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김경일 "대박시대 가고 완판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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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달라지는 행복의 척도는?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MHz (18:25~20:00)
■ 방송일 : 2020년 5월 6일 (수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연자 :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 정관용> 시사자키 특별기획 <코로나19, 신인류시대="">. 지난주에 우리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와 ‘코로나19 이후에 행복의 척도가 바뀐다’ 이 얘기를 하다가 흥미진진한 대화 과정의 시간이 부족해서 한 번 더 모시기로 제가 생방송 중에 즉석 섭외를 했고 오늘 다시 또 나오셨습니다. 김경일 교수님, 어서 오세요.

◆ 김경일> 안녕하세요.

◇ 정관용> 제가 좀 요약하자면, 그동안에 우리는 원트, 사회가 원하는 것, 나도 왠지 해야 될 것 같은 것. 그런 거 쫓아다니느라고 정신 없었다. 그런데 라이크,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그걸로 이제는 행복의 척도가 바뀔 것이다 이런 얘기 했었잖아요. 거기에 이어서.

◆ 김경일> 그래서 방송 말미에 저도 약간 놀라서 다시 한 번 다음 주에 나오라고 말씀을 하셔서 그런데 제가 적어놓겠습니다라고 드린 말씀이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러니까 코로나 이후에 우리 인류가 행복의 척도가 바뀐다라는 얘기를 하셨잖아요. 그래서 제가 돌아가서 다른 심리학자들과 나 다음 주에 또 행복의 척도가 바뀐다는 얘기를 해야 된다 그랬더니 굉장히 재미있는 단서들을 주더라고요, 다른 심리학자들이. 저 보고 “김 교수, 척도라는 것에 한번 관심을 가져봐”. 왜냐하면 이 척도라는 말, 척도를 바꾼다는 표현이 연구자들 사이에서 두 가지 용어,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거든요.

◇ 정관용> 이제 복잡하게 돌아가네요. 첫 번째는 뭐예요.

◆ 김경일> 척도를 바꾼다고 할 때 우리가 처음에 상식적으로 그리고 직관적으로 이미 다 알고 계신 것처럼 기준이 바뀐다는 거죠.

◇ 정관용> 기준.

◆ 김경일> 그런데 이게 첫 번째고요. 그리고 두 번째는 조금 학술적이고 미묘한데 이것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오늘 한 번씩 다 말씀드려보려고 합니다.

◇ 정관용> 좋아요. 첫 번째 먼저 행복의 척도로서 첫 번째 기준이 바뀐다. 그게 뭐, 뭐에서 뭐로?

◆ 김경일> 지난주에 잠시 말씀을 드렸지만 원트에서 라이크로 가야 된다.

◇ 정관용> 그게 기준의 변화다.

◆ 김경일> 기준의 변화죠. 그래서 만족감이 지혜로운 사회로 갈 것이다라고 제가 말씀을 드렸잖아요. 그런데 방송을 보신 분 중에 또 이런 분 의견 내주신 분들이 있으시더라고요. 그 만족감이 지혜로운 사회로 가는 거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거 아니냐. 그런데 사실은 낙관적인 게 아니죠. 이게 사실 어찌 보면 준엄한 이야기예요. 만족감이 지혜로운 사회로 간다는 건 내 만족감이 지혜롭지 않으면 이제는 정말 훨씬 더 불행하게 살 수밖에 없고 불만족하게 살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되니까, 사회의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지혜로운 만족감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나도 그만큼 만족감을 지혜롭게 해야 되는데, 그 기준이 본질적으로 그러니까 남의 기준이 아니라 내 기준으로.

◇ 정관용> 그게 원트가 아닌 라이크로. 라이크가 내 기준.

◆ 김경일> 그러니까 이것을 두고 사실은 굳이 코로나라고 하는 이런 큰 변화를 두지 않고라도 굉장히 많은 심리학자들이 얘기를 했죠. 예를 들어보자면 문화심리학자 중에 김정운 박사라고 계시잖아요. 김정운 박사가 최근에 제가 들어도 괜찮은 설명 체계다. 이걸 인정 투쟁이라고 하셨어요. 인정 투쟁.

◇ 정관용> 남한테서 인정받는 투쟁.

◆ 김경일> 인정받기 위해서 투쟁하는 삶이 그러니까 우리가 내가 40평짜리 집에 살면 50평짜리 집에 가고 싶은 이유가 50평짜리에 사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큰 차 가지고 싶은 이유가 또 못지않게 큰 차 타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그러니까 끊임없이 비교 우위에 서 있어야 하는데 이게 인간이.

