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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조정훈 "기본소득 받은 청년, 술먹고 놀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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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실험' 효과 미미하다는 지적에 "기본소득은 일자리 인센티브 아냐"
"한국 청년, 기본소득 이상으로 잘 살기 위해 경험.스펙 쌓으려고 노력할 것"
55조 3차 추경 대상자에게 "일시키지 말고 그냥 주자, 공공일자리 비생상적"
법인세 인상 반대…"나눠 먹을 소 잡아 온 사람에게 부담 많이 주면 안돼"
규제 완화로 경제 파이 키우기, 행정비용 절감, 복지 조정 등으로 재원 마련
기본소득은 작은정부 지향, 결국 '보수 담론'…"나는 진보·보수 아닌 생활주의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기본소득은 여야가 최근 주도권 경쟁까지 벌이며 정치권 최대 화두가 됐다. 전세계적 현상이 된 코로나19 감염사태가 인간적인 삶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킨 덕분이기도 하다.

기본소득이 다음 대선의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커졌다. 누구나 일상생활을 영위할 정도의 소득을 국가에서 보장해주자는 기본소득을 한국에서 처음 공론화한 것은 청년 정치세력인 '시대전환'이다.

시대전환을 대표해 지난 총선에서 여의도에 입성한 조정훈 의원을 지난 5일 국회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그는 진보 어젠다처럼 보이는 기본소득이 알고보면 "보수담론"이라고 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기본소득은 기존의 경제관념을 흔들 뿐아니라 근원적인 철학적 문제와도 닿아 있었다.

▶ 시대전환이 그동안 주장해 온 기본소득에 대해 여야 반응이 뜨겁다.

= 반가운 일은 맞는데 기본소득이 만만한 제도가 아니다.

완전히 다른 경제적 패러다임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준비해야 할 것이 굉장히 복잡하고 많다.

기본소득에 대한 정의부터 다양할 것이다.

▶ 기본소득이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 일정 금액을 매달 국가에서 지급해주는 것이 아닌가. 정의랄게 다른 게 뭐 있겠나.

= 우선 대상이다. 대한민국 국민에게만 줄 것인지, 한국에 있는 외국인에게도 줄건 지 등이다.

아니면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말한대로 청년에게만 줄 것인지, 청년에게만 주면 보편적이지는 않다. 보편성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둘째는 기본의 수준이 뭘까이다. 기본이 최저생계비일까. 최저생계비로 맞추면 지금하고 뭐가 다르냐고 할 것이다.

정부가 부담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을 줘야한다고 할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소득인데 여기서 가장 혁신적인 게 '노동없는 소득'을 말한다는 점이다. '일하면 준다'가 아니고 '무조건 준다'는 게 아닌가.

산업화까지 있어 왔던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는 패러다임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얘기가 되는 것이다. '무노동 무임금'이 본질적으로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 코로나19 사태가 기본소득 논의를 촉진시킨 것 같다. 긍정적으로 보나.

= 전국민에게 주는 재난지원금이 여야 합의로 실행됐고, 국민 입장에서 살에 와닿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판적이던 언론들도 '시장 상권이 살아났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고 있다.

'아, 이게 되는데' 하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지금 생겨나고 있다. 굉장히 좋은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 국회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논의를 이끌어 가려고 하나.

= 행정부는 실행의 장소이고, 국회가 토론·논의의 장소다. 국회차원에서 기본소득 특별위원회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려 한다.

대통령이 '안을 만들어 오시오' 하면 기재부가 만드는게 아니라 국회에서 논쟁을 붙여보고 싶다.

기본소득에 대한 정의, 중앙정부-지방 정부가 역할 분담(거버넌스), 재원조달 등 쟁점 3~4가지 정도를 가지고 컨센서스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5년 간의 로드맵을 여야가 합의해서 만들수 있다.

▶ 기본소득 논의에서 국회 역할을 강조한다. 왜 국회가 중심이 돼야 하나.

= 행정부가 낸 안을 국회가 받고 주변부 이것저것 몇개를 정리하는 방식, 예를 들어 매달 30만원 주는거 25만원으로 내리는 식으로 하면 절대 안된다.

기본소득은 단지 분배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경제 패러다임, 대한민국에서 삶의 의미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진다. 국가의 역할이 뭔지, 인간으로 누릴수 있는 권리가 어디까지인지도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국회가 진영을 넘어서 특위를 꾸려 올해말까지 진지하게 토론하고 언론이 도와주고 국민의 피드백을 모으면 뭔가 나올수 있다.

▶ 그런데 노는 사람한테도 돈을 준다면 '근로의 의미가 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지 않나.

= 그건 대한민국 국민을 잘 모르고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55만명 일자리 창출이 3차 추경의 핵심 내용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실현만 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있나.)

저는 100% 반대다. 첫째 55만개 일자리는 일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돈을 주기 위해서 만드는 일자리다.

제가 세계은행에 있을때, 영어로 'public work program'(공공일자리) 정책을 해봤는데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아마 세계은행이 가장 많이 했을 것이다.

청년, 취약 계층 등 55만명에게 쓸 예산을 일 시키지 말고 그냥 주자는 것이다.

그럼 남는 시간에 청년들이 뭘 할까. 저는 대부분 사람들이 이런 돈 받지 않아도 살수 있을 만큼 스펙과 경험을 쌓기 위해,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믿는다. 일부는 그렇다 쳐도 대다수가 술먹고 낮잠을 자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진=연합뉴스)

 

▶ 그래도 일자리가 있는 게 낫지 않나.

