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알못]'엘보우'까지 맞는 극한직업,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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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알·못을 위한 쉬운뉴스⑨] 국회의장
의사봉 '땅땅땅' 치는 모습 익숙하지만
국가 의전서열 2위…규정해석 최종판단
문희상 "똥바가지 숙명" VS "아들 공천" 조롱
후임 박병석, 부의장 김상희·정진석 유력

한국경제당 이은재 의원이 지난해 12월 27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을 팔꿈치로 가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왼쪽 안경을 끼고 눈을 감고 있는 여성이 이은재 의원이다.(사진=노컷브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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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에 오르려던 문희상 국회의장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길이 막혔습니다. 방호과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뚫어냈지만 맨 마지막엔 '사퇴 요정'으로 유명한 이은재 의원(현 한국경제당)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입술을 꽉 깨문 이 의원은 당시 엘보우, 즉 팔꿈치로 문 의장 옆구리를 가격했습니다. 그러면서 "야, 성희롱하지 마" "어딜 잡아"라는 고함을 지르다 결국 쫓겨났습니다. 이 의원이 자진해서 병원에 실려 간 뒤 문 의장은 회의를 열어 말 많고 탈 많았던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국회의장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또 어떤 권한을 갖길래 이런 수모를 겪어야 했을까요. 정알못(정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쉬운 뉴스, 오늘은 국회의장 편입니다.


먼저 국가 의전서열 2위. 대통령 다음으로 대우를 받는 요직입니다. 그래서 10명 안팎의 근접 경호원이 항상 따라다닙니다. 국회 주변에서 검은 양복 입은 사람에게 "죄송합니다. 길을 비켜주세요"라는 말을 듣는다면 십중팔구 의장이 지나갑니다.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한다'라는 게 국회법에 나오는 의장의 직무입니다. 상당히 포괄적이죠. 잘 알려진 역할은 회의를 진행하는 일입니다. 아마 본회의 때 의사봉을 '땅땅땅' 내려치는 장면이 익숙하실 겁니다.

이은재 의원과 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의장 단상 진입을 막았던 건 이처럼 본회의를 의장이 주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의장이 없으면 부의장 2명 가운데 한 명이 역할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막강한 힘은 원래 '직권상정'에서 나왔었습니다. 특정 안건을 의결하지 못하도록 한쪽에서 격하게 막아설 때 의장 직권으로 표결에 부치는 권한입니다. 지난 2012년 법이 바뀌어 직권상정이 어렵게 됐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야 합의가 잘 안 될 경우 규정 해석에 관한 최종 판단이 의장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패스트트랙'이라는, 안건 신속 처리를 위한 제도를 적용했던 지난해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법에는 얼마간 논의한 뒤 빨리 처리하라고 나와 있는데 기간 적용에 이견이 생겼을 때 의장이 해석해야 했습니다. 무제한 토론으로 시간을 질질 끌어 토론을 막는 '필리버스터' 제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도 의장 판단에 맡겨졌죠.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21일 국회 사랑재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갖고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사진=황진환 기자)

문희상 의장이 지난 21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내가 똥바가지를 쓸 수밖에 없는 숙명이었다. 그때가 제일 슬프고 가슴 쓰렸다"라고 토로한 건 이 때문이었습니다. 존경하는 전직 대통령 3명이 꿈꿨던 검찰 개혁을 위해, 공수처(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설치를 못 박은 감격스런 날이었지만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던 '협치'를 포기해야 했던 회한입니다.

그런 문 의장에게 한국당 의원들은 '아들 공천'이라고 조롱하듯 외쳤었죠. 아들 문석균씨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21대 총선 공천을 준비하는 터라 그쪽 눈치를 봤을 거란 의심이었습니다. 문 의장은 "내가 천하의 문희상인데…그걸 겪으면서 얼마나 쓰라렸는지 모른다"라고 기억했습니다.

그럼 의장은 누가 맡는 걸까요? 원칙적으로는 국회의원 300명이 무기명 투표해서 자신들 가운데 한 명을 뽑습니다. 의원 숫자가 제일 많은 당에서 자기들끼리 1명을 추리면, 그 사람이 되겠죠. 보통 그렇게 해왔습니다.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여당이 의원 숫자가 적을 경우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양보하라고 요구하기도 하지만, 이번엔 여당 의원이 훨씬 많아서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보통은 총선에서 가장 많이 이겼던, 즉 선수가 높은(6선 이상) 정계 베테랑 중 계파색이 옅은 사람이 꼽힙니다. 임기는 2년이고요. 국회의원 임기가 4년이니 의장은 2명씩 필요합니다.


상당한 중립성이 요구되는 탓에 임기 중에는 소속 당적을 잃고, 임기가 끝나면 대부분 은퇴합니다. 때문에 나중에 대통령이 된 사례는 초대 이승만 의장밖에 없습니다. 20대 전반기 의장이었던 정세균 의원이 총리가 된 건 그래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문 의장의 경우 퇴임사를 통해 "다가올 낯선 미래에 대한 동경과 새로운 길을 가고 싶다는 설렘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게 뭐냐고 기자가 물었더니 "뻥이다. 그냥 수사로 한 말"이랍니다. 허허. 문 의장은 소소하게 텃밭 키우며 평소 좋아하는 쌈이나 많이 싸 먹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별의별 사람들이 뭘 하자고 합디다"라고 하는 걸 보면 어찌 될지 모를 노릇이겠습니다.

국회 본회의장.(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 이제 다음 주, 오는 30일이면 21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합니다. 전반기 의장은 민주당 박병석(6선) 의원이 맡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인물이지만 중앙일보 기자 출신에 무난한 중도·온건 성향이라고 당내에선 평가합니다.

그와 경쟁하다 뜻을 접은 김진표(5선) 의원은 하반기에 재도전할지 주목됩니다. 부의장은 민주당 김상희(4선) 의원과 미래통합당 정진석(5선) 의원이 유력합니다. 김 의원은 헌정사상 첫 여성 부의장이 되겠네요.

박 의원이 본회의를 주재할 21대 국회는 어떨까요. 국회 내 최고 어른이 팔꿈치에 치이고 단상이 점거당하는 사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의장이 직권으로 회의를 강행하거나 '규칙 논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여야 간 협의를 잘 이뤄내길 바랍니다. 민주당 김태년,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어깨가 무겁겠지만 그만큼 국민이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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