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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방문' 아이돌 사과는 왜 '무용지물'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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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딥이슈] 코로나19 챌린지 앞장서고 이태원行
언행 불일치에 신뢰 하락…캠페인 진정성까지 의심
처음에는 '확인 불가'로 일관…뒤늦게 번복 사과로 실망감만
"사회적 영향력에 따른 책임 간과…비판 감수해야"
"사태 뭉개고 넘어가려는 모습 '괘씸죄' 불렀다"

코로나19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이태원을 방문한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 4인에게 전국민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각 소속사들이 공식 사과하고, 컴백을 앞둔 NCT 127 멤버 재현은 자필 사과문까지 올렸지만 좀처럼 논란이 진화되지 않는 모양새다.

1997년생 동갑인 방탄소년단 정국·NCT 재현·아스트로 차은우·세븐틴 민규는 지난달 25일 서울 이태원의 음식점과 유흥시설(바) 2곳을 돌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태원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이 나왔다. 그렇다 하더라도 차은우와 재현의 경우에는 2주 간의 잠복기 고려 없이 정상적인 방송 활동을 이어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8일 해당 멤버 중 한 명인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2018년 수여한 문화훈장을 박탈해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각기 '집사부일체' '인기가요' 등에 고정 출연 중인 차은우와 재현에게도 하차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4인에게 뿔난 민심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사실상 할 수 있는 공식적 조치는 모두 했음에도 왜 이들은 대중과 팬들에게 용서받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CBS노컷뉴스가 그 이유를 짚어봤다.

왼쪽부터 방탄소년단 정국과 세븐틴 민규. (사진=자료사진, 세븐틴 공식 페이스북)

 

◇ 챌린지 뒤편 이태원 모임의 '자가당착'

10대~20대 팬들이 주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사전적 의미의 공인은 아니지만 공인급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그룹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태원 방문자들이 속한 아이돌 그룹들은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국내외 할 것 없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선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여느 유명인들처럼 코로나19 관련 챌린지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독려하고 의료진을 응원했다.

정국을 포함한 방탄소년단은 지난 3월 22일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들의 지목을 받아 '스테이 스트롱(Stay Strong)' 챌린지에 참여했다.

이 영상에서 정국은 "불안보다는 믿음이, 분노보다는 위로가 필요한 때"라며 "저희 방탄소년단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세계 시민으로서 여러분들과 함께 지혜롭게 헤쳐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재현은 지난 6일 멤버와 함께 '함께해요 희망기부릴레이 캠페인' 행사에 참석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을 위한 자발적 모금운동에 나섰다. 재현이 속한 그룹 NCT 127은 국제보건의료단체인 스포츠닥터스의 릴레이 응원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민규가 속한 세븐틴도 스포츠닥터스 릴레이 응원 캠페인을 통해 국내 및 전 세계 의료진과 시민들을 격려하는데 힘을 보탰다.

차은우는 지난 2일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면서 SNS에 "의료진분들의 헌신과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덕분에 챌린지'는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진에게 '존경합니다'라는 뜻의 수어 동작과 함께 감사와 응원을 전하는 릴레이 캠페인이다.

결국 이들은 코로나19 캠페인에는 앞장섰지만 실생활에서는 당시 정부가 운영 중단을 권고한 유흥시설에 방문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어긴 셈이 됐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자가당착'에 대중과 팬들의 무너진 신뢰는 좀처럼 회복이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캠페인에 참여했던 진정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높은 영향력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계각층에서 노력을 기울이는 와중에 이들이 이율 배반적 행동으로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코로나19 챌린지에 참여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야기해놓고 스스로 어긴 것"이라며 "사회적 영향력이 크면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지금 코로나19로 '준전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특수 상황인데 그 파급효과를 생각하지 못하고 잘못된 행위를 했을 때는 당연히 일반인보다 유명인이 더 강도높게 비판 받게 된다. 감수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왼쪽부터 아스트로 차은우, NCT 127 재현. (사진=자료사진, SM엔터테인먼트 제공)

 

◇ '오리발' 내밀다가…골든타임 놓친 사과

빠른 인정과 사과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의 필수 지침이나 다름없다. 이들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놓쳤다.

지난 13일 한 매체는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 A씨와 B씨가 지난달 25일 밤부터 26일 새벽까지 이태원 바에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익명 보도로 이뤄졌지만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는 해당 목격담이 일파만파 번진 상태였다.

언론 매체들은 언급된 아이돌 그룹 멤버의 소속사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소속사는 "아티스트의 사생활 관련해서는 확인이 불가"하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18일 디스패치의 '이태원 아이돌' 실명 보도가 나오자 상황이 달라졌다. 이들 소속사는 뒤늦게 당사자들에게 사실을 확인하고, 잇달아 고개 숙여 사과했다. '모르쇠'로 대응하다가 번복된 입장에 대중과 팬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위기 대처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하 평론가는 "의혹이 생겼을 때 바로 인정하고 사과를 했어야 하는데 사태를 뭉개고 넘어가려 했으니 더욱 질타를 피하기 어렵다. 숨기고 넘어가려는 듯한 모습까지 보여 국민정서상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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