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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개혁 악마는 디테일에…'권력강화‧현장혼선'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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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警개혁 핵심 '자치경찰, 국가수사본부' 지적
"자치경찰 보조역할, 국수본은 독립성 의문"
경찰 힘 뺀다 하지만, 오히려 경찰권한 강화?
경찰 "명확히 권한 분산…일선 현장과 치안유지도 감안해야"

검경수사권 조정안 세부내용. 출처=국회입법조사처 자치경찰 도입의 쟁점과 방향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힘이 실리는 경찰을 견제하기 위한 '개혁' 방향에 의문의 시각이 일고 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개혁 핵심 과제인 '자치경찰'과 '국가수사본부'가 경찰의 권한 분산 보다는 오히려 강화에 일조할 수 있다는 지적을 잇따라 제기했다.

자치경찰은 국가경찰의 치안 보조 역할에 그칠 뿐더러, 국가수사본부는 경찰청장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해 경찰 내 수사직위를 추가 신설하는 데 그친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일선 현장과 수사 상황 등을 감안한 개혁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경찰 개혁이 권한 분산 뿐만 아니라 치안 유지 및 서비스 제공이라는 큰 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입법조사처 "자치경찰, 국가경찰 보조역할" vs 경찰 "엄연한 이원화 구조"

#상황1. 가정폭력 112 신고가 접수됐다. 가정폭력을 소관하는 자치경찰이 일단 출동했지만, 단순 폭행이 아닌 중상해와 감금이 동반된 '강력범죄'로 조사됐다. 강력범죄는 국가경찰 소관인만큼, 자치경찰은 수사를 넘겼다.

#상황2. 길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자치경찰이 출동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무면허 운전과 중앙선 침범으로 인한 사고로 나타났다. 이같은 '12대 중과실' 사고는 국가경찰 소관이기에 자치경찰은 이번에도 수사를 넘겼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4월 발간한 '자치경찰 도입의 쟁점과 방향'에서 분석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현장 혼선 부분을 재구성한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자치경찰을 도입하면서 국가경찰이 여전히 전국 지역 치안을 전담하는 체계를 유지함에 따라 자치경찰이 치안보조로 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검경수사권 조정법이 통과됨에 따라 검찰은 직접수사 축소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잃게 됐고, 경찰에는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됐다. 경찰의 힘이 상대적으로 강해지자 다음 과제로 권한 분산을 위한 '경찰개혁'이 출발선에 오른 상태다.

자치경찰제 도입은 경찰개혁의 핵심 과제로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자치경찰을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현 국가경찰의 업무 중 생활안전, 교통, 지역경비 등을 이관하고 국가경찰의 36%에 해당하는 4만3천명이 이동한다. 현재 제주도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으며 2022년 전면 시행된다.

입법조사처에서 지적하는 부분은 수사권의 '미흡한 분산'이다. 경찰개혁 법안에 따르면 국가경찰은 형법상 범죄 및 114개의 일반‧특별법에 따른 범죄수사의 대부분을 담당하지만 자치경찰은 형법상 공무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 학교폭력과 가정폭력, 공연음란에 한정해 수사하고 일반‧특별법에 규정한 범죄 중 14개를 담당한다.

앞서의 가정폭력 예시는 이러한 구도에서 발생한다. 가정폭력에 있어 자치경찰은 폭행, 협박, 명예훼손, 모욕범죄만 수사하고, 상해‧중상해, 특수폭력, 감금, 강간 등은 국가경찰이 담당한다.

국가경찰의 권한이 여전히 막강한 가운데, 자치경찰에 보조적 역할이 추가돼 경찰권이 오히려 비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 혼란' 우려도 나온다. 한 사건에는 수많은 범죄행위가 얽혀 있는데, 당장 112 신고가 들어올 경우 '혼선'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입법조사처의 시각이다. 112 신고 자체도 자치경찰 업무로 이관했지만 비긴급‧일상사건에 한정하고 국가경찰은 중대‧긴급사건을 담당하는 등 체계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국가경찰, 자치경찰 소관 분류. 출처 = 국회입법조사처 자치경찰 도입의 쟁점과 방향

 


