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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않는' 장겨울을, 신현빈은 '편견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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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슬기로운 의사생활' 장겨울 역 신현빈 ①

지난 2일 오후,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장겨울 역을 연기한 배우 신현빈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진=최성현스튜디오 제공)

 

흰 티, 아니면 청남방. 율제병원의 유일무이한 외과 레지던트 장겨울(신현빈 분)이 각각 여름과 가을에 입는 옷이다. 덕분에 병원 사람들은 장겨울의 옷차림을 보고 여름이, 혹은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알아챈다. 묶은 머리, 안경, 화장기가 거의 없는 얼굴, 왠지 뚱한 느낌의 표정. 장겨울은 '한결같음'으로 조용히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인물이다.

무뚝뚝하고 감정의 고저가 크지 않아 때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환자들을 위한 마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장겨울. 외과에 하나뿐인 레지던트라는 이유로 '의국 최고 권력자'라고 소개됐으나, 당당당(당직-당직-당직)에 지쳐 쓰러지지 않고 그저 하나의 일상으로 받아들이기까지 만만치 않은 날들이 지나갔으리라.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종영 5일 후였던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장겨울 역을 연기한 배우 신현빈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잘 웃지 않고, 표정이 거의 고정된 듯한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어렵진 않았을까. 쉴 새 없이 유머를 뿌리고 '픽미' 춤까지 추는 율제병원 제일의 분위기메이커 이익준(조정석 분)의 웃음 공격에도 끄떡없었던 장겨울. 신현빈은 웃음 참기가 힘들었다면서도 장겨울이 편견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단다.

◇ 나름대로 '예를 갖추고' 나왔던 장겨울의 패션과 메이크업

신현빈은 '슬의생'에서 외과 유일의 레지던트 장겨울 역을 연기했다. 너무 바빠서 꾸밈에 도저히 신경 쓸 시간이 안 날 것 같은 캐릭터였다. 안경, 묶은 머리, 단벌에 가까운 옷이라는 설정은 대본에 나와 있었으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신현빈의 몫이었다.

신현빈은 "되게 지쳐 보인다고 얘기를 많이 해 주시는데 저도 참 좋았다"라며 "어떻게 보면 되게 사랑받는 동시에 힘들게 살고 있는 거니까. 어떤 분이 그런 얘기를 하셨다더라. 말이 좋아 외동딸이지, 너무 힘들게 애를 부려먹고 있는 거 아니냐고. 그런 생활이 익숙해진 사람이니까 어느 정도 지쳐 있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여름엔 흰 티, 가을부턴 청남방. 장겨울의 교복과도 같은 옷 역시 고심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배역에 가장 잘 어울리는 차림이 뭘까 고민했다. 스타일리스트가 준비한 가짓수만 20~30벌에 달했다.

신현빈은 '슬의생'에서 율제병원 외과의 유일한 레지던트 장겨울 역을 연기했다. (사진=유본컴퍼니 제공)

 

그냥 아무 흰 티 입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알고 보니 이런 수고가 있었다. 신현빈의 설명에 따르면, 장겨울에게 옷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게' 입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실용적이고 편한 옷을 입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청남방도 남성용 옷을 골랐다.

신현빈은 "머리를 되게 대충 묶고 나온다고 하시는데 (제가) 의도했지만, 실제로는 파마 기운이 남아 있어서 나름 드라이도 하고 예를 갖췄다. 너무 자다 일어나서 온 사람처럼 보시더라"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머리 묶었을 때도 스프링 고무줄로 묶었는데 걔(장겨울)는 왠지 그럴 것 같더라. 그런 설정을 했고, 머리도 볼펜으로 슥 올려도 되지 않을까 했다. 그런 사소한 설정을 제가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화장은 베이스 메이크업을 가볍게 하되 틴트는 바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약간 컬러가 있는 립밤을 바르다가 화면으로 보니 왠지 장겨울이라는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고 거슬리는 것 같아서 점점 더 색이 없는 립밤으로 바꿨다.

신현빈은 "후반에 (캐릭터가) 지쳤을 땐 안 바르다시피 했다"라며 "전체적으로 예쁘게 비춰질 필요가 없는 캐릭터였다"라고 말했다. 원래 캐릭터를 잡을 때 외양에도 신경 쓰냐는 질문에 신현빈은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서 거기에 의지하고 싶기도 하고, 연기를 똑같이 해도 외형이 어떤가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 웃지는 않지만, 편견 없는 장겨울

율제병원을 배경으로 의료진과 환자들의 소소한 일상을 따뜻하게 풀어낸 '슬의생'에서 장겨울은 아마 가장 표정 변화가 없는 캐릭터 중 하나였을 것이다. 과중한 업무를 '맛있는 것 먹기'로 풀어내는 그는, 익살과 장난, 유머러스함으로는 단연 첫손에 꼽힐 이익준의 재롱에도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았다.