= 일자리를 주면 가령 아침에 와서 산불이 있나 확인하고 끄라는 건데, 아마 와서 핸드폰 배터리가 나갈때까지 핸드폰만 보는 게 일상이 될 것이다. (산불 감시원 일자리를 예로 들어서)

과연 그게 생산적일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돈을 주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데 왜 국민들을 또 군대에 보내냐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복지의 핵심은 고용을 통한 복지였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저는 고용안정을 생활안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명백하다. 이제는 고용없는 성장이 현실이다. 국회 잔디밭 만한 스마트 판매 매장을 가봐도 일하는 사람 한사람 밖에 없다. 일자리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창출되지 않을 것이다.

▶ 그런데 핀란드의 실험에서는 기본소득이 구직활동을 촉진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언론은 실패라고 규정한다.

=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 기본소득은 일자리를 갖게 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아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보편적복지다.

▶ 그럼 한국 청년이라면 구직활동을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보나.

= 핀란드는 선별적 복지지만 복지수준이 엄청나게 높다. 우리는 재난지원금이나 최저생계비 등으로만은 일을 안할수는 없는 상황이다.

핀란드는 복지 수준의 변화가 아니고 방법의 변화로 봐야한다.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나가려는 것이다.

우리는 복지 방향과 수준을 동시에 바꾸려는 노력이다. 사과와 오렌지처럼 핀란드와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경제적 구조, 복지 수준이 우리와 비슷한 나라와 비교해야 한다.

▶ 보편적 복지라면 소위 '이건희 손자'도 기본소득을 받나.

= 그렇다. 기본소득이 누진적인 이유가 최저생계비를 받는 사람은 기본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희 손자에게 준 기본소득은 최소한 30% 이상은 세금으로 뗀다.

명목적으로는 똑같은 금액을 주지만 조세로 빨아들인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 재원 마련이 가장 어려운 문제다. 법인세 등 세율을 올려야 하나.

= 세율을 높이는 건 쉽다. 30%, 50%로 올리면 되는데 이건 기업이나 고소득자들에게 어마어마한 조세부담이 될 것이다. 세율은 그대로 유지하는 게 맞다.

대신 파이를 키우면 된다. 삼성전자 매출이 10% 늘면 세율만큼 또 세금이 느는 것이다. 세율은 두고 파이 자체가 커지면 세입도 늘어난다.

세율 인상으로 가면 한쪽 날개가 너무 무거워지는 것이다. 누가 소 한마리라도 잡아와야 나눠 먹을게 있는데, 소 잡는 사람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

세율을 인상하면 기업들이 이제는 그냥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디 가겠어?'하는데 이제는 그런 게 없다. 어디로 간다. 본사를 외국으로 옮긴다.

▶ 파이를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규제도 풀어야 하고 노동의 유연성도 커질수 있다.

또 기업에게는 고용이라는 무거운 짐, 모래주머니를 어깨에서 떼 줘야한다. 이제 일자리라는 모래주머니를 내려주겠다, 그 대신 기업이 내는 세금으로 보편적 복지 체제를 구축하겠다, 큰 테두리에서 동의하자고 해야한다.

▶ 경제적으로는 보수, 복지면에서는 진보를 추구하는 것으로 들린다.

=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는데 두 날개가 균형이 잡혀야 비행기가 날지 않나. 기본소득이 복지담론으로 세게 붙었는데 결국은 이것을 완충할수 있는 성장담론이 '시즌2'로 나와야한다.

기본소득 정책 안에는 친분배, 친성장, 친기업, 친서민 정책이 다 들어가야 한다.

▶ 규제 완화로 파이를 키우는 것으로만 충분한가.

= 선별복지를 하면서 썼던 행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기본소득을 위해서는 공무원들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최저생계비나 양육수당 등을 주려면 다 가서 실사를 해야하지만 기본소득은 주민증과 은행 계좌만 있으면 된다.

재난지원금을 온라인 시스템으로 다 해봤지 않나. 수천억원의 행정비용 줄일수 있다. 어떻게 보면 작은 정부로 가는 길이다. 그래서 기본소득은 보수 담론이라는 것이다.

또 기존의 선별적 복지를 정리하면 재원을 확보 할수 있다. 육아수당, 청년수당, 여성수당 등 수십, 수백개의 선별적 복지를 조정하면 재원이 남는다. 우리가 지금 선별적 복지에 쓰는 재원 일부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전환하면 된다.

(사진=연합뉴스)

 

▶ 애초 기본소득으로 월 30만원(인당)을 주고 점차 늘리자고 제안했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게는 별 도움이 안되는 거 아닌가.

= 지금 4인 가족의 최저생계비가 월 190만원이다. 기본소득은 120만원이다. 하루아침에 선택적 복지를 다 없앨수는 없고 세밀하게 조정해야 한다.

전환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층이 지금보다 여건이 나빠지는 기간이 있어서는 안된다. 취약층은 기존 복지 금액에다가 기본소득을 더 주고, 기본소득을 늘리면서 최저생계비를 점차 줄여 복지 총액이 줄게 해서는 안된다.

취약층의 복지 총량은 점진적으로 더 늘게 설계해야 한다.

▶ 대화를 하다보니 헷갈린다. 보수주의자인가 진보주의자인가.

= 저는 보수, 진보의 정의를 못하겠다.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뜻)다. 저는 생활주의자다. 대한민국 생활인들의 삶을 낫게 만드느냐가 정책 찬반의 기준이다.

네이버 정치 뉴스를 아침에 매일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 빼고는 삶에 영향이 없으니까. 최근 예외가 있었는데 그게 재난지원금이다. 생활에 영향을 미치니까 그때 난리가 났다.

저는 생활인의 삶에서 한발짝도 멀어지고 싶지 않다. 그래서 노동, 소득, 부동산, 교육 문제가 최대 관심사다.

▶ 그럼 다음에 던질 의제는 뭔가.

= 있긴 있는데 아직 말해줄 수 없다. 영업비밀이다. 이해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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