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0년 세법개정안을 놓고 일각에서는 '무리한 증세 개편안'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증세도, 감세도 아닌 세수 중립적 개정안이라고 강조했는데,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감안하면 오히려 적극적인 증세 논의에 나서야 할 때라고 충고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0년 세법개정안'에 대해 지난 20일 진행한 세법개정안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증세안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조세중립적으로 세법개정안을 마련하고자 했다"며 "300조원에 이르는 국세수입 규모에 비해 세수효과는 2021년 54억, 향후 5년간 676억 원 규모에 불과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세수가 감소되는 것은 별도로 하고 늘어나는 항목만 보고 증세라고 하는 것은 적절한 지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증세 논쟁이 없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향후 5년 동안 늘어날 세수는 전년도와 비교하는 순액법 기준 676억원 증가할 뿐이고, 기준년도와 비교하는 누적법 기준으로는 오히려 400억원 감소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세제발전 심의위원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그럼에도 증세 논란이 일어난 이유는 개정안 세부내용 가운데 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개편사항들은 하나같이 '부자 증세' 관련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그동안 소득세 과세표준 5억 원 초과분 42% 최고세율을 매겼는데,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45% 세율을 적용해 소득세 최고세율이 3%p 상향 조정됐다.
또 앞서 부동산대책에서 예고된 대로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10%p 인상하고, 종합부동산세율 역시 0.1%~2.8%p 올랐다.
특히 논란이 된 지점은 2023년 개인투자자로 확대될 예정인 주식 양도소득세다.
그동안 1종목당 1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에 매겼던 양도소득세를 개인투자자가 거둔 소득에도 과세하겠다고 하자 이른바 '동학 개미'들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급기야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나서면서 주식 양도소득세 공제기준도 2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상향조정됐다.
코로나19로 경기가 한껏 위축된 가운데 자칫 증세 논란이 정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까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문제는 정부 재정이다. 코로나19 경제 위기로 세수는 줄고, 돈 쓸 일은 많아지면서 나라 곳간이 텅텅 비었다.
올해 들어 1∼5월 국세 수입은 118조 2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조 3천억 원 줄어든 반면 정부 지출은 259조 5천억원으로 24조 5천억원 증가하면서 재정수지 적자도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증세의 필요성과 청사진을 적극 설득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세수 중립적 세제개편안은 지금 시점에서 적절치 않다"며 "정부의 재정지출 수요가 급증해 국채발행에 의존하는데, 이는 일회성 지출이니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세목별로 세제개혁의 비전, 로드맵을 먼저 설정해야 하는데, 현 정부 들어 단기적 시야에서 부분적인 세법개정안이 나올 뿐 종합적인 개편안이 나오지 않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논란을 빚은 주식 양도소득세에 대해 여론에 밀려 공제기준을 변경한 데 대해서도 정부의 리더십이 실종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충남대학교 정세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소득 순수익 5천만원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과한 기준"이라며 "상위 2.5% 투자자만 과세 대상이 되는데, 너무 많은 투자자가 세 부담을 피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소득과 비교하면 과도한 혜택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과 금융 자산을 동시에 타겟으로 삼은 정책이 발표되자 자산계층이 전반적으로 저항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도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경제정의연구소장은 "조세정책은 쉽게 오락가락할 수 없는 정책인데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부동산 세제에 대해서도 법인에 대한 세금은 그대로 뒀고, 종부세 인상을 놓고 여당과 정부, 청와대의 말이 다 달랐다"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일부 시설에만 국한했던 투자세액공제를 전면적으로 확대한 데 대해 투자를 유인하지 못한 채 과도한 세금 혜택만 안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중소기업의 투자세액공제 확대로도 충분한데, 법인세 최고세율 대상인 대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은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의 투자세액 공제만 확대하겠다는 것은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그동안 탈세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부가가치세 간이과세를 기준금액을 올려 확대한 데 대해서도 과세 형평성 논란과 조세 불신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