장겨울은 묶은 머리, 안경, 화장기 없는 얼굴에 옷도 흰 티와 청남방을 계절에 맞게 입는 캐릭터였다. (사진=tvN 제공)

 

신현빈은 "초반에 익준이가 픽미 춤을 출 때 지문에 '무표정한'이라는 표현이 있던 거로 안다"라며 "리허설 때 웃고 컷하면 웃었다. 심지어 그게 첫 촬영이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현장에서 처음 마주했는데 '픽미' 추는 걸 견뎌내야 했다. 이 고비를 이기면 앞으로도 괜찮겠지 했다"라며 "대본에 리액션이 적혀 있지 않은 장면에서도 안 웃는 게 맞겠다 싶었다"라고 부연했다.

"제가 생각하기에 겨울이 자체가 웃음이 많은 사람은 아니에요. 익준이 유머가 잘 맞지 않는 것 같았어요. 다수에게 통하는 유머인데도요. 그 춤(픽미)을 추는데 아무렇지 않아 했다는 자체가 겨울이가 소수의견파 아니었나 싶고요. 되게 편견이 없는 거죠. 그냥 '핫바를 주시네?', '갑자기 춤을 추시네?' 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라고, 다만 유머의 결은 익준이와 맞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했어요."

유머 코드는 조금 어긋났지만, 극중 이익준은 장겨울을 딸처럼 대했다. 그래서 두 사람에게서 '부녀 케미'가 나온다는 반응도 많았다. 신현빈 역시 이 같은 반응을 아는 듯 '이익준 아버지', '저희 아빠' 등의 표현을 썼다. 신현빈은 "주변에서 부녀 같은 케미라는 얘기를 전해 듣고 농담처럼 현장에서 '아부지' 하면, (조정석이) '그래, 딸아' 했다"라고 말했다.

장겨울이 꽃다발을 들고 들어와 외과 교수들이 호들갑을 떠는 장면도 재미있게 촬영한 장면 중 하나다. 워낙 인원이 많았던 데다가, 나중에 플래시백으로 다뤄지는 부분도 한꺼번에 촬영해서 시간이 꽤 걸렸다. 익준이 콜라를 따는데 샴페인처럼 터져버렸는데 당시 끊고 갈 수가 없어서 조정석이 NG를 내지 않기 위해 '몸부림'쳤다고.

신현빈은 "의도한 장면이 아니니까 소품 팀도 굉장히 당황하고, 배우도 (콜라가 터져서) 끈적해지고 지저분하게 됐는데 희한하게 콜라가 계속 터지더라. 감독님이 '예능 신이 내린 거 아니냐'라고 하셨다. 다 웃는데 소품 팀만 영문을 알 수 없어 했다. 그런 게 신기했다"라고 말했다.

◇ 신현빈은 장겨울과 얼마나 닮았을까

신현빈이 맡은 장겨울은 '슬의생'에서 간담췌외과 조교수 이익준(조정석 분)과 '부녀 케미'를 선보였다. (사진=tvN 제공)

 

'슬의생' 바로 전작이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었다. 여기서 신현빈은 실수로 큰 빚을 지고 술집에 나가며 빚 갚는 데 여념이 없는, 이 지긋지긋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주부 미란을 연기했다. 시도 때도 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 앞에선 작아지지만, 때로 꽤 냉정하고 자기중심적인 얼굴을 노출하는 복합적인 인물. 확실히 장겨울과는 다른 캐릭터였다.

전작과 확 달라진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을 묻자, 신현빈은 "근데 저는 그것도 저 같고 이것도 저 같고 해서 크게 달라 보인다는 생각을 잘 안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장겨울과의 일치도에 관해서는 겉모습은 평상시 본인 모습과 거의 똑같다고 말했다. 안경 끼고, 화장기 없고, 머리 묶은 모습. 집에서 영화 볼 때 딱 자기 모습이라고.

신현빈은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이 볼 땐 (장겨울이) 그다지 낯선 모습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 관객이나 시청자분들께는 다르게 보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캐릭터에 맞게 보였다면 저는 그게 되게 기분 좋은 일인 것 같다. 전혀 다른 외형을 갖고 가는 건 부담감보단, 겨울이로 '이런 걸 보여드릴 수 있겠다' 하는 신선함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처음에 대본을 보고 장겨울과 한 절반쯤 닮았을까 생각했다던 신현빈은, 정작 주변에서 '장겨울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편이고 단호한 면이 있고 좋아하는 일에는 열성적인데 관심 없는 일에는 정말 무관심한 것,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면이 있어요. 큰일일수록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덤덤하게 받아들이려고 하는 그런 면은 비슷해요. 어렸을 땐 더 많이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겨울이가 계속 성장하고 사회화되어가는 것처럼 저도 많이 변해온 것 같기도 하고요."

연애 스타일은 장겨울만큼 숙맥은 아니었던 것 같단다. 신현빈은 "겨울이처럼 그렇게 순수하게 누구를 좋아해봤던 것도 저한테는 오래전"이라며 "그렇게 용기 있었던 적도 없었던 거 같다. 대본으로 볼 때 (장겨울의 태도가) 되게 예쁘게 느껴지면서도 그걸 어떻게 잘 표현해야 할까 그런 게 어려웠다. 사소한 행동을 되게 풋풋하게 해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라고 전했다. <계속>

배우 신현빈 (사진=최성현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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