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규제 "포괄 위임이 더 큰 문제" "검열 위험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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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n번방 방지법' 등 인터넷 규제 3법 두고 모호한 법안‧역차별 가능성 등 부작용 우려
정부‧여당 "업계 우려는 침소봉대…시행령 논의 과정서 불식가능" 반박 불구 "과도한 시행령 포괄위임, 불확실성 증대‧악용 위험…임기 말 국회, 쟁점법안 졸속처리 반복" 비판 이어져

n번방 방지법 국회 통과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n번방 방지법' 등 인터넷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인터넷 규제 입법을 두고 정부‧여당과 업계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업계는 해당 법안들의 모호한 규정이 악용 가능성이 있고, 이런 규제들이 해외 사업자를 뺀 국내 사업자만 옥죄는 '역차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가 졸속 입법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지적에 정부와 여당은 '과도한 우려'라고 반박하며 향후 시행령 논의 과정에서 모호성과 악용가능성 등 제기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법안의 중요한 내용을 모두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 향후 어떤 제도가 만들어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더 문제'라며 재반박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 "지금도 불법촬영물 신고‧요청 시 즉시 삭제…포괄적 법안, 검열 위험만 높여"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사업자에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 방지 책임 의무를 강화하고 서비스 안정성 의무를 부여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신재난 관리 대상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포함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인터넷 기업들과 시민단체들은 해당 법안들이 인터넷 업계에 심각한 부작용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인터넷 기업들에게 디지털 성범죄물 등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 최대 관련 매출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사진=연합뉴스)

 

업계는 불법영상물 유통 근절이라는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도 신고나 요청을 통해 불법촬영물을 인지하면 기업들이 곧바로 삭제하고 있는데 과도하게 포괄적인 해당 법안으로 기업이 이용자의 통신비밀을 침해할 소지를 높인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어떤 인터넷 기업에게 이런 의무를 지울 것인지, 또 기업이 취재해야 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는 무엇인지 등 법안의 중요한 내용이 모두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 제도의 예측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인터넷기업협회 박성호 사무총장은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부분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지금도 게시물을 신고하거나 삭제 요청하면 이를 인지 시 바로 삭제하게 돼 있다"며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술적 조치를 취하라고 하면 이해할 수 있으나, 지금은 과도하게 포괄적이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했다.

카카오톡 등 이용자의 사적 공간을 들여다 볼 경우 반드시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다는 등의 구체적인 사생활 침해 방지 장치가 시행령이 아닌 법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인터넷 기업 관계자도 "법안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카카오톡이나 밴드 등 사적인 대화방 등을 무작위로 검열할 수 없다는 점을 시행령이 아닌 법안으로 분명히 해달라는 것"이라며 "시행령은 법안보다 쉽게 정부가 고칠 수 있기 때문에 정권에 따라 불법촬영물 감시 등의 명목으로 이용자 사생활 침해가 가능하도록 규제가 바뀔 위험이 완전히 없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 "망품질 의무, 통신사 본연의 의무인데 스타트업 등 CP 부담…방송사업자 규제법으로 데이터사업자 규제도"

인터넷 기업에 통신서비스 안정화 책임을 부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넷플릭스법'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인터넷 업계의 주장이다.

인터넷 망 품질은 통신사 본연의 의무인데 이를 콘텐츠기업(CP)에 부과하게 하면서 스타트업을 포함한 모든 CP에게 부담을 지운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에게 어느 정도 의무를 지울지 등도 정해지지 않았다. 시행령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는 "현재 법안은 예측가능성이 심각히 떨어진다"며 "(중소CP도 대형CP로 성장하면 의무가 부과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는 비용으로 연결돼 스타트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법 집행력이 없는 해외사업자 대신 국내 사업자만 의무를 질 것이라는 우려는 n번방 방지법과 넷플릭스법에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우려다. 이번에 해외 기업들을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역외규정'이 신설되긴 했지만 이런 규정만으로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 실효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대한 규제를 담은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은 법체계로도 문제가 있는 것은 물론 인터넷 사업자에게 과도한 의무를 지운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인기협 관계자는 "해당법안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데이터센터의 대응 방식을 규제하고 있는데 이는 정보통신망법이 정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이 법을 개정해야지 방송통신사업자를 규제하는 법으로 데이터센터 운영 사업자를 규제하는 것이 법체계상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터넷사업자들의 데이터 보호라는 본연의 입법 목적과 달리 규제가 다른 사업자와 영업 비밀인 설비통합운용 자료 공유, 정부의 설비 감독 조사권 보장 등을 담고 있어 사업자에게만 과도한 의무를 지운다"고 덧붙였다.

◇ 정부‧여당 "업계 우려, 시행령 논의과정에서 불식"…업계 "과도한 포괄위임 위험…우려되는 부작용 많은데 임기 말 국회가 졸속입법 해서야"

인터넷 규제 3법이 모호한 내용으로 인한 악용 가능성, 역차별 가능성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시행령 논의과정에서 이런 우려를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며 업계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일축했다.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개정법률안 어디에도 인기협 등이 우려하는 '사적 검열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만한 근거가 되는 규정은 없다"며 "(업계의) 우려는 (법안이 미칠 영향을) 자의적으로 '침소봉대'식으로 해석하고, 근거 없는 선입견만으로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역외규정의 한계는 인정했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물론 역외규정 신설만으로 완전한 법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면서도 "그동안 이 규정마저 없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해외 사업자에 대해 불법정보 유통에 대한 법적 조치를 할 수가 없고, 역외규정 적용으로 규제기관은 좀 더 적극적으로 불법정보 유통에 대한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업계의 반발에 대해 "법안이 국회에서 의결된다면 중복규제와 역차별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행령 입안 과정에서 관련 업계 등과 충분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모호한 규정도 시행령 논의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반영해 구체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앞으로 잘 할테니 믿어달라'는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믿고 기다리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인기협 관계자는 "수년 동안 정부에서 역차별 논의가 지속돼 온 과정과 바뀌지 않는 현재를 반추해 봤을 때 '시행령 입안 과정에서 최대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업계가 마냥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12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체감규제포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등 4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임기 말 쟁점법안 졸속처리의 악습'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인터넷규제 입법 처리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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