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면엔]11번가도 제친 당근마켓, 중고거래앱이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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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돌아본 집안 살림 '당근 홀릭' 중독 "팔 것만 보여"
지역 기반 직거래, 당신 근처의 모든 정보를 연결 '마을 커뮤니티' 부활
당신의 거래가 온실가스를 줄이다…중고거래의 '환경학'
AI가 광고·모조품·사기글 걸러내 '신뢰 향상'
'불황형 소비의 단면'이란 진단도…중고시장 더 커질 것

[e면에는] 기사로 다 쓰지 못했던 내용을 담습니다. e커머스 업계 뒷얘기부터,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를 싣습니다. 한 발짝씩만 서로를 이해하면 조금 더 살만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이 이야기에 반하는 내용이 있으면 얘기해주세요. 그 이면을 또 들으러 가겠습니다.

(사진=당근마켓 제공)

 

당근마켓이 지난 5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쇼핑앱 2위에 올랐습니다. 1위는 쿠팡(1349만 명), 이어 당근마켓(679만 명), 그 뒤로 11번가(604만 명), G마켓(521만 명), 위메프(372만 명), 티몬(358만 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고거래앱으로는 당근마켓이 유일합니다.

특히 당근마켓 사용자는 지난해 5월 241만 명에서, 1년 만에 679만 명으로 182%나 올랐습니다. 거래 건수도 지난 1월 4백만 건에서 4월 기준 750만 건으로 늘었습니다.

당근마켓은 '지역'에 기반한 '중고품 직거래' 서비스입니다. 만나서 얼굴을 보고 물건을 주고 받는 거죠. 코로나19로 외출을 꺼리고, 건물엔 외부인 출입을 차단하고, 친구와의 약속도 미루는 마당에 낯선 사람을 만나서 쓰던 물건을 바꾼다?

(사진=와이즈앱 제공)

 

그런데 당근마켓에선 통했습니다. 중고나라, 번개장터같은 중고거래앱은 물론 쇼핑 강자인 지마켓이나 11번가까지 제쳤습니다. 사람들은 왜 당근마켓을 쓰는 걸까요? '언택트'를 먹고 자라는 네이버나 카카오에는 없는, 당근마켓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당신의 근처에서 만나다

당근마켓은 '당'신의 '근'처에 있는 마켓이라는 뜻입니다. 앱을 처음 구동하면 사용자 위치를 설정하고, 당신이 있는 곳에서 6km 이내 이웃끼리만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까다롭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동네 인증을 해야 하고, 찾는 물건이 있더라도 올린 회원의 거주지가 멀면 채팅도, 검색도 아예 안 되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이점이 '거래 신뢰'에 플러스가 됐습니다. "벽돌이 배달됐다"는 등 거래 사기를 방지하고, 택배를 부치기 위해 박스를 찾고 송장을 보내는 번거로움도 없습니다. 어차피 근처에 살다 보니 그리 멀리 이동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퇴근길에 판매자 집에 들러 거래하기도 하고, "00사거리 00 편의점 앞"처럼 한마디면 약속 잡기에 충분합니다. 물건과 현금이 오가지만 반바지, 슬리퍼 차림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여타 결제 시스템도 필요 없고요. 얼굴을 맞대고 거래하니 돈 떼일 걱정 없고, 오다가다 만날 수 있는 이웃이니 굳이 낯 붉힐 일도 만들지 않습니다.

◇코로나19로 돌아본 집안 살림, 거래하며 이웃 사귐은 '덤'

당근마켓이 잘된 데는 외부 요인도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집에 주로 있다 보니, 집안 정리에 시간을 쏟고, 그러다 안 쓰는 물건들이 눈에 자꾸 밟히는 것이죠.

경기도 일산에 사는 박시윤(33살·가명)도 3월부터 구석에 있던 살림들을 하나씩 팔고 있습니다. 디럭스 유모차, 접이식 유모차, 아기 소파, 동화책 등을 팔아 40만 원 넘게 벌었습니다.

"집에만 있다 보니 집안 살림에 자꾸 손이 가고, 버리기엔 아까운 물건들을 시험 삼아 당근마켓에 내놔봤다"는 박 씨는 게시물 올린 지 5분 만에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유모차나 가구 같은 건 버리는 것도 일인데 구매자가 직접 집에 와서 들고 가고, 돈까지 벌게 되니 정말 편했다"며 경험을 전했는데요, 이제는 물건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금방금방 커버리는 아이 옷은 새것 대신 당근마켓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다고 합니다.

