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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국회는 왜 '판문점선언'을 비준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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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정부, '4·27 판문점선언' 이행 위해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
다음년도 비용추계서만 제출해 논란…"향후 대북협상력 위한 관행" 해명
당시 야권 중심으로 '선언문이 비준동의 대상?' 물음도 제기
비준동의해도 어차피 대북제재로 판문점선언 이행 힘들 거란 관측도

철거된 북한 개풍군 대남 확성기(사진=연합뉴스)

 

북한이 '4·27 판문점선언'으로 설치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고, 대남 확성기를 설치했다가 사흘 만에 철거하는 등 돌발행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남북관계 상황에서 국회가 지난 2018년 판문점선언 비준에 동의하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문재인 대통령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반도 상황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국회는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상임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은 채 멈춰있다"거나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고 세계가 주목하는 한반도 평화 새 역사를 만드는 일에 국회도 동참해달라"며 힘을 실었다.

◇부실했던 정부의 '비용추계서'…"관행이었다" 해명에 與도 반발

2018년 8월, 통일부는 4월 판문점선언을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국회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제출했다.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 향후 정권이 바뀌더라도 일관되고 지속적인 통일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였다. 국회는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헌법 60조).

그러나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거셌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통일부가 제출한 비용추계서가 말 그대로 '형편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통일부는 다음년도(2019년) 비용추계서만 제출했고 그마저도 사업별 세부 산출 내역서는 빠진 상태였다. 내부에서도 사업 타당성 여부, 추계의 적절성 및 재원 조달 방법 등을 면밀히 분석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일부는 2019년에 철도·도로 협력 등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2986억 원이 추가로 들 것으로 예상했다.

국회 전경(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와 같은 문제는 2018년 11월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이날은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안 숙려기간 끝나 자동 상정되는 날이었다. CBS노컷뉴스는 당시 회의록을 입수해 찬찬히 뜯어봤다.

당시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은 비용추계서에 적힌 '비공개 항목'을 지적하며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비용추계서를) 올려놓고 어떻게 비준동의를 해달라고 하느냐"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편리한 대로만 하려고 한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에 당시 통일부 조명균 장관은 "북한하고 협의를 통해서 (중략) 최종적으로 총사업비나 기간 같은 것이 결정돼야한다", "남북간 철도·도로 사업비가 남북협력기금에 반영되면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총사업비 관리도 신축성 있게 하는 것으로 쭉 해 오고 있다"며 사실상 구체적인 비용추계서를 제출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향후 대북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자세한 추계 내역은 공개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답변을 들은 야당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당시 자유한국당 정양석 의원은 "정말 (국회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있어서 되겠느냐"며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중앙관서의 장은 완성에 2년 이상이 소요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규모, 총사업비 및 사업기간을 정해 (국회와) 협의해야한다고 돼 있는데 지금 이게 어느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정현 의원도 "관행이라는 게 도대체 얼마나 힘이 세길래"라며 "관행이 법률과 헌법 위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정부의 이런 태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병석 의원은 "(국회에는) 비공개로 하고 국회예산정책처에는 내역을 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은 맞는 얘기"라고 거들었다. 진영 의원도 "국민의 알 권리도 있으니까 '여기까지는 공개를 하고 이런 부분까지는 비공개로 했으면 좋겠다'는 식의 합의를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비용추계 공개 범위를 놓고 정부와 야당이 대립하다 논의가 더이상 진행되지 못한 셈이다.

(그래픽=연합뉴스)

 

◇'평화', '비핵화' 항목도 비준동의 대상?…'대북제재'도 걸림돌

판문점선언이 과연 비준동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설전도 이어졌다. 판문점선언은 남북 정상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비핵화, 전쟁종식, 이산가족 문제 등 다방면에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정치 선언이다. 예산 문제를 넘어선 다양한 주제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어 선언문 전체를 하나의 비준 동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다.

당시 자유한국당 이정현 의원은 "(판문점선언을 보면) 평화수역, 평화지대 등은 영토문제에 해당해 예산하고 관련 없는 것"이라며 "그런 사안들을 개별 보고해 개별로 국회 동의를 받고 국회에서 개별적으로 예산심의를 받는 식으로 하면 순탄하게 풀릴 것"이라고 제시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도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서를 만들었듯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경제협력합의서, 통일협력합의서 등을 계속 만들어서 비준동의를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선언문 내 주요 내용을 항목별로 뽑아 예산 등을 구체화해 개별적으로 비준동의를 받으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판문점선언 내용을 따로따로 떼어내 비준동의를 받진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판문점선언 말고 군사합의서는 그래도 끝까지 비준동의 받지 않겠다는 거냐"는 윤 의원의 질문에 당시 조명균 장관은 "예, 군사 분야 합의서는 헌법 60조가 상정하는 비준동의 대상과는 다른 것"이라며 사실상 판문점선언 전체에 대한 비준동의가 아니면 의미가 없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당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판문점선언을 국회에서 비준동의해도 실제 이행할 수 없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대북지원 사업,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 현대화 사업 등은 유엔 제재 내용에 확실히 포함되느냐"고 물었고, 이에 조 장관은 "제재 내용에 포함되는 사항들이 있고, 또 제재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다"면서 "포함되는 것은 제재 해제돼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 비준동의를 서두를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최근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추진을 당론으로 정하자고 나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동의 문제가 조만간 당내에서 공식적으로 얘기 될 것 같다"(송갑석 대변인),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멈추거나 뒤로 돌릴 수는 없다. 판문점 선언 동의안의 국회 처리가 필요하다"(박광온 최고위원), "21대 국회가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야한다"(진성준 의원)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파괴하고 대남 적대 국면으로 돌아서면서 관련 논의에 제동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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