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유착의혹을 제기하며 지원금 중단과 회원국 탈퇴를 경고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조용한 반격에 나섰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낸 경고 서한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WHO 사무총장에게 30일 내에 중국 편향을 시정하라고 요구하면서 ‘실질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원금을 끊고, 회원국에서도 탈퇴할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서한을 보낸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그 편지를 받았고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읽어 보는 중'이라며 다소 사무적이고 무미건조한 답변으로 대신한 것은 불쾌감을 간접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읽힌다.
이어 WHO의 쥐꼬리 만한 전체 예산을 언급하면서, 미국이 그중 일부인 분담금 마저 끊는다면 타격은 곧바로 의료 취약국가로 돌아간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도주의적 책무를 거론하는 것으로 미국을 상대로 조용하면서도 아프게 반격을 가한 것이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WHO의 연간 예산이 23억 달러(한화 2조8천억원)로 매우 매우 적다. 이는 선진국 중형 병원의 연간 예산에 해당한다"면서 "우리가 직면한 재정 관련 도전이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부연 설명에 나선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미국의 자금 대부분이 의료 체계가 취약한 국가에 투입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 자금이 계속 흘러가도록 다른 파트너들과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자금을 끊는다면 새로운 자금원을 찾겠다는 식으로 응수한 것.
그는 "우리는 다른 기여자들이 필요하다면 그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자신은 누구보다도 책임감을 갖고 이번 사태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독립적 조사는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겠다. 상황을 본 뒤 회원국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