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정훈(등번호 9번)이 6일 수원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3회초 3점홈런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2020시즌 KBO 리그 개막 후 2경기 연속으로 1개씩 실책을 범했다. 최다 실책의 멍에를 썼던 지난해와 느낌이 비슷하다. 하지만 실책 때문에 팀이 흔들리거나 무너지지는 않았다. 작년과는 다른 양상이다.
롯데가 개막 2연승을 질주했다. 6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9대4으로 승리했다.
투타의 조화가 돋보였다.
가족을 돌보기 위해 잠시 미국으로 떠난 애드리안 샘슨을 대신해 2선발을 맡은 서준원은 6이닝 5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비자책)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2019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프로 2년차 서준원은 최고 구속 152km를 기록한 직구의 위력을 믿고 힘차게 공을 뿌렸다. 총 투구수 83개 중 무려 60개가 직구였다. 스트라이크존을 낮게 파고드는 직구의 위력에 KT 타자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타석에서는 응집력이 돋보였다. 특히 테이블 세터진의 활약이 눈부셨다.
민병헌이 1회초 선두타자 2루타로 출루했다. 그는 전준우의 중견수 플라이 때 3루에 갔고 손아섭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았다.
롯데는 3회초 대거 5점을 뽑았다. 1사 후 테이블 세터 민병헌과 전준우가 연속 안타를 때렸고 손아섭의 적시타, 이대호의 희생플라이가 나왔다. 이어 정훈이 KT 선발 쿠에바스의 체인지업을 때려 왼쪽 담을 넘기는 3점홈런을 쏘아올렸다.
롯데는 고비 때마다 수비의 힘으로 버텼다. 1루수 정훈은 3회말 2사 1,2루에서 강백호의 강습 타구를 잘 잡아내 불을 껐다. 5회말에는 호수비의 연속이었고 특히 서준원이 자신의 머리로 날아오는 김민혁의 타구를 잡아내는 묘기에 가까운 수비를 선보였다.
실수도 있었다. 6회말 1사 1루에서 2루수 안치홍이 멜 로하스 주니어의 땅볼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롯데는 무너지지 않았다. 1점을 내줬지만 추가 실점을 막았다.
롯데는 서준원이 내려가고 박시영이 등판한 7회말 KT에 집중타를 얻어맞고 2점을 내줬다. 6대3으로 쫓겼다. 그러나 8회초 정보근의 외야 희생플라이로 곧바로 1점을 달아났다. 경기 막판 롯데에게는 의미가 큰 점수였다.
롯데는 8회말 박경수에게 홈런을 맞아 다시 3점차로 쫓겼지만 롯데는 또 한번 반격했다. 9회초 손아섭의 1타점 적시타, 상대 폭투에 의한 추가 득점으로 KT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롯데는 2경기에서 외국인 원투펀치가 등판한 KT를 상대로 16점을 뽑았다. 이날 경기에서도 개막전과 마찬가지로 몰아치는 힘이 대단했다. 특히 상위타선의 역할이 컸다.
주자를 진루시키는 능력과 중요할 때마다 나온 희생플라이, 상대가 추격하면 달아나는 힘, 집중력 역시 좋았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타자들이 기량은 갖고 있다. 지난해는 펼치지 못했는데 코칭스태프가 기량이 나올 수 있도록 잘 이끌어주고 있다"며 강한 믿음을 나타냈고 비록 이제 2경기가 끝났지만 타자들은 믿음에 보답했다.
실수가 나와도 팀은 흔들리지 않았다. "9명이 나가서 다 잘할 수는 없다. 9명 중 한명이 실책을 하더라도 서로 도와주면 된다"고 강조하는 허문회 감독의 목소리에 선수들은 평정심을 찾고 있다.
무엇보다 내야 수비의 중심을 맡는 유격수 딕슨 마차도의 공헌도 눈에 띈다. 개막전 결승포의 주인공이었던 마차도는 이날 1볼넷 1득점으로 공헌했고 굉장한 주력을 선보였다. 수비에서도 안정감이 남달랐다.
허문회 감독은 마차도가 수비만큼은 메이저리그급이고 타격 역시 떨어지지 않는다며 "내가 아주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며 높게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