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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승계 의혹' 이재용 검찰 출석…檢·李 '창과 방패' 싸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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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검, 26일 이재용 피의자 신분 소환
'불법 경영권 승계→분식회계' 집중 추궁
6월내 사건 마무리 전망…기소 범위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 발표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정황을 수사중인 검찰이 불법 승계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26일 오전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중이다. 이 부회장의 검찰 출석은 지난 2017년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구속돼 조사받은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검찰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그리고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가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조직적인 불법 행위라고 보고 있다.

삼성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을 성사시키려는 목적에서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는 고의로 낮추고, 제일모직의 가치는 반대로 부풀렸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2015년 합병 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은 '1 대 0.35'로, 제일모직 1주가 삼성물산 주식의 3배에 달했다.

제일모직 주식은 23.2%를 보유했지만 삼성물산의 주식은 하나도 없었던 이 부회장은 두 회사의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여기에 당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주식 4.06%를 갖고 있었지만 제일모직은 삼성전자의 주식이 없었다.

제일모직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낮게 평가된 상태로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이 부회장은 자연스레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강화하게 된 셈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6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이처럼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을 정당화하고자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등 그룹 수뇌부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분식 회계를 벌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2011년 설립된 이후 꾸준히 적자를 기록하다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있던 2015년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삼성바이오가 그해 12월 자회사였던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 처리 기준을 바꾸면서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이같은 회계 기준 변경을 고의적인 분식 회계로 보고 지난 2018년 11월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소환에 앞서 '삼성그룹 2인자'로 불리는 최지성(69) 전 미전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등을 잇따라 소환하면서 막판 혐의 다지기에 주력했다.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등 임원들도 최근까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창과 방패 사이 싸움의 핵심 쟁점은 결국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가치는 일부러 떨어뜨리고, 제일모직의 가치는 부풀리는 방식의 부당한 합병이 이뤄졌는지 여부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대국민 사과에서 "승계 문제와 관련해 많은 질책을 받아왔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합병의 최대 수혜자를 겨냥한 검찰 수사는 그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합병이 진행된 이후에 분식회계를 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검찰의 수사를 반박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은 2015년 9월에 진행됐는데 삼성바이오 회계 처리는 같은해 12월에 이뤄져 합병 비율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 검찰이 확보한 내부 문건에 대해서도 그 진위는 인정하지만 "검토하던 내용에 불과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특히 구체적인 회계 조작은 이 부회장과 연관 없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어, 향후 법정에서 회계 기준의 해석 차이를 두고 쟁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가능한 다음달까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사건을 매듭 짓고, 연루된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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