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11주기] 강원국 “2006년, 노무현의 한 칼을 보았다”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뉴스듣기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오늘의 핫뉴스

닫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이었던 강원국 작가가 2006년 4월 한일관계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을 가장 기억에 남는 연설로 꼽으며 “그날 노무현 대통령의 한 칼을 봤다”고 회상했다.

강원국 작가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21일 출연해 “2006년 4월 25일 한일관계에 대한 특별담화문은 비서실의 초안이 전혀 없는 연설이었다”면서 “고이즈미 당시 일본 총리가 역사왜곡과 독도영유권 주장을 한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 혼자 조용히 쓴 것으로, 이 연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 칼을 봤다”고 밝혔다.


강 작가는 당시를 회고하며 “노 대통령께서 어느날 밤 메일을 하나 보내셔서 열어봤더니 ‘노무현입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이 와 있었다”며 “첨부문서를 열어봤더니 그 시작이 ‘독도는 우리땅입니다’로 시작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설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동안 연설문 고치라고 할 때 속으로 짜증도 나고 했던 게 싹 없어지는 계기였기 때문”이라면서 “직접 쓰시니까 이렇게 잘 쓰시는구나, 나를 데리고 쓰려니까 얼마나 답답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 연설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노 대통령께서 매일 내게 말씀하셨던 게 ‘시작을 식상하게 하지 마라. 누구나 예상하게 시작을 하지마라’는 것이었다”며 “핵심을 바로 찌르면서 왜 그런지를 얘기하는 이 연설은 나에게 모범을 보여준 연설이었다”고 회상했다.

2007 신년 특별연설을 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출처 : 노무현 사료관)
네이버채널 구독

강 작가는 이날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연설의 차이,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을 그렇게 만든 배경과 철학도 함께 소개하면서, 기억에 남는 세 개의 연설을 골라 들려줘 관심을 모았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의 시작은 다음과 같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그냥 우리 땅이 아니라 40년 통한의 역사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는 역사의 땅입니다.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병탄되었던 우리 땅입니다. 이제 정부는 독도 문제에 대한 대응 방침을 전면 재검토하겠습니다. 자주독립의 역사와 주권수호의 차원에서 정면으로 다뤄나가겠습니다"

아래는 21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강원국 작가 인터뷰 영상과 전문이다.


◇ 정관용>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년 되는 날이죠. 그래서 오늘 대통령의 연설로 노무현 대통령을 회고해 보려고요. 청와대에서 연설 작업 5년 동안 함께했던 당시 연설비서관이었죠. 지금은 이제 베스트셀러 작가이십니다. 강원국 작가를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강원국> 안녕하세요.

◇ 정관용> 5년 꼬박 청와대 계셨나요?

◆ 강원국> 네, 5년. 그 전에 김대중 대통령 때까지 포함하면 이어서 8년 가까이 있었죠.

◇ 정관용> 그렇죠. 그러니까 김대중 대통령 때 연설비서관이세요?

◆ 강원국> 행정관.

◇ 정관용> 행정관. 노무현 대통령 취임하면서 바로 비서관으로?

◆ 강원국> 행정관 하다가 승진했죠. 비서관으로. 일을 잘해서.

◇ 정관용> 노무현 대통령하고의 인연은 그럼?

◆ 강원국> 당선돼서 인수위 나가서 그때 처음 뵈었어요. 그러니까 당선돼서 인수위 꾸려진 첫날 첫 출근을 그쪽으로 했거든요. 그러니까 청와대에서 파견을 내보낸 거죠. 그때 처음 뵀는데 저를 되게 못 미더워하셨죠.

◇ 정관용> 못 미더워했는데.

◆ 강원국> “글로 보여주세요” 그러시더라고요. 그러니까 네가 그걸 쓸 수 있어 그 말로 들렸어요.

◇ 정관용> 그래서요. 그래서?

