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고 백선엽 장군 (사진=연합뉴스)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된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6·25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지만 과거 친일 행적 논란에 휩쌓인 백선엽 장군, 두 사람의 조문을 놓고 여야가 극심하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인권변호사이자 사회운동가로 살아온 박 시장의 공적 행적에 초점을 맞춰 그를 추모하는 분위기다.
반면 미래통합당 등 야권은 빈소 조문을 전면 보류하고,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춰달라며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12일에도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와 민주당 홍익표 의원, 인재근 의원,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박홍근, 진성준 의원은 빈소가 차려진 날부터 이날까지공동 상주 역할을 하며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
전날 빈소를 찾은 김경수 경남지사는 "피해자에 귀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박 시장의 업적 또한 추모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상중이기에 고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불필요한 논란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박 시장의 의혹 관련 질문을 들은 뒤 호통을 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해찬 대표는 지난 10일 취재진으로부터 박 시장의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을 질문받자 "예의가 아니다", "XX자식" 등을 입에 올리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하지만 통합당은 박 시장의 생전 '공'(功)은 인정하면서도 사망 직전의 '과'(過)까지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박 시장의 빈소 조문을 전면 보류했다.
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시장의 죽음에 대한 민주당의 미화도 도를 넘고 있다. '‘맑은 분'이라서 세상을 떠났다거나 '삶을 포기할 정도로 자신에 대해 가혹하고 엄격'했다는 발언도 있었다"며 "또 민주당은 서울시 전역에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까지 게시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도대체 무엇을 기억하겠다는 것이냐. 박 시장의 갑작스런 죽음은 국민 모두에게 큰 충격을 줬고 고인이 살아 온 삶에 대한 애도도 필요하다"며 "하지만 사망 원인을 조작하거나 죽음을 미화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이종배 정책위의장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 사망으로 성추행 고소사건이 공소권 없이 처리되는 것에 대해 "아직 상중이라 검토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런 우려에 대해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들도 그런 주문을 하고 있다"며 "내용을 검토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같은 당 권영세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신고건도 이춘재건과 마찬가지로 진실규명을 위해 계속 수사해야 한다"고 적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공소시효가 완료됐지만 경찰의 수사 과오를 정정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한 것처럼 박 시장의 성추행 고소건도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압박한 셈이다.
반면 지난 10일 향년 100세로 별세한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의 빈소 조문을 놓고는 통합당과 범 여권이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합당은 백 장군 공적을 인정해 대전현충원이 아닌 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살아생전 자신을 노병으로 불러 달라 했던 대장이었다"며 "벼랑 끝의 나라를 지켜낸 장군의 이름을 지우고 함께 나라를 지켜낸 12만 6.25의 전우들이 있는 국립서울현충원에 그를 누이지 못하게 한다"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민주당은 한국전쟁 당시 백 장군의 공로를 인정하면서도 친일 행적을 고려해 공식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서울현중원에 안장된 친일인사들에 대한 '파묘' 입법도 추진 중이다.
다만 이해찬 대표는 이날 밤늦게 윤호중 사무총장,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의원과 함께 백 장군 빈소를 찾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