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판사님, 꼭 '동양대같은 지방대'여야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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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서울 명문대와 동양대같은 지방대 상장 차별하는 분위기 있었나?"
증인 "학교 별로 편차를 준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못 했다"
"겉으로는 없다고 말하겠지만…증인이 심사할 때 서울 소재 명문대 총장의 표창장과 동양대 같은 지방대의 표창장을 차별하는 가이드라인이나 분위기가 있었나요?"

정경심 교수의 21일 재판이 끝나갈 무렵, 재판장인 임정엽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나온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김모 교수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7시간 넘게 이어진 이날 재판에서 쏟아진 수많은 증인의 진술, 검찰과 변호인의 질문은 금방 잊혀졌지만 판사의 "서울 소재 명문대", "동양대 같은 지방대"라는 말은 퇴근길까지 기억에 남았습니다.


2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조국 딸 입시부정 의혹 진상규명 촉구’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촛불 대신 스마트폰 플래시를 들어보이고 있다. 황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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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증인에게 이 질문을 한 까닭이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날 재판은 논란의 '동양대 표창장'이 정경심 교수 딸 조씨의 의전원 입시에 얼마만큼 영향력을 미쳤는지 여부가 최대 쟁점이었습니다. 검찰과 변호인도 오후 재판 내내 이 표창장이 입시에 영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각자 입증하기 위해 증인을 사이에 두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죠.

이만큼 중요한 쟁점이니 판사도 명확하게 정리가 필요해 질문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하지만 '표현'까지 적절했는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조국 사태'가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갈등을 겪으면서 법정까지 도달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장관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비위 논란을 넘어 이를 사회 전체를 휩쓴 ‘조국 소용돌이'로 만든 기폭제는 '공정하지 않은 사회‘에 대한 공분이었습니다.

조 전 장관 자녀의 '스펙 쌓기'로 드러난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며 느낀 상실감과 분노가 결국 이 사태를 만든 셈입니다. 이 스펙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불법이 있었는지는 사법 판단이 남았지만, 최소한 이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듯 합니다.

이 재판에서도 '공정하지 않은 사회'의 씁쓸한 풍경은 매주 반복되고 있습니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재판이 진행될수록 (판사의 표현대로 한다면) '서울 소재 명문대' 학생인 조씨가 부모의 도움에 힘입어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스펙을 쌓아간 점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조씨의 경력 형성 과정에 희생됐던 '동양대 같은 지방대' 학생들은 조씨와는 사뭇 처지가 달랐다는 ‘불편한 사실’도 함께 드러나고 있습니다.

물론 피고인의 유무죄를 따지는 형사재판에서 이러한 사회적 배경까지 판사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공정성의 훼손'과 떼어놓을 수 없는 '입시비리' 혐의를 심리하는 재판장이 이같은 표현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조 전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고려대 학생인 조씨가 동양대 표창장이 솔직히 뭐가 필요하겠냐"고 말했다가 발언 의도와 상관 없이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서울 소재 명문대', '동양대 같은 지방대'라는 표현 없이 충분히 질문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날 판사의 질문만큼 기억에 남은 증인 부산대 의전원 김 교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학교에 따라 편차를 준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못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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