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영수 (前국민권익위 국방분야 조사관)
국방과학연구소라는 곳이 있습니다. 줄여서 ADD 이렇게 부르죠. 소총부터 탱크까지 국산 군사 무기들을 개발하는 곳인데 우리 군의 핵심기술이 여기 다 모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ADD를 퇴직한 연구원들이 자료를 외부로 대거 유출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습니다.
여러분, 놀라지 마십시오. 혐의를 받고 있는 연구원만 60여 명이고요. 그중에서 많은 자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의 경우는 무려 68만 건. 68만 건을 가지고 나갔답니다. 군사기밀 유출, 우리 영화 속에서나 봤을 법한 군사기밀 유출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는 얘기가 되는 건데.
더 놀라운 것은 이게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 그동안 관습적으로 있었다는 얘기가 들려요. 정말 그런 건지 과거에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이런 조사를 한 적이 있는 분이십니다. 국민권익위 국방분야 조사관을 지낸 김영수 전 조사관 직접 연결해 보죠. 김영수 조사관님, 안녕하세요.
◆ 김영수>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국방과학연구소, 제가 앞에서 잠깐 설명을 했습니다마는 구체적으로 어떤 곳인가요?
◆ 김영수> 국방과학연구소라고 하면 과거에 박정희 정권 때는 실질적으로 무기를 연구를 해서 직접 개발까지 했던, 생산까지 했던 곳이고요. 지금은 직접 연구도 주도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개발은 관련 업체에서 주로 하고 연구개발 관리를 주로 요즘에는 많이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연구도 해요, 그러면?
◆ 김영수> 네, 직접 연구하는 것도 있도 있고, 연구를 주도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연구를 주도하고 개발은 다른 곳에 하청을 주되 그걸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 김영수> 네.
◇ 김현정> 여기서 다루는 자료들은 모두 군사자료, 군사기밀 이렇게 봐야 됩니까?
◆ 김영수> 그러니까 모두가 다 군사자료는 맞고요. 모든 것이 군사기밀은 아닙니다. 군사기밀이라고 하면 1급, 2급, 3급 기밀이라는 표시가 돼 있어야 되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김영수> 그걸 군사기밀이라고 하고. 그 외에는 군사자료라고 하는데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모든 자료는 대부분 대외비라고 보시면 됩니다.
◇ 김현정> 군사자료 중에, 기밀까지는 아니더라도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되는 대외비가 대부분이고 그중에 군사 A급 기밀도 많고요?
◆ 김영수> 네, A급 기밀도 많고요. 그래서 만약에 이번에 군사기밀까지 유출이 됐다면 그거는 정말 심각한 문제죠.
◇ 김현정> 우리가 얼핏 듣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진 것만은 분명한데 무슨 일이 그 안에서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었던 겁니까?
◆ 김영수> 그쪽에서 연구 개발했던 기술 자료들이 유출이 됐다라고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오늘 봐야 될 핵심이 뭐냐면 이게 이동형 저장장치로 유출이 된 건지인데,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연구원은 뭐라고 했냐면 자료를 출력해서 저장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거든요.
◇ 김현정> 맞습니다.
◆ 김영수> 자료를 출력해서 저장을 한 죄와 이동형 저장장치, USB로 담은 것들은 완전히 달라요.
◇ 김현정> USB로 담아가서 계속해서 담아가서 그것을 계속 활용하는 것과 종이로 출력해 가는 건 차원이 다르다는 말씀이시군요?
◆ 김영수> 네. 그리고 USB로 담아가려면 고의적으로 보안시스템을 무력화시키거나 누군가가 이거를 알면서 봐줘야 되는 겁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데 지금 보면 이동식 저장장치에 담아서 간 것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지금 밝혀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 김영수> 제가 조사를 했던 게 바로 이런 부분인데요. USB를 내부에 있는 컴퓨터에 연결을 하면 이게 접속이 안 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거를 방지하기 위해서 어떤 수법을 쓰냐면 내부망에 연결돼 있는 랜선이라는 게 있습니다, 랜케이블. 이거를 뽑아놓습니다, 잠시. 그래서 그 안에 있는 컴퓨터에 있는 하드에 있는 것을 뽑아가거든요. 이걸 우리가 ‘통카피’ 라고 통상적으로 얘기하거든요. 컴퓨터 안에 있는 거 통으로 다 가져갔다라는 뜻이거든요.
◇ 김현정> 그러네요.