◆ 강원국> 그리고 두 달간 제가 써드린 연설을 하나도 안 읽으셨어요. 그냥 알아서 하셨어요. 그리고 이제 청와대에 취임하시고 들어오셔서 저를 불러서 처음부터 알려주시더라고요. 나는 그렇게 글 안 쓴다고. 이제 알려주겠다고. "이건 내 글이 아니다"라고. 그래서 3월달에 관저로 부르셔서 그때부터 이제 가르치셨죠.

◇ 정관용> 잘릴 뻔했네요.

◆ 강원국> 저는 잘릴 줄 알았어요. 그래서 아예 여기서는 인연이 없나 보다. 그리고 한편으로 김대중 대통령님께 좀 죄송했죠. 그분 모시고 배우고 간 건데 거기 가서 그렇게 찬밥이 되고 그래서 그랬는데 뭔가 사연이 있어서 남으라고 그랬어요.

◇ 정관용> 연설문 쓰는 사람이 참 노심초사 밤을 새워서 원고를 써서 드렸는데 한 글자도 안 읽으면 진짜 기분이 어때요?

◆ 강원국> 그것도 두 달 내내.

◇ 정관용> 그러니까 기분이 어때요, 그럴 때는?

◆ 강원국> 좀 자괴감을 느끼죠.

◇ 정관용> 그러니까.

◆ 강원국> 그것도 아까도 얘기했지만 김대중 대통령님께 죄송하고. 그게 어찌 보면 박지원 실장님이 저한테 그랬거든요. 국민의 정부의 명예를 걸고 잘 모셔라. 그런데...

◇ 정관용> 명예를 실추시켰네요.

◆ 강원국> 가서 두 달간 거의 역할을 못했으니까.

◇ 정관용> 그런데 좀 해도 너무했다. 어떻게 연설문 두 달이 올라왔는데 한 번도 안 읽어요 그래?

◆ 강원국> 내가 또 대통령을 몰랐고요. 몰랐죠. 그러니까 이제 당연한 거죠. 자기 말인데 당연히 아닌 건 안 읽으시죠.

◇ 정관용> 후보 시절부터 연설문 하던 팀이 있을 거 아니에요.

◆ 강원국> 그분들은 일단 대통령 당선을 시켰으니까 좀 쉬어야죠. 그러니까 청와대에서 파견을 받아야죠. 저는 이제 한 일이 없으니까 가서 써야 되는 거고.

◇ 정관용> 그럼 이제 당신이 연설하는 스타일, 당신이 글 쓰는 스타일을 하나하나 알려주더라?

◆ 강원국> 그렇죠. 아예 본격적으로 부르셔서 저녁 같이 먹으면서 한 2시간을 얘기하는 것부터 시작됐어요.

◇ 정관용> 그래서 이제 그 다음부터는 제대로 됐습니까, 작업이?

◆ 강원국> 계속 혼났죠. 조금씩 조금씩 배워가는 거죠.

◇ 정관용> 그런데 어떻게 승진했어요?

◆ 강원국> 마땅히 대안이 없었어요, 정말로.

◇ 정관용> 시작할 때는 본인이 일 잘해서 승진했다고 막 자화자찬을 늘어놓으시더니 아니었군요, 그러니까?

◆ 강원국> 내막은 그렇지 않죠. 대안이 없고.

◇ 정관용> 금방 이렇게 들통날 거짓말을 왜 하시는 거예요?

◆ 강원국> 그러게 제가 그랬나요?

◇ 정관용> 11년쯤 지나고 나니까 이렇게 우리가 웃으면서 얘기를 하게 되네요. 그렇죠?

◆ 강원국> 이제 작년 10주기부터는 작년 슬로건이 새로운 노무현이고 올해는 노무현 없는 노무현 시대거든요. 그러니까 추모 애도는 이제 그만하고 대통령이 남긴 뜻, 유업 이런 것들을 이루는 쪽으로 이제 방향을 바꿨어요, 노무현재단이.

◇ 정관용> 김대중 대통령도 참 명연설가 아니겠습니까?

◆ 강원국> 참 정도가 아니고 정말 역사상 가장 탁월한 분이었죠.

◇ 정관용> 노무현 전 대통령도 역시 명연설가고.

