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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담벼락 도배한 구호 숨은 뜻…ACAB? R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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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ops Are Bastards(경찰관들은 다 나쁘다)
Respect Existence or Expect Resistance(존재를 존중하지 않으면 저항을 각오하라)

백악관 북쪽 담벼락이 시위 구호로 도배돼 있다.(사진=권민철 특파원)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미국의 시위가 평화적으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시위대들의 요구가 워싱턴DC 백악관 앞에 분출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시민들의 백악관 접근이 가장 쉬운 라파예트 공원과 마주한 백악관 북쪽 철제 담벼락은 각자가 써 붙인 각양각색의 구호로 도배돼 있었다.

거리에 나선 시위대의 손팻말과 달리 담벼락에 붙은 구호는 누군가 떼지 않는 한 오래 붙어있기 때문에 인파들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한 곳이다.

보면 이해할 수 있는 구호도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매우 생소한 글귀도 상당수 붙어있었다.

'Silence is Violence'(침묵은 폭력)은 단순하면서 강렬한 구호로 언론사 카메라 앞에 가장 노출도가 높은 것 가운데 하나다.

7일(현지시간) 백악관 앞 시위대들. 'Silence is Violence', 'Injustice anywhere is a threat to justice everywhere'라는 손 팻말을 들고 있다.(사진=권민철 특파원)

 

'Injustice anywhere is a threat to justice everywhere'라는 문구를 크게 적어 온 시위대도 있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명언으로 말 그대로 '어떤 한 곳에서 정의롭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면, 그 것은 다른 곳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을 담고 있다.

'If you are a racist I will attack you with the north'라는 문구는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의 어록이다.

'당신이 인종차별자라면 나는 북부군과 함께 당신을 공격하겠다'는 뜻이다.

'북부군'(the North)이란 남북 전쟁 당시 흑인 노예화에 반대했던 '북부 연맹'의 군을 말한다.

백악관 담벼락 아래 시위대. 가운데 사람이 든 손팻말에 'If you are a racist I will attack you with the north'라는 링컨 대통령의 어록이 적혀 있다. 그 뒤로 ACAB(All Cops Are Bastards)라는 줄임말이 보인다.(사진=권민철 특파원)

 


'Respect Existence or Expect Resistance'라는 구절도 눈길을 끈다.

'존재를 존중하지 않으면 저항을 각오하라' 정도로 옮길 수 있는 이 문구는 미국의 유명 흑인 혁명가 말콤 X의 어록에서 따 온 말로 알려져 있다.

"We declare our right on this earth to be a human being, to be respected as a human being in this society, on this earth, in this day which we intend to bring into existence by any means necessary."(우리는 이 세상에서 인간이 될 권리 즉 지금 이 순간, 이 사회에서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를 선언하며, 필요한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존재하게 하려고 한다)는 말을 축약한 표현이다.

백악관 담벼락엔 경찰과 관련된 문구가 상당수 눈에 띄었다.

Defund Police(아래), RESPECT EXISTENCE OR EXPECT RESISTANCE(오른쪽 위)(사진=권민철 특파원)

 

ACAB라는 생소한 표현은 처음 봐서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구절이다.

이는 'All Cops Are Bastards'(경찰관들은 다 나쁘다)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1972년 동명의 드라마가 나온 뒤 경찰의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공권력 행사를 비판하는데 널리 이용되는 구절이다.

'Defund Police'라는 표현은 최근 가장 널리 회자되는 구호가운데 하나다.

'defund'는 '주던 돈을 끊다'는 뜻으로 경찰에 대한 재정 중단을 의미한다.

베트남 전쟁 종식을 촉구할 때 나왔던 구호가 'defund the war(전쟁 지원 중단)'였다. 경찰 해체에 버금가는 급진적인 요구인 셈이다.

실제로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도 이날 경찰예산 삭감을 이날 약속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경찰 개혁 요구가 들끓자 60억 달러에 이르는 뉴욕시 예산 가운데 일부를 삭감해 청년 서비스와 사회복지 등에 전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뉴욕시가 가장 먼저 '경찰 재정 중단'을 실천에 옮긴 셈이다.

한편, 이번 시위 속에 가장 널리 구전되고 있는 구호는 단연 BLM(Black Lives Matter)이다.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는 구호 옆에 BTLN(Black Transgender Lives Matter)라는 글귀도 나붙어있는 걸 볼 수 있다.

그 밖에 아래의 구호도 눈에 띄었다.

- No justice no peace.(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
- Let them breathe.(그들을 숨쉬게 하라)
- Dear good cops, your silence is consent.(착한 경찰관님들, 당신의 침묵은 동의입니다)
- The people are empowered, The president is coward.(시민들에게 권력이 있습니다. 대통령은 겁쟁이일 뿐입니다)
- 8 minutes 46 seconds.(8분 46초.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관에 목이 졸린 시간)
- Black is not a crime.(검은 것이 죄는 아닙니다)
(사진=권민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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