◇ 정관용> 이러면 행복할 수 없죠.

◆ 김경일> 비교만큼 내 행복을 취약하게 만드는 방법이 없습니다. 내가 반에서 1등 하잖아요. 비교우위에 서 있는 것 같지만 내 반에 전교 1등 하는 애가 들어와 버리면 나는 2등으로 밀려버리니까, 3등으로 밀려버리니까.

◇ 정관용> 내가 전교 1등 해도 전국 1등 옆에 가면 그렇잖아요.

◆ 김경일> 그러니까 인정 투쟁이라고 하는 게 남의 감탄을 받는 데 목매는 사람들이 어려운 삶인데 그러니까 그 감탄의 주체가 상대방이 아닌, 타인이 아닌 나로 바뀌어야 된다는 거죠. 그러니까 내가 라이크하는 게 뭐냐.

◇ 정관용> 내가 좋아하는 거, 진짜 내가 즐기는 그런 거죠.

◆ 김경일> 그러니까 나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는 것. 그러니까 꽃을 정말 좋아하는 분들은 꽃의 색깔이 바뀌면 그 색깔이 바뀌는 것에 따라서 감탄이 일어나고요. 그리고 음식 좋아하는 사람은 약간의 맛의 변화에도 감탄이 일어나고 이런 식으로. 그러니까 나의 미학적 경험, 나의 감탄을 만들어내는 것들이 실제로 내 것이다.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아기공룡 조형물에 마스크가 씌어져 있다. (사진=황진환기자)

 


◇ 정관용> 남 눈치 볼 거 없다.

◆ 김경일> 그렇죠.

◇ 정관용> 중요한 건 내 삶이다. 옛날 세대에 비해서 요즘 젊은 세대들은 확실히 그쪽으로 가고 있다고 그러지 않습니까?

◆ 김경일> 그게 너무 그러니까 자기 것만, 자기 관점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걱정을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은 세계적인 언어심리학자인 마이클 토마셀로가 그랬죠. 모든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좀 더 복잡해지고 다음 세대보다는 좀 단순하다 그 이 얘기를 해요. 이 얘기는 낫다, 못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감정의 체계가 좀 더 그쪽으로 복잡미묘하게 가고 있는 것뿐이다, 얘기를 하는 것뿐이죠.

◇ 정관용> 그런데 그거랑 코로나19랑 무슨 상관이에요?

◆ 김경일> 그런데 이 코로나 이후에는 그렇기 때문에 남의 인정이나 남의 감탄을 받을 기회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겁니다.

◇ 정관용> 서로 안 만나니까?

◆ 김경일> 그렇죠.

◇ 정관용> 언택트 사회가 되니까.

◆ 김경일> 그렇죠.

◇ 정관용> 혼자 자기 혼자놀이가 익숙해져야 되니까.

◆ 김경일> 그렇죠. 그러니까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진다라는 것은 남의 인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상에서 끊임없이 돌아다니면서 남의 인정과 남의 감탄에 목말라 있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요.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해 봤더니 계속해서 사회적으로 계속해서 외로움을 못 이겨서 관계성을 도피하는 그런 삶을 살다가 보니까 남의 인정, 남의 감탄에 목매다가 갑자기 어라, 이게 내 감탄도 좀 중요해지겠구나라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니까 이게 슬슬 보이기 시작하더라는 거죠.

◇ 정관용> 그렇군요. 그러려면 인정 투쟁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 김경일> 인정 투쟁으로부터 벗어나려면 내가 일단 나에 충실한 경험을 해야 되겠죠. 그러니까 문화심리학에서는 그걸 예술적 경험 혹은 예술적 활동이라고 보통 표현하시지만 그냥 예술적이거나 아니면 미학적 경험만 나의 감탄을 자아내는 게 아닙니다.

◇ 정관용> 특히 음악 감상이나 미술품 감상을 아예 싫어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런 분들은 어떡해요?

◆ 김경일> 그래서 조금 더 넓게 보자면 내가 스스로 하는 감탄의 정말 결정판이 있죠.

◇ 정관용> 뭐예요?

◆ 김경일> 그게 보람이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 정관용> 보람 있다가 가장 스스로 감탄하는 거죠.

