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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구속' 피한 삼성…'기소 명분' 얻은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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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숙 판사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구속 필요성은 소명 부족"
"피의자 책임 유무·정도는 재판과정에서 결정하는 게 타당"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했지만…'재판 필요성' 언급
외부전문가 수사심의위 열리더라도 기소는 이뤄질 듯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재판의 필요성은 언급했다. 삼성은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고, 검찰은 기소의 명분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영장실질심사가 시작된 지 약 15시간 만인 9일 새벽 2시쯤 '구속영장 기각' 결론을 내놨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이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기각됐다.

원 판사는 기각 사유에 대해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 그러나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수사 내용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 우려 등을 앞세워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한 검찰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 부회장 측은 대기업 총수로서 도주 우려가 없고 1년7개월여 이어진 검찰 수사로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으므로 구속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주장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원 판사는 범죄 혐의 소명 여부에 대해선 뾰족한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그 몫을 재판으로 넘겼다. 즉 기소의 필요성은 있다고 본 셈이다.

법원이 이 같이 판단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앞서 '시민들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소집을 신청한 외부 전문가들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개최되더라도 큰 변수로 작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불기소 결론'이 나오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러나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영장 기각 후 입장을 내고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법원의 판단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취지"라고 해석하면서 기소에 대해서도 판단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본 것이다. 영장 기각이라는 유리한 결과를 토대로 변수를 만들어 보려는 모양새다.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를 결정짓는 검찰 시민위원들의 '부의심의위원회'는 오는 11일 열릴 예정이다.

반면 검찰에선 법원이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 혐의는 어느정도 소명됐다고 본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서울중앙지검도 입장을 내고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며 "다만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강 수사‧기소 의지를 분명하게 못 박은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한편 검찰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이 부회장이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조직적인 불법 행위며, 이 부회장이 주도적으로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이번 사건을 '사상 최대의 금융범죄'로 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관련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역시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됐다", "이 부회장은 어떤 불법적인 내용도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는 핵심 논리들을 유지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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