◆ 강원국>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두 분의 스타일에 분명한 차이가 있죠?

◆ 강원국>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하나만 말씀드리면 연설문이라는 것은 말과 글이잖아요. 말을 하기 위한 글이잖아요. 김대중 대통령은 글에 방점이 찍혀 있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말에 찍혀 있었어요. 그러니까 글에 찍혀 있는 것은 그건 기록을 중시했다는 거죠. 그 연설이 글로 나중에 남는 거죠. 후대를 생각하신 거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을 중시한 것은 청중을 보는 거예요. 내 말을 듣는 청중. 그러니까 애드리브도 많이 하시게 되고 청중과 교감하다보면...

◇ 정관용> 연설문도 말처럼 써야 되고.

◆ 강원국> 그렇죠. 기본적으로 그렇게 써야 되고, 가서 또 하실 때는 현장에 맞게 또.

◇ 정관용> 더 즉흥적으로.

◆ 강원국> 즉흥적으로 말을 하시니까 그런 점이 큰 차이죠. 김대중 대통령은 글로 쓴 것을 그대로 가서 읽으셔서 그 글을 기록으로 그대로 넘겼고.

◇ 정관용>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 강원국> 네.

◇ 정관용> 이럴 게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 오래간만에 그리운 목소리 좀 들어보고 얘기를 더 이어가봅시다.

(노무현 전 대통령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그냥 우리 땅이 아니라 40년 통한의 역사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는 역사의 땅입니다.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병탄되었던 우리 땅입니다. 이제 정부는 독도 문제에 대한 대응 방침을 전면 재검토하겠습니다. 자주독립의 역사와 주권수호의 차원에서 정면으로 다뤄나가겠습니다)

◇ 정관용> 지금 들으신 이 연설이 2006년 4월 25일 한일 관계에 대한 특별담화문의 한 대목인데 강원국 작가께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연설로 이 연설을 꼽고 싶다고 하셨어요. 왜 그렇습니까?

◆ 강원국> 저 연설은 초안이 전혀 없던 연설이거든요. 그리고 어떤 계기가 없어요. 어떤 행사가 있거나 기념일이거나 그런 게 아니고 그때 이제 고이즈미가 무슨 역사왜곡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하고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그냥 마이크 앞에 서신 건데. 직접 쓰셨어요.

◇ 정관용> 직접?

◆ 강원국> 처음부터 그냥 직접 쓰셨어요.

◇ 정관용> 비서관한테 초안 준비도 안 시키고?

◆ 강원국> 그런 거 전혀 없이 그냥 혼자 조용히 쓰셨어요. 그리고 어느 날 메일 하나 보냈는데 "보게" 그러시고 해서 메일을 열어봤더니 '노무현입니다'가 제목이더라고요. 그래서 첨부문서를 열어봤더니 첫 시작이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이러면서 시작하는 거예요. 이게 뭐야. 왜 그러냐면 계기가 없었으니까. 느닷없이. 그런데 제가 그 연설이 인상적인 것은 그걸 보고 제가 그동안 대통령이 고치라고 그러고 이런 것에 대해서 좀 속으로 짜증도 나고 했던 게 싹 없어져요. 왜 그러냐면 실력을 봤던 거예요. 대통령의 한 칼을 봤어요. 직접 쓰시니까 이렇게 잘 쓰는구나. 이렇게 잘 쓰는 분이 나를 데리고 쓰려니까 얼마나 답답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 연설이에요. 진짜 명문입니다.

◇ 정관용>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그냥 우리 땅이 아니라 40년 통한의 역사. 역사의 땅입니다.

◆ 강원국> 그러니까 연설을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라고 시작하기가...

◇ 정관용> 첫 대목이.

◆ 강원국> 시작을 그렇게 해요, 그냥. 갑자기 독도는 우리 땅이다 그러는데. 저한테 매일 그랬거든요. 자네 시작을 식상하게 하지 마라. 누구나 예상하게 시작을 하지 마. 그런데 그게 무슨 시작을 그러면 어떻게 그렇게...