◆ 김경일> 저희가 임종, 사람이 돌아가실 때. 이제 나이가 많아서 돌아가실 때 연구해 보면 거기에 내가 돈 더 벌 걸 후회하시는 분은 안 계세요. 내가 그 지위까지 올라가야 되는데 못 갔다 후회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삼국지의 조조조차도 내가 삼국통일을 못해서 땅을 치고 원통하다라고 죽지 않았고요. 조조가 자기 무덤 70개 정도 더 만들라고 하고 죽어요.

◇ 정관용> 그건 뭔 말이에요.

◆ 김경일> 왜냐하면 내가 사람들한테 너무 못되게 굴어서 보람을 못 찾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자기의 무덤을 누가 파헤칠까봐 그 두려움으로 인해서 무덤을 칠십 몇 개를 더 만들라고 하고 죽었거든요. 대부분의 분들 거의 정상적인 모든 분들이 지위고하나 아니면 성공과 재산을 막론하고 돌아가실 때 이렇게 얘기하고 후회하시면서 돌아가십니다. 내가 그 친구한테 좀 더 잘 할 걸, 내가 그 사람한테 좀 더 잘해 줄걸. 그러니까 이게 뭐냐 하면 보람이라는 게 나 아닌 다른 사람과도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공존할 수 있었던 삶의 흔적들이에요.

◇ 정관용> 보람을 혼자 느낄 수는 없죠.

◆ 김경일> 그렇죠.

◇ 정관용> 타인과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거죠?

◆ 김경일> 그러니까 가장 강한 처벌은 보람조차 못 느끼게 만드는 교도소에서요. 교도소에서 죄를 짓고 다 같이 수감돼 있지만 거기서도 보람을 찾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조금씩 도와주는 재미있는 행동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그 보람조차도 못 찾게 만드는 게 바로 독방이기도 하죠.

◇ 정관용> 아무리 언택트 사회라 하더라도 남에게 도움 되는 나의 행동이라고 하는 건 있는 거니까.

◆ 김경일> 그렇죠. 오히려 그러니까 그 도움 되는 행동이 온라인상에서 더 멀리 갈 수 있고요. 그리고 더 추상적이지만 포괄적일 수 있기 때문에.

 


◇ 정관용> 좋습니다. 인정 투쟁으로부터 벗어나서 내가 좋아하는 거, 내가 즐길 수 있는 예술적, 미학적 경험뿐 아니라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바람 그것이 행복의 척도가 되어야 한다. 이게 기준이네요.

◆ 김경일> 그렇죠.

◇ 정관용> 이게 거시적 의미가 기준이고 두 번째 미시적 의미의 척도는 뭐라고요?

◆ 김경일> 그 미시적 의미라는 게 보통 우리가 척도를 바꾼다고 얘기할 때요. 심리학자들이나 사회과학자들이 이렇게 얘기합니다. 몇 점 척도로 바꿀까?


◇ 정관용> 5점 척도, 7점 척도, 이런.

◆ 김경일> 네.

◇ 정관용> 그건 전문가들만 아는 단어겠죠.

◆ 김경일> 그런데 이게 중요한 말인데.

◇ 정관용> 무슨 말이에요, 그게?

◆ 김경일> 일 전혀 아니다, 7점 척도. 7점 척도를 쓰려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때 잠깐만, 그거 그 제품을 잘 몰라, 사람들이.

◇ 정관용> 잘 모르면 7점까지 못 가죠.

◆ 김경일> 못 가죠.

◇ 정관용> 나는 좋아해, 싫어해, 이거밖에 없죠.

◆ 김경일> 헤매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깊이 알고 있으면 오히려 5점 척도나 3점 척도보다 7점 척도는 줘.

◇ 정관용> 갈 수 있죠.

◆ 김경일> 그렇게 하죠. 첫 번째와 연결이 되는 건데요. 사람들이 조금 더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자기의 라이크 그리고 자기의 감탄에 민감해지고 예민해지면 사람들은 점점 더 그 대상에 대해서 안목이 좁지만 구체적으로.

◇ 정관용> 전문가가 된다?

◆ 김경일> 전문가가 되겠죠. 그런데 이 두 번째 척도의 변화를 알고 있는 건 단순히 우리 자신의 행복보다 더 중요한 측면이 있습니다.

◇ 정관용> 뭐예요?

◆ 김경일> 제가 깜짝 놀란 게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이 척도가 변하고 있다는 걸 눈치를 채고 계세요.

◇ 정관용> 그렇죠, 상품 판매와 직결되죠.

