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한형 기자/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 고소인 측이 서울시 등 관련기관에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직접 행동에 나섰다. 특히 수사기관인 경찰을 향해선 수사정보 유출 문제로 박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이 이어지고, 그 결과 피해자는 2차 피해와 고통을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절차에 따라 청와대에 보고했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고, 청와대 역시 박 시장 측에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박 시장의 장례 절차가 13일 마무리된 가운데, 진상규명 목소리는 고소인 측의 행동과 함께 불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는 20일 예정된 김창룡 차기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더욱 쟁점화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원순 고소인 측 직접 행동에…'진상규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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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 고소인 측은 13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고소인 본인은 참석하지 않고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와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박 시장의 비서인 피해자 A씨가 지난 4년 동안 위력에 의한 성추행을 당했고, 오랜 고민 끝에 지난 8일 오후 4시 40분경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혐의는 성폭력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형법상의 강제추행이다. 1차 고소인 조사는 9일 오전 2시 30분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수사정보 유출 문제'가 일어났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 사건이 형사사법 절차장 수사재판을 제대로 거쳐서 가해자는 응당한 처벌을 받고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했다"며 "그러나 고소 당일 피고소인에게 모종의 경로로 수사 상황이 전달됐고, 피고소인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피해자는 지금 온오프라인에서 2차 피해를 겪는 등 더한 고통을 겪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9일 오후 실종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색에 나섰고 10일 0시1분쯤 시신으로 발견된 바 있다.
이들은 박 시장의 사망으로 성폭력 피해 사건이 묻혀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수사기관인 경찰, 민의의 전당인 국회, 박 시장과 피해자가 근무했던 서울시 등이 진상규명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 고미경 상임대표는 "피해자가 인권을 회복하고 가해자는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이는 분명한 국가의 책무이자 우리 사회가 그동안 만들어온 사회적 약속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한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경찰에서는 고소인 조사와 일부 참고인 조사를 통해 사건 실체를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은 현재까지 조사 내용 토대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밝혔다.
또 "서울시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 정당은 인간이길 원했던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책임 있는 행보를 위한 계획을 밝혀 주시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현장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고소인 역시 보내온 글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그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며 "저와 제 가족의 고통과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수사기관 경찰 '고민'…국회와 시민단체 '진상규명' 움직임
(사진=이한형 기자)
경찰은 피고소인이 사망한만큼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 할 방침이다. 다만 고소인 측이 '진상규명'을 요구함에 따라 대책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규정상 해당 고소 사건을 더 수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관련자들의 방조죄 등 추가적인 사안에 대해선 검토해 볼 여지는 있다"라고 밝혔다.
경찰의 수사 상황 유출과 관련해선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사실이라면 '공무상 비밀 누설죄'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소인을 변호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고소사실이 피의자에게 전달된 과정에서 피해자가 고소 사실을 알린 사실이 일절 없다"며 "저희는 고소를 하고 신속하게 메시지를 보낸 (박 시장) 휴대폰을 압수수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해서 수사관에게 보안 요청을 했고, 바로 조사를 요청해 다음날 새벽까지 조사를 받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상황 유출에 대해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를 접수한 후 사안의 중대성과 관련 규정 등을 감안해 청와대에 보고를 했다"며 "피고소인이나 서울시에 이를 통보한 사실은 전혀 없다"라고 강조했다.
고소인을 향한 '2차 피해'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변호사는 "오늘 오전 피해자에 대해 온오프라인으로 가해지고 있는 2차 가해 행위에 대해 추가 고소장을 서울청에 접수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상에서 '고소장'이라며 유포되는 문건 역시 "수사기관에 제출한 문건이 아니다"라며 "해당 문건 유포자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처벌해달라고 고소장을 접수했다"라고 덧붙였다.
국회도 야당인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진상규명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오는 20일 김창룡 차기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는만큼 해당 사건은 쟁점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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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미래통합당 간사 박완수 의원은 통화에서 "김 청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관련 사안을 질의하고, 서울시 및 담당 경찰 관계자도 증인과 참고인으로 부르는 부분을 논의하고 있다"며 "당 차원에서 진상규명TF 등도 논의되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여러 시민단체도 연대하는 양상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즉시 멈춰달라"며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로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경찰청 수뇌부, 아니면 다른 쪽에서 박 시장에게 고소사건의 전말을 전달했다면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않다"며 "이 점에 관하여 검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사건 당사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상황에서 진상규명이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례를 주관한 서울시는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내부 징계 규칙에서도 선출직인 서울특별시장의 경우 처리 규정이 마땅히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변호해온 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통화에서 "피의자가 사망한 상태에서 비사법적인 방식 등의 진상규명을 고민해봐야 한다"며 "인권위원회나 서울시 인권감독관, 권익위원회 등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