◇ 정관용> 핵심을 바로 찔러야 되는 거예요.

◆ 강원국> 그렇죠. 그런데 그걸 보여주신 거야. 시작은 이렇게 하는 거야. 그냥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왜 우리 땅인데? 그 다음에 얘기하면 돼. 모범을 보여준 제 개인적으로 저한테.

◇ 정관용> 또 다른 대통령의 명연설 하나 또 듣겠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 지역구도는 반드시 해소되어야 합니다. 지역구도 이대로 두고는 우리 정치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내년 총선부터는 특정정당이 특정지역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독차지할 수 없도록 여야 합의하셔서 선거법을 개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저의 제안이 내년 17대 총선에서 현실화되면 저는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 또는 정치연합에게 내각의 구성권한을 이양하겠습니다. 이는 대통령이 가진 권한의 절반 아니, 그 이상을 내놓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 정관용> 이 연설이 행해진 시점이 중요합니다.

◆ 강원국> 거의 취임 초예요.

◇ 정관용> 이게 2003년 4월 2일. 2003년 2월 25일날 취임해서 한 달 보름 좀 지났는데 선거법 바꿔주면 내가 구성 권한 다 줄게.

◆ 강원국> 권력의 절반을 주겠다고.

◇ 정관용> 약간 '정신 나간' 거 아니에요?

◆ 강원국> 그게 이제 그 후 한참 후에 대연정 제안을 일종의 복선 같은 거였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게 대연정 제안이 갑자기 나온 게 아니고 그때부터 이미 생각을 하시고 계셨던 거다.

◇ 정관용> 그런데 원래 선거제도 개혁해야 하고 연합정부도 필요하고 그런 소신을 정치적으로 갖고 있다손 치더라도 자기가 대통령이 되고 불과 한 달 조금 지났는데.

◆ 강원국> 그러니까 본인이 대통령 된 이유는 지역구도 해소예요. 지역감정 타파고. 그게 대통령이 된 이유예요. 그거를 하기 위해서는 그냥 하자고 그러면 안 하니까 그거를 하기 위해서는 선거구제를 개편해야 되는데 중대선거구제로. 중대선거구제로 그냥 하자면 안 되니까 권력을 나눠주겠다.

◇ 정관용> 내주겠다. 그러니 해라.

◆ 강원국> 그걸 지렛대 미끼로 해서 이거 하자. 선거구제 개편하자. 그러니까 사실은 대연정이 목적은 아니고 일종의 수단이고 목적은 지역구도 타파, 선거구제 개편.

◇ 정관용> 지역구도 타파를 이뤄내는 유일한 제도적 정비는 선거제도 개편.

◆ 강원국> 그렇죠. 그런데 그걸 그냥 안 받으니까 권력 같이 나누자 그런 거죠. 그런데 저쪽에서는 이게 무슨 꼼수가 뭐가 있는지 여러 계산을 한 거죠. 사실 그런 게 없는데.

◇ 정관용> 그리고 이건 사실 여당 입장에서도 충격이에요, 이런 연설은.

◆ 강원국> 그래서 뭔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한 거죠. 뭔가 노림수가 있을 거다.

◇ 정관용>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죠?

◆ 강원국> 아무것도 없었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냥 국회에서 활발히 논의해 달라라고 제안한 건데 여당도 야당도 이게 뭐야 그러고 말았죠 그냥?

◆ 강원국> 그렇죠. 그래서 그냥 흐지부지.. 그게... 저 연설이 저한테는 굉장히 의미 있는 게 저 연설이 내일이 국회. 저 연설을 하는 당일날 하루 전날 밤 10시에 저를 부르셔서 그동안 한 달여 가까이 준비해 온 연설을 다 갈아엎고 다시 구술을 하셨어요, 다.

◇ 정관용> 당연히 그랬겠죠.

◆ 강원국> 처음부터.

◇ 정관용> 강원국 작가 머리에서 이런 무슨 대연정이니 내각 권한 이양 이런 게 나왔겠어요?

