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엽서 속 전라감영(위), 복원된 전라감영. (사진=남승현 기자)
조선시대 호남과 제주지역을 거느린 전라감영의 옛 모습이 최초로 국민에게 선을 보이게 된 건 '고증' 덕분이다. 오래된 그림엽서와 지도 그리고 구한말 미국 공사대리가 찍은 사진을 통해 전라감영의 역사가 열렸다.
전라감영 복원 사업을 맡은 전주시청 최우중 학예사는 24일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오래된 엽서 한 장이 전라감영 복원을 시작하게 된 주요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엽서 속 사진에는 큰 기와가 양쪽으로 날개처럼 펼쳐져 위용을 갖춘 모습이다. '선화당(宣化堂)'이라는 한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기도 하다.
전라감영은 조선시대 호남과 제주지역을 다스린 관청이다. 전라도(전주)를 비롯해 충청도(충주), 경상도(대구), 함경도(영흥), 경기도(서울), 황해도(해주), 강원도(원주), 평안도(평양) 등 조선 팔도 지역을 대표하는 곳에 감영이 있었다.
전라감영 복원 사업을 마무리 중인 전주시는 오는 8월 일반에게 무료 개방을 앞두고 24일 언론에 전라감영을 공개했다.
전라감영은 가장 먼저 문을 들어서면 새로 복원된 선화당과 관풍각이 나란히 서 있다.
핵심 건물인 선화당은 옛 전라 관찰사가 근무를 하던 곳이다. 상량문은 복원될 선화당의 가치와 복원 경위, 의미 등을 담아 산민 이용 선생이 썼다.
복원을 위해 참고된 엽서와 고지도는 그야말로 건물 외형을 묘사하는 데 그친다. 건물 내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고증이 부족했다.
조지 클레이튼 포크(Foulk.1856-1893) 미 해군 중위가 찍은 과거 전라감영 선화당 내부 사진. (사진=전주시 제공)
조지 클레이튼 포크(Foulk.1856-1893) 미 해군 중위가 찍은 과거 전라감영 선화당 내부 사진. (사진=전주시 제공)
조지 클레이튼 포크(Foulk.1856-1893) 미 해군 중위가 찍은 사진 2장이 발견됐다.
구한말 미국 공사대리였던 포크 중위가 갑신정변이 일어나기 전 전라지역을 돌면서 찍어둔 선화당 내부의 모습이다.
사진 속에는 병풍 앞에서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선조들의 모습이 또렷하다.
최우중 학예사는 "정보장교였던 포크 중위가 서울에서 대리 공사로 있다가 갑신정변을 앞두고 지방 순회 도중 전라감영을 찾은 사진"이라며 "선화당 내부의 모습을 모르던 상황에서 미국 위스콘신 대학에서 찾은 사진이 복원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복원된 선화당은 최첨단 기술인 ICT(정보통신기술)가 접목됐다. 집무실에 들어서면 과거 전라 감사의 역할이 영상으로 건물 내부에 비춰진다.
복원된 전라감영 선화당 내부 사진. (사진=남승현 기자)
관풍각에는 AR(가상현실)이 접목된다. 망원경에 눈을 대면 과거 민정을 살피는 감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선화당과 관풍각 뒤로는 가족이 살거나 사랑방인 내아와 내아행랑, 연신당이 보인다. 복원은 역시 과거 지도가 도움이 됐다.
총비용 104억원이 투입된 전라감영 복원 작업은 '고증을 재현한다'는 원칙으로 진행됐다.
전라감영은 지난 2015년 구 전북도청사 건물을 철거하고 2017년 11월 재창조 복원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외행랑 부분에 주초석이 발견되면서 공사가 늦춰지기도 했다.
주초석은 과거 전라감영의 주요 건물들에 대한 기초가 되는 돌이다. 복원된 전라감영 건물 아래엔 과거 건물의 주초석들이 그대로 보관된 상태다.
전주부성 고지도 중 전라감영 부분. (사진=남승현 기자)
현재 복원된 전라감영은 전체가 아닌 동편에 속한다.
2단계 용역인 중인 서쪽은 시민 체험공간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다만 남쪽은 전주완산경찰서로 인해 복원이 쉽지 않다. 경찰서 내부에 당시 전라감영 남쪽에 대한 기록을 전시하는 공간 마련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전주시는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한 주차난 해소를 위해 전주완산경찰서와도 협의하고 있다. 전주완산경찰서 옆 주차장 부지를 활용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신축 주차장 건립을 검토 중이다.
오재수 전통문화유산과장은 "시민과 여행객의 안전을 고려해 '코로나19'로부터 안정적인 상황이 도래하면 준공 기념식이 추진될 예정"이라며 "전라감영 조성사업이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