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적극 대응 나섰지만…경찰 수사는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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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침에 따라 경찰, 대북전단 살포 적극 수사
문제는 적용 혐의…핵심 단속 근거는 없어
관련 행위 가운데 근거 법안 '짜깁기'
대북전단 '게릴라식' 살포도 속수무책
대북전단 '국익'과 '표현의 자유' 논쟁 지속

경찰이 지난 26일 경찰 관계자들이 서울 송파구 자유북한운동연합 사무실로 들어서는 모습.(사진=박종민 기자)

 

대북전단 살포 탈북단체에 대해 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선 가운데, 막상 전방위 수사를 진행하는 경찰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북 전단 살포를 단속하는 근거 규정이 없을 뿐더러, '게릴라식' 살포를 원천 차단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익'과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사이, 공권력 집행은 난항을 겪는 셈이다. 북한 눈치만 보고 있다는 정부에 대한 따가운 시선과 대북 전단 살포가 실질적 효과 없이 군사적 긴장감만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혼란상을 막기 위해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 대북전단 살포 적극 수사…'게릴라식' 살포엔 속수무책

최근 남북관계 악화에 따른 정부 방침으로 경찰의 대북전단 살포 수사 대상에 오른 단체는 26일 기준 자유북한운동연합, 큰샘, 순교자의 소리, 북한동포 직접돕기 운동 대북풍선단 등 총 4곳이다.

통일부는 지난 11일 이들 단체를 남북교류협력법‧해양환경관리법‧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항공안전법‧옥외광고물법 위반‧형법상 이적죄 등의 혐의로, 경기도는 지난 23일 사기‧자금유용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대북전단 살포 주요 거점에 24시간 경력을 배치해 방지 체제를 가동했다.

홍천에서 발견된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경찰은 첫번째 난관에 부딪혔다. 바로 '게릴라식 살포'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22일 밤 대북전단을 기습 살포했다. 이같은 사실은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직접 전해 알려졌으며, 경찰은 부랴부랴 진위 파악에 나선 바 있다.

대북전단 살포는 집회 신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경찰로선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그간 탈북민 단체는 '문화행사'라며 대북전단 살포를 진행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그저 주요 길목을 파악하다가 제지할 수 밖에 없다"며 "늦은 밤 산골에 CCTV도 없어 일일이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기습적으로 당한 경찰은 수사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26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발점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대북전단 살포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와 별개로 지난 25일 선교단체 '순교자의 소리'가 인천 강화도에서 성경책을 넣은 대형풍선 4개를 북한에 살포했다는 소식이 이날 뒤늦게 전해지기도 했다.

경찰이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이같은 '숨바꼭질'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자유북한운동연합 사무실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대북전단 살포 단속 근거도 마땅치 않아…관련 법안 '짜깁기'

경찰이 대북전단 살포를 확실히 단속할 근거도 마땅치 않은 모습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가능한 경찰력을 총동원,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한) 모든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사법 처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불법 행위를 따져 보면 애매한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경찰 단계별 대북 전단 저지 계획'에 따르면 △1단계: 대북전단 살포 발견 시 설득→강행시 물리력 행사→물품 사용 제지 △2단계: 고압가스, 드론사용 시 고압가스안전관리법, 항공안전법 등 위반 여부 확인 △3단계: 마찰 발생 시 신속대응팀‧기동팀 출동, 경찰 폭행 시 현장 검거 등으로 이뤄져 있다.

대북전단 자체를 막을 법적 근거보다, 관련 행위 가운데 위반 근거 법안들을 '짜깁기'로 찾아 적용해야 하는 셈이다.

통일부에서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한 남북교류협력법 13조 역시 '매매·교환' 등을 목적으로 하는 남북 간 물품 이동이라는 규정에 있어 대북 전단 살포에 적용하기 마땅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밖에 위반 혐의로 보는 '공유수면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은 전단 살포 과정에서 폐기물 무단 투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하고, '항공안전법'은 연료를 제외한 무게가 12kg 이상인 초경량 비행장치를 소유하거나 사용할 때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미리 신고를 안했을 경우에 적용된다. 사기‧기부금품법 위반 등은 업체 운영 비리와 관련한 사안이다.

결국 핵심을 찌르기보다는 이리저리 관련 법안을 대조해 위반 사실을 확인해야 하기에 수사가 좀처럼 탄력이 붙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 관계자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처벌 근거 자체가 애매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이리저리 법리를 따져봐야 하기에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부분이 있다"라고 밝혔다.

대북전단 살포(사진=연합뉴스)

 

◇대북전단 살포 '국익' vs '표현의 자유' 논쟁…사회적 논의부터

공권력 집행에 대한 고민은 근본적으로는 '사회적 논쟁'과 연결되어 있다. 대북전단 살포를 두고 남북관계라는 '국익'이 우선인지,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먼저인지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대북살포 정당성을 주장하는 측의 핵심 논거로 자리해왔다. 반면 이에 반대하는 측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 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헌법 37조 2항)는 근거를 제기하고 있다.

결국 논쟁은 법정까지 가기도 했다. 탈북자 출신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2015년 대북전단 살포를 경찰이 막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면서도, 접경지역 주민들의 피해와 남북 간 군사적 충돌 등 국민 생명과 재산에 명백한 위험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가 된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대법원 판례 이후에도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 이어져 왔다. 국회에서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꾸준히 발의해왔으나, 결국 표현의 자유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국익과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화여대 최원목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 판례를 공권력 집행의 이유로 적용하면 편의적인 잣대로 모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소지가 있다"며 "대북전단 살포에 있어 세세하게 어느 부분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어느 부분은 제한해야 하는지 기준을 마련할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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