◆ 강원국> 그건 상상할 수도 없고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저는 불가능하거든요. 그때 구술해 주신 걸 제가 연설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내려가서 이제 구술해 주신 걸 쓰고 있는데 새벽에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되고 있냐고, 잘. 그 다음 날 아침에 연설을 하셔야 되니까. 그래서 제가 반도 못 썼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자게" 그러면서 "그 원고 나한테 보내게. 내가 마무리하겠네'. 그리고 새벽 5시에 마무리해서 보내주신 거예요. 저는 그걸 안 해 주셨으면 정말 대형사고 났어요. 구술을 막 해 주시는데 내가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내용도 그렇고 무슨 말씀을 지금 하시는 건지 받아 적으면서도.

◇ 정관용> 정말 맥락상 이해가 안 되죠.

◆ 강원국> 이걸 어떻게 나보고 쓰라는 건지.

◇ 정관용> 취임 한 달 좀 지난 대통령이 국회에 가서 첫 시정연설하는데.

◆ 강원국> 그래서 제가 그때는 대통령을 잘 모를 때거든요. 그렇게 직설법을 하신다는. 왜 김대중 대통령은 우회적으로 표현하시거든요. 그런데 이걸 막 그냥 얘기를 하시는데 저걸 그대로 쓰란 얘기인가. 돌려서 쓰라는 얘기인가를 내가 감이 안 잡히니까. 그런데 그때도 직접 써서 보내주셨는데 진짜 잘 쓰시더라고요.

◇ 정관용> 참 지난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 그것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에다가 30석의 캡까지 씌워서 말도 안 되는 식의 그거 하나 하는데 그 난리를 쳤잖아요. 이게 정말 우리 정치권에서 문제 의식은 뿌리 깊게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안 되네요.

◆ 강원국> 제가 나중에 집권 후반기에 대통령께 구술을 받고 연설문 구술을 받으며 느낀 것은 초기에는 지역감정 해소였는데 후반부에는 본인이 완전히 꽂혀 있는 게 대화와 타협의 정치. 그게 안 되면 아무것도 안 된다. 여기에 완전히. 이게 다다. 그런데 그게 맞았던 것 같아요.

◇ 정관용> 맞는 얘기죠.

◆ 강원국> 서로를 배제하고 타도하고 적대하는 게 아니고 서로 여야가 대화하고 타협하는 게 안 되면 안 된다는 걸 그 이후 정치가 쭉 보여주잖아요.

◇ 정관용> 그래서 한 걸음씩이라도 정치가 변화하는 게 대화와 타협의 방향이다. 강제로라도 그렇게 하려면 특정정당이 과반의석 차지하지 못하도록 누구든 연정 파트너를 삼아야만 되도록 만들어보자 이런 거잖아요.

◆ 강원국>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그 이후 지금 10여 년 지났잖아요. 후퇴한 것 같지 않아요? 대화와 타협은커녕.

◆ 강원국> 싸움은 더 강렬해졌죠. 더 극단화하고.

◇ 정관용> 어찌 보면 이 선거제도 개혁, 정치 개혁, 대화와 타협의 정치, 이것뿐만 아니라 언론 관련해서는 왜 신문법 해서 공동배달제 등등으로 언론개혁에 엄청난.

◆ 강원국> 공을 많이 들이셨죠.

◇ 정관용> 검찰 개혁도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 평검사와의 대화부터 시작해서 했었고. 그런데 아무튼 언론개혁, 검찰개혁, 선거제도개혁, 정치개혁.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시간 동안에 씨를 뿌렸던 것들이 여전히 과제예요.

◆ 강원국> 그러니까 그때 아젠다 의제 설정은 참 잘해 놓으신 것 같아요. 숙제를 많이 만들어놨어요. 거기서 벗어나는 게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지금 10여 년이 흘렀는데 여전히 그 안에서 지금 우리가 놀고 있잖아요. 아직 과제로 지금 남아 있잖아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언제까지 이걸 과제로 남겨둘 건지. 빨리 완성해야죠.

◆ 강원국> 21대 국회에서 해결하겠죠.