◆ 김영수> 68만 건 정도가 되려면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자료의 통카피 뿐만 아니라 거기에 관련되는 다른 연구원들이나 이런 자료도 가져갈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보셔야 됩니다.
◇ 김현정> 세상에. 아니, 그게 어떻게 그렇게 보안이 허술할 수 있어요? 통으로 들고 갈 수 있을 만큼 허술하게 뚫려 있다는 게 이게 말이 되는 건가요?
◆ 김영수> 그게 지금도 그렇다라고 제가 단정은 못 하고요. 제가 조사를 했던 시기가 다르니까.
◇ 김현정> 그때가 정확히 언제쯤이죠?
◆ 김영수> 2013년, 14년도인데요.
◇ 김현정> 그때도 그랬다는 거예요?
◆ 김영수> 그때는 뒤에 납땜을 하지 않았어요, 랜케이블 연결을. 그래서 이걸 납땜을 해야 되고 봉인을 해야된다고 제가 그 당시에 국군 기무사령부에 얘기를 했고요. 기무사령부에서 그런 사항들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적극적으로 세우겠다고까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지금 다시 이렇게 드러났다는 얘기는 그때 문제점이 지적됐는데도 계속해서 뚫려 있었다는 얘기가 되는 건가요?
◆ 김영수> 뚫려 있었던 게 아니라 누군가가 봐줬던 거죠. 이게 찾아내기가 엄청 쉬워요. 저 같은 비전문가도 서버에 있는 로그 파일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런 흔적을 뒤지면 됩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접촉이 끊기면 로그 파일에 표시가 나오거든요. 그런 식으로 해서 찾아내는 게 무지 쉽고. 특히 국방과학연구소 같은 경우는 대한민국에서 보안체계가 가장 잘 돼 있다라고 하는 곳이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김영수> 그리고 수시로 보안점검을 하고 정기점검을 해요. 더더구나 안보지원국에서도 하고 국정원에서도 하고 내부에서도 하거든요.
◇ 김현정> 그렇게 보안이 철저한데도 이렇게 뚫렸다는 얘기는, 뚫렸다라기보다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눈감아줬다, 봐줬다라는 얘기가 된다?
◆ 김영수> 그렇죠. 그러니까 제가 이거를 점검을 한다고 하더라도 금방 찾아내거든요.
◇ 김현정> 누가 봐주는 겁니까? 서로 서로 그냥 눈감아주는 걸까요?
◆ 김영수> 서로 서로 봐줬다라고 봐야죠.
◇ 김현정> 그렇게 정보 가져다 어디다 씁니까?
◆ 김영수> 이게 핵심이, 유출만 보면 안 되거든요. 이 자료를 왜 유출했는지, 그 필요성이 있었는지를 봐야 되는데.
◇ 김현정> 그 얘기하기 전에 이번에 68만 건 가져간 사람에게 ‘왜 그랬냐’ 라고 물으니까 이렇게 얘기해요. ‘내가 연구한 자료니까 나중에 이거 내가 어떻게 연구하려고 볼려고 검토하려고 그랬다. 그리고 추후 연구에 좀 활용하려고 했다’, 이런 식이거든요.
◆ 김영수> 그러니까 물론 그런 목적도 없다고 볼 수는 없겠죠. 그런데 대부분 보면 이 자료를 얼마나 가져가느냐에 따라서 내가 취업하는 데 몸값이 달라집니다.
◇ 김현정> 취업할 때.
◆ 김영수> 네, 내 몸값이 달라지는 거죠.
◇ 김현정> 어느 정도나 달라져요? 예를 들자면?
◆ 김영수> 직책이라든가 연봉의 차이가 엄청나게 많이 나죠. 그리고 내가 그 자료를 업체에 가져갔다는 것은 그 업체에 이익을 주겠다는 거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김영수> 그러면 정보의 비대칭이 생기는 겁니다. 경쟁업체가 세 곳인데 한 곳은 자료를 갖고 있고 두 곳은 안 갖고 있잖아요. 그러면 그 업체가 특혜를 받을 수 있는 거죠. 그러면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방위산업비리의 시작이 여기서 생기는 겁니다.
◇ 김현정> 그렇겠네요. 내가 아무 자료를 안 가지고 이 국방과학연구소, ADD에서 아무 자료를 안 가지고 나갔을 때 연봉이 1억이었다 치죠. 자료를 가지고 나갔어요. 한 68만건 가지고 나갔어요. 이 사람의 몸값은 치솟을까요?