입법조사처는 "현장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사무 분류가 모호해 신속하게 현장 대응을 하기 곤란하거나 업무 떠넘기기로 인한 치안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가경찰체계도 아니고 자치경찰체계도 아닌 모호한 체계로 결국 경찰 전체 몸집만 키우는 격으로 경찰국가로 회귀할 가능성이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학계 역시 애매한 자치경찰제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조선대 이원상 법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치안활동과 범죄수사는 그대로 국가경찰에 남겨두고, 이에 더해 자치경찰에 치안서비스를 맡기는 것은 오히려 경찰권력이 강화될 소지가 있다"며 "자치경찰에 확실한 권한을 주지 않는 이상, 제도 도입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적극 반박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4만3천명의 자치경찰이 단순히 보조역할에 그칠 순 없다. 상황에 따라 자치경찰의 사무도 훨씬 많아질 것"이라며 "국가경찰과 달리 자치경찰은 지역 밀착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엄연한 '이원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 혼란과 관련해선 "우려가 충분히 제기될 수 있지만, 제주자치경찰을 시범 운영하면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혼선을 충분히 논의했고 안착된 노하우가 있다"며 "향후 112 신고 접수 기준을 잡고 종합 상황실에 국가경찰, 자치경찰이 함께 근무하게끔 할 것이다. 명확하지 않을 때는 현장에서 자치경찰이 충분하게 초동조치하고 수사를 국가경찰이 넘겨서 한다든지, 협약을 통해 혼선을 정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가경찰 체계와 함께 자치경찰 도입이 오히려 경찰권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자치경찰제 도입 핵심 취지는 지역단위 치안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있다"며 "이와 함께 국가경찰의 권한을 나누는 반사적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수사본부 독립성도 '쟁점'…경찰청장 입김에서 자유롭나

입법조사처는 지난 18일 '국가수사본부 설치 논의의 쟁점' 보고서를 통해 국가수사본부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경찰청에 설치되는 국가수사본부는 수사사무를 독립적으로 지휘‧총괄하며 경찰청장은 준칙‧규칙 등 일반적 수사지휘만 할 뿐, 수사방향 등 구체적 수사지휘는 할 수 없다.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방경찰청, 경찰서에 설치된 지방수사조직을 총괄한다. '사법경찰(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을 분리해 권한을 분산하는 셈이다.

그러나 입법조사처는 "국가수사본부를 경찰청 내부 조직으로 설치함으로써 경찰청장 등이 자신을 보조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막강해진 경찰권을 직‧간접적으로 수행할 여지가 없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입법조사처는 지방수사조직을 국가수사본부 소속으로 별도로 두지 않고 현행과 같이 지방경찰청장‧경찰서장 소속으로 그대로 둔 점을 언급하며 "독립적인 지휘, 감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국가수사본부가 경찰청에 설치된 점도 문제인데, 수사라인까지 명확한 분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절차에 있어 경찰청장 개입 소지가 있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입법조사처는 "국가수사본부장을 내부경찰로 임용할 경우에는 경찰청장이 내부경찰을 대상으로 후보자를 추천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이 제청하면 총리를 경유해 대통령이 임명하게 했다"며 "경찰청장이 내부 경찰 중에서 본부장 후보를 추천해 임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열어두는 것은 사법경찰 분리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본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이에 경찰 측은 국가수사본부의 도입은 경찰청장 권한을 명확히 나눌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전에 경찰청장은 구체적 수사지휘까지 가능했다면 일반적 수사지휘만으로 한정해 수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국가수사본부가 경찰청에 설치돼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선 "국가수사본부 수사의 독립성, 중립성을 지키되 본부가 전횡을 저지르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어 견제 기능이 필요하다"며 "수사는 치안의 한 파트라는 점에서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은 기계적으로 나눌 수 없고, 치안 유지 측면에서 기존의 경찰청과 분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라인 분리에 대해선 "경찰 업무는 서장, 청장 등으로 올라가는 지휘체계보다 수사라인, 경무라인, 보안라인 등 업무별로 지휘보고 체계가 가동돼 있다"며 "국가수사본부 수사라인도 그렇게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청장의 국가수사본부장 인사 개입 여지에 대해선 "국가공무원 중 기관장이 부하직원을 추천할 때 제청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며 "장관의 제청 과정도 있는 만큼, 경찰청장의 추천 의사표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개혁에 대한 입법조사처와 경찰의 시각이 맞부딪히는 가운데 이러한 쟁점들은 개혁 추진에 있어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경찰개혁은 행정안전부 소속 '수사권 조정 후속 TF'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원상 교수는 "경찰개혁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종합 점검을 해봐야 할 때"라며 "경찰권 강화가 우려되는 식으로 간다면 아예 현행 체계를 유지하고 막강하고 독립적인 시민위원회 설치 등으로 견제 기능을 갖추는게 오히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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