◆ 김경일> 그러니까 예전에는 잘 아시겠지만 전 국민이 다 보고 전 국민이 다 신고 전 국민이 다 입는 그런 식이었습니다. 그렇죠, 시청률이 60, 70씩 나왔죠.

◇ 정관용> 드라마 한 편 히트치면 그랬죠.

◆ 김경일> 그런 드라마를 우리가 대박 드라마라고 했어요.

◇ 정관용> 요새 그런 거 잘 안 나와요.

◆ 김경일> 그런 거 없죠. 사람들이.

◇ 정관용> 다양해진다는 얘기예요.

◆ 김경일> 그리고 라이크에 이렇게 중요하게 된다면 그러면 이게 훨씬 더 기업들은 어떻게 가야 되느냐. 대박의 신화에서 벗어나서 완판의 개념으로 가야 된다라고 제가 말씀드리는데 이걸 알고 계시더라고요. 기술이 이미 3D 프린팅 기법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까지 굉장히 많은 기술이 나온 게 다종, 그러니까 종류는 다양하게 하고 소량 생산해서 훨씬 더 하나의 상품으로 너 빼고는 다 샀어라고 하는 광고를 하는 시대에서 벗어나서 이게 원트죠. 그런데 당신은 이 부분에서 이렇게 좋아하시는 분이군요. 그 눈금을 우리가 5점에서 7점으로 정교하게 맞춰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면서 다종 소생산으로 들어가서 이제 기업들이 똑똑한 기업일수록 대박의 신화에서 빨리 벗어나고 완판, 소량이지만 이걸 완판하는 그런 아주 지혜로운 개념으로 가는데.

◇ 정관용> 그러면서 또 꾸준히 판매가 되는.

◆ 김경일> 그렇죠.

◇ 정관용>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시대가 이제는 바뀌었다.

◆ 김경일> 그렇죠. 그러니까 이미 우리 이번에 코로나 이후에 그 개념을 잘 맞춰서 드라이브스루라는 개념도 좀 설계를 붙여보시고 이때 뭘 좋아하는 걸 아는 왜 각 도에서 완판 신화를 만들어내는 분들이 또 계시죠. 그래서 완판과 관련된 별명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게 바로 척도의 변화가 눈금이 좁아지고 있고 대신 구체적으로 변하고 있구나를 알아차리는 거죠. 우리 사회가 계속 그쪽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 정관용> 심지어는 마스크도 다종, 다양해진다잖아요.

◆ 김경일>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거기서 개성도 뽐내고 이런다는 거 아니에요. 그럼 다시 정리하면 행복의 기준, 행복의 척도가 바뀐다. 첫 번째는 기준부터 바꿔라. 두 번째는 그 기준이 바뀌다 보면 내가 더 좋아하는 쪽으로 더 전문화될 수 있다. 사회도 기업도 그쪽으로 변화시켜라.

◆ 김경일> 이미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변하고 있다. 이 두 번째 얘기가 중요한 얘기인 게 사실 첫 번째에 대한 교수님 설명에 대해서 제가 바로 질문드리려고 했던 게 그거예요. 뭐냐 하면 자본주의 사회라는 게, 자본주의 경제라는 게 기본적으로 뭔가 이렇게 남이 하는 건 나도 따라하게끔 부추기면서 자꾸 소비를 이렇게 촉진시키는 그런 약간의 거품 속에 지탱해 온 경제 아니냐. 이렇게 던지려고 했거든요. 그럼 앞으로 경제는 어떻게 되냐. 경제도 바뀌어야 된다 그 말이군요.

◆ 김경일> 그렇죠.

◇ 정관용> 사람의 행복 척도가 바뀌듯이 경제와 기업 활동도 달라져야 한다.

◆ 김경일> 네, 이미 예전에 중고등학교 다닐 때 80년대에는 교실에 어떤 반 친구들이 운동화를 N사 거나 P사 거 사면 다 샀어요.

◇ 정관용> 맞아요.

◆ 김경일>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때문에. 그런데 지금은 학교를 가보면 심지어 대학생들도 진짜로 이 신발 신은 친구, 저 신발 신은 친구 그리고 종류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신발을 신은 친구 다양해요.

◇ 정관용> 하긴 다양하죠. 남이 신은 거 신으면 창피해하는 그런 것도 있어요.

