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177, 찬성174, 반대0, 기원3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제20대 국회가 20일 본회의에서 '과거사법' 등 밀린 법안들을 통과시키면서 사실상 막을 내렸다.
20대 국회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조국 사태' 등 4년 내내 충돌과 공전을 거듭해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피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 마지막 본회의서 '벼락치기'…법안처리율 37%여야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형제복지원', '6·25 민간인 학살' 등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해산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다시 구성해 조사 범위를 '권위주의 통치 시절'까지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조사 기간은 3년을 기본으로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다만, 막판 쟁점이 된 피해자 배상·보상 조항은 미래통합당의 삭제 요구를 민주당이 수용하면서 이번 법안 내용에서 빠졌다. 막판 벼락치기조차 반쪽짜리 법안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 착취물로 얻은 재산상 이득을 기소나 유죄 판결 없이 몰수할 수 있도록 한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기에 21대 총선에서 현역 의원 절반 이상이 낙선하면서, 법안 처리에 소극적인 낙선자들의 태도 문제도 화두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낙선한 것도 서러운데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임기 마지막까지 괴롭혀서야 되겠느냐"며 비난을 자초했다.
여야는 과거사법 외에도 '코로나19 관련 후속 대응법안', '텔레그램 n번방 방지 후속법안', 공인인증서 폐지를 담은 '전자서명법 개정안' 등 133건의 법률안을 포함한 141개의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사실상 20대 마지막 본회의를 마쳤다.
이로써 20대 국회 법안 처리율은 37%대로, 지금까지 '최악'이었다는 19대 국회 법안 처리율(41.7%)에도 미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28일 오전 국회 운영위 입법소사관실에서 패스트트랙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패트·조국' 국면, '위성정당' 꼼수까지…역대 '최악' 오명20대 국회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임기 첫해인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로 여야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듬해 정권이 교체됐다.
2018년 말부터 이어진 패스트트랙 정국에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쟁점 법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몸싸움을 벌이는 등 '동물 국회'를 재연하기도 했다.
이때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통합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하고, 뒤이어 더불어민주당도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면서 21대 총선은 '위성정당' 꼼수로 얼룩지었다.
이보다 조금 앞선 지난해 말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의혹들로 국회가 마비되기도 했다. 정치가 실종된 자리엔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나뉜 '광장 정치'가 자리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20일 마지막 본회의 인사말을 통해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면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운 부분이 왜 없겠는가. 그렇지만 여러분 모두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제20대 국회 4년의 소중한 경험이 대한민국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더욱 발전하게 만들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20대 국회가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오는 30일 임기를 시작하는 21대 국회 성적에 관심이 쏠린다.
21대 국회에서 사실상 첫 국회의장으로 확정된 박병석(민주당·6선)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개원 직후 일하는 국회 개혁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면서 "국회의 문을 상시로 열고, 국민이 필요로 할 때 즉각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앞서 취임 일성으로 '일하는 국회'를 강조하면서, 21대 국회 임기 내에 개혁 법안들을 신속히 처리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여당이 강력 추진할 국회와 권력기관 개혁 입법은 물론 전국민고용제 확대 등 문재인 정부 후반기를 뒷받침할 각종 민생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간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게다가 조만간 본격화될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법사위원장 자리 등을 놓고 여야간 쟁탈전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21대 국회의 출발이 순조로울 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