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8개 상임위원장' 포기를 시사하며 회군 방침을 밝힌 가운데 당내에서 상임위원장 후보군인 중진 그룹에서 '동상이몽(同床異夢)'식 대안을 내놓으면서 미묘한 기류가 만들어지고 있다.
통합당 중진들 중에는 '하반기 법사위원장 반납' 조건을 여당이 수용하면 11대 7의 상임위원장 배분을 하자는 주장이, 일각에선 일단 상임위로 들어간 뒤 통합당 몫의 상임위원장을 하반기에 쪼개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 조건부 복귀…후반기 법사위원장 반납의 협상안원내지도부가 '모든 상임위원장 포기'를 거론한 상황에다 중진들까지 법사위원장이 아니면 상임위원장을 내놓겠다고 공식 선언한 상황에서 여야 협상의 문이 닫혀가자, 협상론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통합당 의원들은 없다.
다만, 일각에선 ▲'후반기 법사위원장 확보' 조건부 복귀와 ▲21대 후반기 상임위원장 쪼개기 등 제3안의 대안이 나온다. 특히 상임위원장 후보군에 속하는 당내 3선 의원들 사이에선 강경 대응을 지지하는 의견과 장기적 안목에서 협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엇갈린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22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초반 원구성에서 전체 위원장 자리를 던지면서 결기를 보이는 건 잠깐이지만, 상임위원장 자리의 공백 여파는 향후 2년 간 지속된다"며 "안 그래도 의석수가 줄어든 야당 입장에서 위원장 자리를 잃으면 국정감사 등에서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등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서 민주당이 전반기 법사위원장을 갖고, 우리당엔 후반기 법사위원장 자리를 약속하는 정도가 마지노선일 것"이라며 "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여당이 타협할 수 있는 뭔가를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상임위원장 후보군 희생 여론도…1년 임기로 쪼개기 의견도
상임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통합당 3선 의원은 총 15명인데, 지역구 현안 해결과 의정 활동 등을 위해선 개인적으론 상임위원장 자리가 필요한 상태라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개별적으로 이해관계가 걸린 중진의원들 입장에선 선뜻 대여(對與)투쟁이 힘을 싣기가 난감하다는 분석이다.
당 차원에서 강경론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당과 개별 의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한 타협안이 당내에서 나오기도 한다. 일단 전반기 상임위원장 자리를 포기하며 민주당의 독주에 경고를 날리는 동시에 당내에서 후반기 상임위원장을 각각 1년씩 쪼개서 맡는 방식이다.
당내 한 의원은 "당내 중진들이 지금 국면에서 희생에 동참하면 현 지도부의 투쟁도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잠행 중인 주호영 원내대표를 충북 속리산 법주사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김성원 의원 페이스북 캡처)
◇칩거 중 '복귀' 시사한 주호영…'11대 7 배분안'에 반대 입장
지난 15일 민주당의 법사위원장 단독 선출에 반발해 원내대표직 사퇴를 선언한 주 원내대표는 전국 사찰을 돌며 사실상 칩거 상태다.
'법사위원장'을 사수하겠다는 민주당의 입장 변화가 없는 이상, 원내로 복귀하더라도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원구성 협상과 관련해 민주당이 11개, 통합당이 7개 등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눠 갖는 방식은 이젠 불가능하다는 전언이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 포기를 선언 후 원점에서 협상을 다시 시작하거나,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여당이 독식하는 방법 외엔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