◆ 김경일> 그러니까 개성을 찾아주고 개성을 오히려 성장시켜주는 이런 교육이 오히려 대량소비에서 끊임없이 자연을 파괴하는 자본주의로부터 우리의 후속 세대를 빼내서 조금 더 같은 자원도 효율적으로 잘 배분할 수 있는 지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개성을 살리는 게 사실은 굉장히 중요하고도 지혜로운 메커니즘입니다.

◇ 정관용> 그러면서도 또 전문화돼야만 가능한 거고 그 이전에는 그냥 나 이거 좋아,싫어 이거밖에 없는 거잖아요.

◆ 김경일> 그렇죠.

◇ 정관용> 남한테 인정받고자 하는 그 인정 투쟁으로 계속 가면 나는 이겼어, 졌어밖에 없는 건데 이제는 그게 아닌 거네요.

◆ 김경일> 그런데 그 남의 인정이라는 게 얼마나 허무하게 거둬가는 겁니까?

 


◇ 정관용>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이라는 단어 있죠. 작지만 확실한 나의 행복. 이것도 상징적으로 그 말씀이랑 같은 거네요.

◆ 김경일> 그런데 소확행이라고 하는 개념과 상당히 겹치기는 하는데 사실은 소확행이라는 말에 약간의 우려가 있죠. 그 우려가 뭐냐 하면 그러니까 오늘 행복하고 내일을 생각하지 말자라고 하는 식의 오늘 자꾸만 행복해서 저축도 하지 말고 이런 거 아니냐라고 걱정하시는 분이 계시잖아요.

◇ 정관용> 소확행에는 두 측면이 있어요.

◆ 김경일> 그런데 그 두 측면 중에 이런 걱정이 아닌 작은, 동일한 자원을 가지고도 만족감과 행복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라고 하는 건 우리로 하여금 적정한 삶을. 최대로 부유한 삶이 아니라 적정한 삶을 살 수 있게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건데 이미 기술에서도 실제로 미래 쪽을 굉장히 잘 내대보는 그런 과학자들은 최고로 발달한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 정관용> 적정기술.

◆ 김경일> 적정기술이라고 하는 게 가장 인류에게 행복한 기술이라고 하는 게 있죠. 그러니까 이게 적정한 삶과 적정한 기술과 적정한 행복감이 어디인지 그 점근선을 잘 찾아가는 그런 계기를 우리가 만났고요.

◇ 정관용> 코로나19로.

◆ 김경일> 그렇죠. 그렇게 갈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가는 속도를 단지 더 빨리 만들어주는 것이 코로나일 뿐이죠.

◇ 정관용> 이미 가고 있었고 그쪽으로.

◆ 김경일> 이미 이전부터 있었던 변화를 좀 더 빠르게 만들어준 것뿐인 것 같아요.

◇ 정관용> 우리가 특별기획을 통해서, 생태적 삶으로 우리가 가야 한다, 이런 테제를 내놓기도 했고 인간의 무한 욕망 추구, 그것이 자본주의의 근간인 한 앞으로 이런 위기는 더 자주 올 것이다, 이런 경고도 많이 듣고 했는데, 이제 김 교수와 얘기를 해 보니까 조금 더 얘기가 구체화되는 것 같아요. 우리 경제도 우리 기업도 이미 인간의 무한 욕망 추구를 부추기는 것 가지고는 더 이상 지탱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면 자꾸 자연을 파괴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이런 질병은 더 올 거라는 걸 알게 됐다. 거기서 나온 것들이 적정한 삶, 적정기술 이런 거군요.

