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수용 여부를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국 검사장들을 소집한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박종민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소집한 전국 검사장 회의가 9시간 릴레이 논의 끝에 끝났다.
대검찰청에 모인 검사장 다수가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도권 검사장 회의에서는 위법·부당한 지시에 대한 이의 제기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찰청은 3일 오전 10시부터 3팀으로 나눠 진행된 간담회가 저녁 6시 50분쯤 종료됐다고 밝혔다. 오전에 시작된 고검장 회의가 오후 2시까지 이어졌고 뒤이어 수도권 소재 검찰청 검사장 회의, 5시부터는 수도권 외 전국 지방검찰청 검사장 회의가 열렸다.
윤 총장은 가장 길었던 오전 고검장 간담회만 주재하고 오후 검사장 회의 2건은 인사말씀만 하고 회의엔 참석하지 않았다. 대검은 오전 회의에서도 윤 총장이 고검장들의 의견을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추 장관은 전날(2일)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결과만 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하라"며 대검에 보내는 수사지휘 원문을 공개했다.
그러나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오후 수도권 검사장 회의는 이 같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른 회의들의 분위기도 비슷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청법상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지휘는 특정 사건의 구속·불구속, 기소·불기소, 소환조사·압수 등 수사내용에 직결된 부분이 아니라, 총장의 지휘권 자체를 박탈하는 성격의 지휘여서 위법·부당하다는 것이 검사장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위법·부당한 지시에 대응하는 방식을 두고는 여러 가지 리스크를 고려한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우선 전문수사자문단은 추 장관의 지휘에 따라 당분간 열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필요성을 다시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반면 '수사팀이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도록 하라'는 지휘에 대해서는 명백히 위법·부당해 따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추 장관에게 재지휘를 건의하자는 데 의견이 모인 상황이다.
수사팀과 대검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대안으로 제시된 중립적인 특임검사 도입도 추 장관에게 요청할 사안 중 하나로 제시됐다.
이날 회의 도중 법무부는 "수사팀 교체나 제3의 특임검사는 이미 때늦은 주장"이라며 "그 명분과 필요성이 없음은 물론이고 장관의 지시에 반하는 것"이라고 미리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검사장들은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추 장관에게 반드시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총장이 참여하지 않은 오후 검사장 회의에서는 윤 총장의 거취 문제에 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다. 검사장들은 윤 총장이 이번 사태로 사퇴해선 안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검찰청 기획조정부는 이날 의견을 취합해 주말 또는 다음 주 월요일 윤 총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추 장관의 지시를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이행할지, 이견을 제시하거나 전면 불응할지 등에 대해 윤 총장의 결단만 남은 상황이다.
다만 대검 관계자는 "성급하게 결론을 내릴 일은 아니라는 분위기"라며 윤 총장의 숙고가 길어질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