하지만 보통 2∼3%에 불과한 낙과율이 올해는 10배 이상 늘었다는 게 김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복숭아를 자식처럼 키웠는데, 낙과가 많아진 데다가 장맛비에 당도까지 떨어지니 누가 사겠느냐"며 "며칠 더 궂은 날씨가 이어지면 올해 농사를 망칠 판"이라고 걱정했다.

지난 4월 5∼6일과 22∼24일 이 지역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4∼5도까지 떨어졌다.

복숭아 꽃이 피는 시기였는데, 꽃눈이 말라 죽는 냉해를 입은 복숭아밭이 55.9㏊나 된다.

지난달 하순 장마가 시작된 이후 비 내린 날도 무려 20일이나 된다. 이 기간 총 강우량은 420㎜에 달한다.

냉해와 긴 장마가 겹치면서 이 지역 복숭아 재배 농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진 지 오래다.

충북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복숭아가 비바람을 견디지 못해 떨어지기도 하지만, 비가 많이 내려 대기 습도가 높아지고 일조량이 적어지면 영양분이 나무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과실 꼭지가 약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복숭아밭은 1만3천200㎡(4천평)로 제법 큰 편이다.

그는 "평년의 경우 평(3.3㎡)당 소출이 1만5천∼2만원 수준은 됐다"며 "아직 수확이 끝나지 않았지만 이런 환경이면 20∼30% 정도의 소득감소가 불가피하다"고 걱정했다.

옥천군 이원면 장화리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강대우(58)씨도 "냉해와 긴 장마가 겹친 터라 복숭아밭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낙과가 심각하다"고 하소연했다.

궂은 날씨로 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한다.

복숭아 10개들이 상(上)품 소비자 가격은 이달 초 평균 1만8천500원까지 갔으나 장마가 이어지면서 27일 현재 1만7천140원으로 떨어졌다.

비가 그치더라도 문제는 이어진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껍질에 갈색의 작은 반점이 형성되면서 복숭아가 썩어들어가는 탄저병 발생이 늘어날 수 있다.

도 농기원 관계자는 "낙과 피해를 줄이려면 배수로를 잘 만들어 빗물을 제때 빼야 하고 탄저병을 막으려면 비가 내리기 전후 약제를 살포해야 한다"며 "이중고를 겪는 농가의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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