◆ 김경일> 왜냐하면 자원은 한정돼 있으니까요. 적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문명과 국가와 개인만이 다른 문명과 혹은 문화와 공존할 수 있겠죠. 그런데 공존력을 갖춰야 가장 안전한 개체가 되잖아요. 그러니까 끊임없이 욕망을 끝없이 추구하는 국가나 그런 문화는 반드시 누군가에 의해서 크게 당하고 사실은 오히려 역으로 침략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커지니까 우리를 잘 지킬 수 있는 최대한의 경쟁력이자 무기가 오히려 공존력이고 적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그 마음이라고 보시면 맞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갑작스러운 질문일지 모르지만 개인과 개인 간의 인정받고자 하는 투쟁, 거기로부터 벗어나자 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가 간 비교가 많아지고 있어요. 그러면서 도대체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알고 있던 나라가 도대체 왜 이래 이런 얘기도 있고 우리가 선진국 아니야라는 얘기도 나오고, 이런 국가 간 비교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경일> 사실은 국가 간 비교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가 우리나라죠. 우리나라예요. 그런데 그 선진국 이야기도 한번 나누시는 것을 제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선진국도 결국 인정 투쟁의 산물이죠. 인정 투쟁의 산물이에요. 우리나라 기업들이 인정 투쟁에서 벗어나면서 어떤 단어가 많이 사라졌냐 하면 제가 봤을 때 조금 경쟁력이나 지혜가 있는 기업들이 벤치마킹이라는 말을 사라지게 만들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볜치마킹이라는 게 남의 거 가져와서 해 보고 베낀다는 거죠. 그런데 벤치마킹 사라졌다는 게 뭐냐 하면 우리가 무슨 힘으로 이렇게 잘하고 있을까. 그러니까 다른 나라에 비해서 사망자가 적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안에서 무슨 힘이 이걸 더 잘하게 만들까라고 하는 내부의 동력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는 거죠. 그러니까 다른 나라보다 뭘 잘했다는 개념이 아니라 우리만 가지고 있는 힘이 뭘까라고 생각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선진국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서 우리한테 맞는 좋은 나라라는 건 뭘까. 우리가 스스로 좋은 나라, 행복한 나라를 규정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이번 코로나가 외국에 비해서 잘했다, 선진국보다 뭘 더 잘했다라고 하는 약간의 논의는 사실 필요하겠지만 토론이나 아니면 담론을 꺼내기 위해서 한번쯤 우리가 만약에 이게 정말 잘된 거라면 우리 안의 이걸 만든 힘은 뭐였을까라는 거.

◇ 정관용> 어떤 점이 우리의 장점인가.

◆ 김경일> 심리학자인, 저희 심리학자들이 봤을 때는 한국 사람들이 굉장히 독특한 장점이 많은 나라예요. 그런 문화고요. 그래서 우리 안의 이런 독특한 장점들을 잘 꺼내와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그저 외국 것을 배우거나 외국을 쫓아가는 것 말고 좀 근본적 장점을 살리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어떻게 보면 이제 그 정도 해야 하는 수준에 온 거죠.

◆ 김경일> 왜냐하면 이제 다른 나라를 쫓아가는 그런 시기는 지나갔어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아주 저개발 상태에서는 허겁지겁 조금이라도 빨리 베끼기라도 해야 되는데 이제는 그 단계를 넘어선 거니까 더 이상 자꾸 남한테 비교해서 하려고 하지 말고 우리 내부의 동력을 잘 찾아보는 그런 거로군요.

◆ 김경일> 그럼요. 우리나라 기업들이 예전에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을 때 한 1~2년 동안 제일 슬퍼했습니다.

◇ 정관용> 그랬나요?

◆ 김경일> 이제 누구를 쫓아가야 되느냐. 이게 사실은 어떻게 보면 서글픈 이야기죠. 그런데 그 혼란의 과정을 보내고 난 다음에 우리 기업들이 우리 장점을 살려보자라고 하는 그런 단계로 들어왔거든요. 어떤 조금 글로벌 역량이 있는 기업들이 됐다면 우리도 이제 그렇게 가야 되겠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BTS와 기생충이 이미 보여주고 있어요.

◆ 김경일> 그렇네요. 맞습니다.

◇ 정관용> 남 흉내 내는 게 아니고 독창적으로 우리 스스로의 어떤 창조력으로 세계를 제패하고 있지 않습니까?

◆ 김경일> 그렇네요. 맞습니다.

◇ 정관용> 우리 기업도 그렇게 가야 되고 우리나라도 그렇게 가자는 말이군요. 그런 어떤 적정한 삶 이런 게 추상적으로 쓰면 되게 어려운 말 같은데 교수님 설명을 들으면 그냥 여러분 각자 좋아하는 거, 라이크하는 거 그거 하나하나 좀 더 즐기다 보면 전문화되고 세세하게 즐기다 보면 작지만 확실한 행복 느끼고 그거네요.

◆ 김경일> 그렇죠. 굳이 한 말씀 더 드리자면.

◇ 정관용> 짧게.

◆ 김경일> 그렇게 나와 좋아하는 걸 공유할 수 있는 원거리에 있는 사람과도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그런 기술이 이제 있으니까요. 그런 관계에서 느슨한 관계와도 적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그런 지혜롭고 효율적인 삶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여러분들도 행복한 인간들이 되시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 2번 연속 고맙습니다.

◆ 김경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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