코로나에 낯선 사람 만나는 게 두렵진 않냐고 묻자, "어차피 마스크를 끼고 오고, 아기 엄마들인 만큼 신경을 잘 쓸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답합니다. 또 "낯선 사람이라기보단 내 이웃이라 생각하니 거부감도 없고, 주로 육아용품을 거래하다보니 나이도 비슷해 이를 빌미로 친해지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당근마켓' 블로그 화면 캡처)

 

◇당근마켓은 중고거래앱이 아닙니다

정확히는, 중고거래만을 위한 앱은 아니라는 건데요. 당근마켓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중고거래는 '그저 거들뿐'입니다. 당근마켓팀 블로그에는 '동네 이웃 간의 연결을 도와 따뜻하고 활발한 교류가 있는 지역 사회를 꿈꾸고 있어요'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온라인 공간에 일종의 마을 커뮤니티, 회사의 표현을 빌리면 '작은 세상'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집 근처에서 슬리퍼를 신고 천천히 걸어 나가 이웃과 웃으며 거래하는 상상을 해요. 거래하며 괜찮은 동네 업체를 추천받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다음 날 그 업체에서 만족할만한 경험을 해요. 이 경험을 다시 근처에 사는 친구에게 이야기해줍니다. 이렇게 동네 이웃 간의 연결을 도와 따뜻하고 활발한 교류가 있는 지역 사회를 꿈꿉니다"

당근마켓에는 중고 물품뿐 아니라 각종 동네 품앗이가 활발하게 이뤄집니다. 예를 들어, 급히 아이를 봐주실 분을 찾거나 반려견 산책시켜줄 이웃을 구할 때, 영어 공부 모임, 조기 축구회 구성원을 찾는 글까지 다양하게 올라옵니다. 물건을 교환하는 장터에 머물지 않고 마을 커뮤니티로 조금씩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당근마켓과 다른 중고거래앱, 그리고 네이버, 카카오, G마켓 등에는 없는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울산 삼산동 주민의 사용후기는 당근마켓의 매력을 생생하게 느끼게 합니다 "여기는 돈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닌 이웃들과 안 쓰는 물건들을 공유하고 정을 주고받는 동네 장터 같아요. 거래할 때마다 이웃의 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답니다"

(사진='당근마켓' 홈페이지 캡처)

 

◇거래수수료 0원, 당근마켓은 뭐 먹고 사나요?

마을 공동체를 위한 당근마켓의 노력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여기에도 있는데요, 당근마켓의 거래 중개 수수료는 '0'원입니다. 흔히 거래 중개 수수료를 수익 모델로 가지고 있는 C2C 마켓플레이스와 당근마켓은 다릅니다.

그럼 어떻게 여기는 먹고 살까요? 유일한 수익 모델은 광고입니다. 이것도 동네 주민만을 겨냥한 광고입니다. 동네 미용실부터 이사, 과외, 조명, 인테리어, 네일숍 등 확실한 지역 타깃이죠.

당장 주머니에 들어오는 수익은 다른 중고거래앱보다 적겠지만, 중고거래앱 1등이 목표가 아니었기에, 그리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지역 커뮤니티로 사업이 가능한 '동네 종합 플랫폼'이 될 가능성으로, 지난해 400억원의 투자를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전문 업자의 활동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당근마켓의 신뢰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머신러닝으로 AI를 학습 시켜 관련 사진을 찾아내 아예 거래를 못하게 만든 건데요, 루이비통, 구찌 등 명품 가방 모조품(짝퉁)도 AI가 잡아냅니다. 일반인들의 중고 거래가 아닌 상업적 광고 글, 사기성 글도 마찬가집니다.

당근마켓의 성장이 반가운 데는, 물건을 버리지 않고 새 주인에게 넘겨주면서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인데요, 당근마켓은 "동네 이웃들과 직거래해, 포장에 필요한 포장재 사용과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 당근마켓은 이용자에게 '당근가계부'를 발송합니다. "00동 주민들이 당근마켓 거래를 통해 재활용한 자원의 가치는 34,605.0t의 온실가스를 줄인 것과 같아요" 등의 내용입니다.

물론 중고거래자들이 환경 문제를 깊이 고려해 관련 플랫폼으로 모인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폐기물 문제는 '재사용'보다 '버려지는 양을 줄이는 것'에 방점이 있습니다. 중고 거래를 통해 일부는 재활용되고, 버려지는 양을 줄였으므로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 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2020년 뉴(new) '아나바다'인 셈입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불황형 소비의 단면'이란 진단도

당근마켓이 성장한 데는 코로나19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탓도 있습니다. 중고 시장은 '불황을 먹고 자란다'는 얘기가 있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세계적으로 이런 추세가 자리 잡았습니다.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새것보단 저렴한 중고를 찾고, 쓰지 않는 물품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려는 경향이 많아진 건데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중고는 저성장이 악화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인데, 나름의 수입 속에서 '적게 쓰지만 큰 만족을 얻으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합니다.

업계는 앞으로 이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중고 거래에 대해 거부감이 사라지고 쏘카, 우버, 에어비엔비 등 공유경제 붐이 일면서 '쓰던 물건'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개선됐습니다. 특히 IT기기 얼리어답터들은 신제품이 나왔을 때 써보고, 얼마 뒤 새제품이 나오면 그전의 것을 팔고 또 다시 사는 모습도 더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근마켓의 인기가 보여주듯 저성장 시대가 고착화되면 적게 사고 적게 쓰는 미니멀리즘이 소비문화의 새로운 주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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