◆ 김영수> 그 사업이 예를 들어서 1000억짜리를 내가 수주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회사에서. 그러면 거기에 대해서 내 몸값이 최소한 5%는 내가 받는 거거든요. 그럼 50억에서 100억 정도의 가치가 있는 거잖아요.
◇ 김현정> 그러네요.
◆ 김영수> 오히려 더 가치도 있을 수 있고. 그러니까 이 사업이, 방위사업은 워낙 크기 때문에 큰 사업 하나를 따내느냐, 못 따내느냐에 따라서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 김현정> 1000억짜리 수주라면 50억 원의 가치를, 즉 나한테 50억원을 줘야 된다, 이런 식으로 딜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 김영수> 그렇죠. 충분히 가능하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 식으로 가져다 쓴다?
◆ 김영수> 그래서 이런 자료가 중요하고 이게 방위사업 비리의 시작이다. 이 관점에서 이거를 엄중하게 봐야 된다는 겁니다.
◇ 김현정> 이것이 아주 특수한 한두 사람에게 저질러진 일이라면 또 모르겠습니다마는 공공연하게 벌어졌을 가능성, 여태까지 쭉 이래왔을 가능성, 얼마나 보십니까?
남세규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
◆ 김영수> 저는 그랬을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게 갑자기 튀어나온 문제가 아니고요. 그 전부터 계속 이야기가 있었던 부분입니다.
◇ 김현정> 2013년에도 정말 이걸 보고 적발하고 문제점 지적하셨다는데 계속 이게 어떻게 계속 이렇게 될 수가 있는 거죠? 전 잘 이해가 안 가네요.
◆ 김영수> 그게 이제 내부적인 관행의 문제도 있지만 이거를 감사하고 조사하고 수사하는 곳에서 의지가 중요해요. 그리고 전문성이 중요하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이해가 안 되는 게 내 눈에는 보이는데 왜 그런 사람 눈에는 안 보이냐는 거죠. 안 보이는 게 아니라 안 보는 거죠.
◇ 김현정> 이번에 경찰과 군과 국정원이 합동수사에 들어갔습니다. 퇴직한 지 3, 4년 된 연구원들까지 다 조사하겠다. 최근에 나간 사람 말고 4년 된 사람까지 다 조사하겠다고 했는데 특히 들여다봐야 될 점은 어디라고 보십니까?
◆ 김영수> 먼저 퇴직한 지 3, 4년이 아니라 현직 연구원까지 같이 봐야 돼요. 이 사람들도 잠재적으로 개인적으로 자료를 갖고 있을 확률이 상당히 높고요.
◇ 김현정> 이미 쟁여놨다?
◆ 김영수> 네, 두 번째는 이 자료가 어떤 형태로 유출된 자료가 어떤 형태인지를 봐야 됩니다. 파일의 형태인지 아니면 출력 화면 위드마크가 찍히거든요. 출력물을 다시 저장을 한 것인지를 봐야 되고 언제 갖고 갔는지 봐야 되고.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볼게요. 유출된 자료가 어떻게 활용이 됐는지를 봐야 됩니다. 그러니까 방위사업을 하면서 어떤 업체에 어떤 특혜가 갈 때 이 자료가 활용됐느냐. 이게 핵심이에요. 그러니까 자료가 나갔다, 이것만 중요한게 아니라 왜 나갔는지 그리고 그게 어떻게 방위사업 비리에 활용이 됐는지.
◇ 김현정> 그 줄기까지 다 뽑아야 된다는 말씀이시네요?
◆ 김영수> 이게 핵심이죠. 왜냐하면 그냥 단순하게, ‘자료가 나갔습니다. 너무 열받습니다.’ 지금은 열받을 상황이 아니에요. 차분하게 냉정하게 그 자료의 최종 사용 목적지까지를 보는 것이 정말 이게 제대로 된 조사고 수사지. 그런데 별로 저는 기대를 안 하는 게 그런 관련 관계자들이 별로 전문성이 없어요.
◇ 김현정> 그래요?
◆ 김영수> 네. 제가 경험해 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 김현정> 전문성이 없다는 얘기는 잘 못 찾아낼 거라는 말씀이세요?
◆ 김영수> 네, 이게 단순 수사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관련되는 정보를 획득을 해야 돼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자, 이 부분까지 신경 써서 이번에는 정말 근절되는 계기가 되도록 저희도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영수>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김영수 전 조사관이었습니다. 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