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반도체 접은 LG, 15년 뒤엔 '어떤 일'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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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회장, 불확실성 타개위해 '디지털 전환' 강조
LG의 아쉬운 부분은 역시 '반도체 자체 생산'의 꿈
2014년 실리콘웍스 인수로 현재 팹리스 '세계 19위'

구광모 LG 회장 (사진=LG 제공)

 

구광모 LG 회장이 코로나19 사태로 나날이 커지고 있는 사업 불확실성을 타개하는 돌파구로 꺼내든 것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이었다.

구 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들러 그룹 내 주요 연구개발(R&D) 책임자들을 만나 기술 차별화와 혁신 중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다고 강조하고,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서울 마곡 LG사이언스 파크 전경 (사진=LG 제공)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사람, 사물, 공간이 초연결되고 초지능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당부였지만, 아쉬운 부분은 역시 '반도체의 공백'이었다.

재계 일각에선 LG가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지 못한다는 점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LG전자 제품의 약점으로 늘상 지적돼 온 사항이라고 말한다.

반도체는 스마트폰, 컴퓨터, 가전제품 등의 구동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새로운 시대의 석유라면 반도체는 이를 유용하게 만드는 내연기관과 같다"는 말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에는 반도체가 자리잡고 있음을 강조한 것과 다름 아니다.

그런데 정말 LG에는 반도체가 없다는 말이 사실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볼 수 있다.

◇ 1999년 1월 6일, LG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

1997년 11월 한국에 닥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서곡(序曲)이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IMF 조기 탈출을 목표로 산업 대부분에서 통폐합과 구조조정 즉 '빅딜'을 추진했다.

DJ는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1998년 1월 13일 이건희(삼성)·정몽구(현대)·구본무(LG)·최종현(SK) 회장을 직접 불러 재무구조 개선, 주력 업종 중점 육성 등 개혁 추진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1994~1996년은 반도체 호황기였지만 1997년부터 불황 사이클에 접어들고 있었고 때마침 터진 IMF로 인해 LG는 반도체 사업을 결국 현대그룹에 양보하게 된다. (현대반도체도 후에 SK하이닉스로 변모하게 된다.)

1979년 발족한 금성반도체는 1985년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1메가 롬(ROM)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1990년 1메가 D램, 1991년 4메가 D램을 잇달아 시장에 내놓으며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운명의 날이 찾아왔다. 1999년 1월 6일 청와대를 방문한 구본무 회장은 전자사업이 주력인 LG에 반도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했지만, 그날로 LG의 반도체 인연은 끝이 났다.

1979년 금성반도체를 시작으로 20년 동안 반도체 사업을 이어 온 LG가 눈물을 머금고 LG반도체를 포기하는 순간이었다.

◇ 그로부터 15년 뒤엔 어떤 일이 생겼을까

실리콘웍스 로고 (사진=LG 제공)

 

LG가 반도체를 다시 잡은 것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디스플레이 구동 칩(DDI· Display Driver IC)설계 업체인 실리콘웍스를 인수한 것이다. 실리콘웍스는 스마트폰·태블릿PC·TV용 디스플레이 패널에 신호를 전달해 영상을 구현하는 국내 최대의 DDI 설계 회사다.

과거의 금성반도체가 메모리 반도체인 D램 생산을 하는 '종합반도체회사(IDM)'였다면 실리콘웍스는 팹리스이다.

반도체를 제조하는 생산시설을 팹(Fab, Fabrication)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팹리스(Fabless)는 말 그대로 생산시설이 없는 반도체회사를 뜻한다.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수조원 대의 막대한 시설 투자비용이 들고 고도의 생산기술이 필요하지만, 팹리스는 이런 생산시설 없이 뛰어난 아이디어와 우수한 칩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 칩 개발에 집중한다.

다품종 소량 생산 형태로, 기술적인 다양성을 갖는 시스템 반도체 업체가 주로 팹리스 형태를 띄곤 한다.

시리콘웍스 전경 (사진=LG 제공)

 

실리콘웍스는 묘하게도 금성반도체가 문을 닫은 1999년 설립돼 IT/Auto용 Display IC를 중심으로 성장했으며, 2014년 LG계열 기업집단 편입 이후 TV/Mobile용 Display IC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향후 LG의 주력인 가전으로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는 전략도 가지고 있다.

실리콘웍스의 2019년 매출은 약 8700억원으로 곧 매출 1조원 시대를 열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00여명의 임직원 중 R&D인력 비중이 75%에 이른다.

글로벌 DDI 시장에서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9년 현재 글로벌 팹리스 업계에서 세계 19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구광모 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실리콘웍스의 사업도 속도감이 붙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구 회장이 구상하는 '디지털 전환'에도 실리콘웍스의 역할이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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