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첫 단추 잘못 꿴 인천공항 정규직화…'이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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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칼럼]

인천공항의 정규직화 부작용 속출
교육부, 전남대병원에도 비정규직→ 정규직화 압박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동측 귀빈실 건물 앞에서 직원들이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위해 앞둔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항의하기 위해 모여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공약 1호 사업장이 아수라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10일 취임하자마자 인천공항을 찾아 "임기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며 인천공항이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일영 당시 공항공사사장은 "공항가족 1만 명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인천공항이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1호` 정책 사업장으로 꼽혔다.

문 대통령이 인천공항에서 행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발언이 전국 공기업과 정부 산하 투자기관에까지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인천공항의 경우 지난 3년 동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로 몸살을 앓으며 세계적인 공항들과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후순위로 밀어났다.

실제로 지난 3년 동안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근로자 9785명 가운데 7642명은 3개의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2143명은 인천공항이 직고용하는 형태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해당화실에서 1900여명 보안검색 노동자들 직접 고용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인천공항의 정규직 직원은 8배가량 늘었다.

이번에 인공공항공사 청원경찰로 직고용된 보안검색요원 1902명은 기존의 정규직 1400명보다 많은 숫자다.

청와대가 비정규직 공약 이행을 위해 개입했다는 말이 무성하다.

인천공항의 대규모 정규직화는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 강령 같은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와 배치된다는 의견이 거세게 일고 있다.

기존의 정규직들은 엄청난 공개경쟁을 통해 투명하게 입사를 했음에도 만 명에 가까운 비정규직들의 정규직화는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한 조치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기존의 정규직들은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자회사 정규직이 된 과거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청원경찰들이 자신들보다 우대를 받았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사진=연합뉴스)

 

인천공항공사는 대학 졸업생들이 가장 가고 싶은 '신의 직장'에 속해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박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천공항은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외에 국제공항의 특성상 어학성적, 어학 가산점,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1·2차 면접을 거쳐 최종 정규직 인원을 선발하는 채용 시스템이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기존 공기업 정규직과 공기업 취업 시험을 준비해온 취준생들은 `이게 공정한 나라냐`며 울분을 토하고 있고,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화에 대한 불만의 청원이 등장했다.

청원자는 "매번 동의만 하다가 처음으로 청원 글을 썼다"며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제 그만해 주십시오"라는 청원 이유를 밝혔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정규직 전환이 '기회도 평등하지 않고 과정도 공정하지 않다'는 것은 수백 대 일의 경쟁률과 험난한 정규직 준비 과정이 무의미하다는 취준생들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실제로 '꿈의 직장'이라는 공기업의 정규직 입사를 위해서는 대학 때부터 준비를 시작해 졸업 이후 2~3년 동안 시간과 돈 등을 쏟아 부어야 가능하다.

과거 고시와 다를 바 없는 공기업 입사 지옥문을 뚫지 않고 아르바이트 등으로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정규직 되는 길을 모색하는 게 기간도 짧고 비용도 적에 든다는 논리다.

사실 공기업의 경우 비정규직들이 대거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뀌면 신규 정규직 공채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 대졸자들의 취업문이 좁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선한 뜻의 정책이 신념화해 추진될 경우 어떤 부작용과 역효과를 낳는지를 인천공항공사의 사례가 여실히 보여준다.

떡 장사 할머니와 호랑이의 우화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도로공사와 철도공사, 서울교통공사 등 무수히 많은 공기업들에서 일어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이 혼란과 조직의 분열을 불러일으키고, 더 나아가 공기업 취업 희망자들의 꿈을 앗아가고 있다면 과장일까.

인천공항공사는 지금도 그렇지만 기존의 정규직과 신규 정규직, 본사 직원이냐, 자회사 직원이냐 등을 놓고 끊임없는 갈등과 대립, 심지어는 조직의 이완 사태와 연결될 우려가 크다.

전남대병원(사진=연합뉴스)

 

전남대 병원도 지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와 정부의 지시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교육부가 전대병원의 채용비리를 문제 삼아 청소원들과 경비원을 비롯한 비정규직 500명가량의 정규직화를 지시하며 압박하고 있다.

전대병원의 비정규직들은 연령대가 60대 중반으로 알려졌다.

전대병원의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이들을 정규직으로 직고용하면 2,3년 뒤부터는 인건비 때문에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취약한 재무구조라며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의 각 부처들은 산하 공기업과 공공부문 사업장들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문 대통령 공약 이행을 강조하고 있는 청와대에 성과를 보고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는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이런 일을 직접 겪고 있는 한 공기업 책임자는 "같은 진보정권이라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는 없었던 일들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특히 지난 총선 압승 이후 권위주의 정권들을 닮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기업들의 비정규직들을 대거 정규직화한다고 시간제 근로시스템과 일자리 감소라는 시대적 대세를 거스를 순 없다.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역설이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공항공사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2020년 적자가 3200억원이 될 것이라고 한다.

몇 년 지나면 공기업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공기업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봇물 터지듯 할 것이라는 전망을 한다면 성급할까.

약자, 가지지 않은 자, 소외된 자를 배려하고 보듬는 자세야말로 긍휼함의 발로다.

정부는 되도록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하고 그런 정책들이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때론 어리석고, 늘 이기적인 인간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사가 언제, 어디에서나 평등하고 공정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압박과 인사권을 사용해서라도 추진하려 한다면 그건 프랑스 대혁명 때의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를 시나브로 닮아가는 것일 수 있다.

지금은 무리수는 없었는지 지난 3년을 뒤돌아보고 보완해야 할 시기지 총선 압승을 명분으로 마구 달리는 시기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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