◇ 정관용> 한 번 더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 듣겠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 번도 바꿔보지 못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주었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 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 정관용> 이건 이제 대통령 되기 전.

◆ 강원국> 저 연설은 지금 들어도.

◇ 정관용> 찌릿찌릿하죠. 2001년 12월 10일. <노무현이 만난 링컨> 출판기념회 및 서울후원회.

◆ 강원국> 저기서 대권 도전 의지를 밝히셨죠.

◇ 정관용> 대권 도전인데 600년의 지배권력 역사를 뒤집어버리겠다.

◆ 강원국> 평소 지론이세요. 제가 처음 대통령한테 구술받은 게, 취임하자마자 3.1절 연설인데 제가 초안을 드렸더니 "다 됐고 한 문장만 넣게. 정의가 승리하고 기회주의가 패배하는 역사를 만들겠습니다 이 문장만 넣게. 그게 내가 하고 싶은 거네" 딱 그러시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저 연설의 주요 주제가 그거죠. 기회주의를 청산하자는 거죠. 저게 그런데 대선후보 수락연설이라고 그래서 인터넷에 계속 돌아요. 그게 사실이 아닙니다.


◇ 정관용> 아니죠. 대선후보 연설이죠, 사실은.

◆ 강원국> 그렇죠. 그렇죠. 그런데 저게 진짜 노무현 연설입니다. 대통령 되기 전에 사실 선거 과정에서도 "아내를 버리라는 말입니까". 또 88년인가 첫 국회에서 대정부질의연설을 했었는데 "아니꼽고 더러워서" 이런 표현을 쓰셨어요. "서럽고 분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다". 그러니까 쓰는 용어들이.

◇ 정관용> 격정적이죠.

◆ 강원국> 그러니까 일반 사람들이 쓰는 말이에요.

◇ 정관용> 생생하고.

◆ 강원국> 그걸 한자로 바꿔 쓰지 않아요.

◇ 정관용> 대통령 되고 난 후에는 그런 식까지는 표현을 못 하신 거죠.

◆ 강원국> 그게 원래 안에는 그게 있고 제가 사실 그 뒤에.

◇ 정관용> 얼마나 속이 탔겠어요.

◆ 강원국> 봉하마을에 가보니까 거기는 천지가 다 노무현이더라고요. 그때 봉하마을 사람들은 말을 다 그렇게 해. 그러니까 50년 이상 그렇게 말해 온 분이 대통령이 됐다고 어느 날 하루아침에 자기 언어가 바뀐다는 것은 그걸 요구한다는 것은 사실은 말이 안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게 무슨 상스러운 게 아니거든요. 우리 일반 보통 사람들이 쓰는 언어거든요. 그런데 이전에는 다 대통령들이 밑에 써준 연설을, 다 이렇게 소위 포장되고 화장된 연설을 듣다가 갑자기 저렇게 하니까 생경하죠. 그런데 그게 5년 내내 그거에 좀 계속 시달리시고.

◇ 정관용> 그렇네요. 그나저나 강원국 작가는 월급 받으면서 명문장가한테 공부도 하시고. 그렇죠? 그 공부한 거 책으로 묶어내서 베스트셀러 되고, 도대체 뭐예요?

◆ 강원국> 그래도 아무나 가르친다고 다 배우는 건 아니고요.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배우는 거고요.

◇ 정관용> 그래요. 수고하셨어요.

◆ 강원국> 경험을 다했다고 책을 다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 정관용> 네. 수고하셨어요.

◆ 강원국> 왜 갑자기 이렇게 도발적으로 이렇게.


◇ 정관용> 부러워서요.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게 가까이에서 그렇게 배움을 받은.

◆ 강원국> 저는 정말 일생일대의 행복이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 강원국> 거의 독선생으로 첨삭지도를 저한테 해 주셨으니까.

◇ 정관용> 노무현을 추억해 봤습니다. 강원국 작가 함께 만났어요. 고맙습니다.

◆ 강원국> 고맙습니다.

많이 본 뉴스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저작권자 ©CBSi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