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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20년 장사하며 이런 적 처음"…텅 빈 대학가에 상인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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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권 대학 1학기 전체 재택 수업하거나 비대면 수업 또 연장
먹자골목·부동산·인쇄업·편의점 등 가리지 않고 '텅텅'
당장 월세 낼 돈도 없어 상인들 '한숨'

지난 23일 찾은 대전 유성구 궁동 로데오거리. 사람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김미성 기자)

 

꽃망울이 기지개를 켜고 '왁자지껄' 학생들이 가득해야 할 대학가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취재진이 찾은 대전 유성구 충남대학교 인근 궁동 로데오거리는 인적이 드물다 못해 휑한 모습이었다.

◇ 코로나19에 텅 빈 궁동 로데오 거리…사라진 학생들

지난 23일 오전 11시. 평소라면 학생들이 넘쳐났을 게임장, 인형뽑기 가게에도 기자가 취재한 2, 3시간 동안 단 한 명의 학생도 찾아볼 수 없었다. 카페, 빵집, 화장품 가게, 휴대전화 판매장, 편의점 등 모든 상점이 한산했다.

상가 곳곳에는 '임대'가 붙어있었다. (사진=김미성 기자)

 

곳곳에는 '임대'가 붙어있었고, 아예 문을 열지 않는 가게도 많았다. 오픈 시간을 늦춘다는 공지가 붙어있었지만, 오픈 시간이 지나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궁동 욧골공원에서도 인적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사진=김미성 기자)

 

궁동의 문화공간 중 한 곳인 욧골어린이공원 마저 텅 빈 모습이었다.

오전 11시 40분. 이곳에서 20년째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덕자(65·여)씨는 "원래 이 시간이면 테이블이 꽉 차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와 인터뷰를 진행할 때 손님은 딱 한 명에 불과했다. 일반인 손님이었다.

김씨는 "애들 다 갔어요. 지금은 전멸이에요 전멸"이라며 "20년 장사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죠. 인건비가 안 나와 종업원 3명도 모두 그만둔 상태"라고 털어놨다.

매출도 70% 이상 줄었다고 했다. 인근 상점에는 2시간 사이 단 한 명의 손님만 다녀갔다는 말도 귀띔했다.

휑한 궁동 로데오거리 모습. (사진=김미성 기자)

 

◇ 1학기 전체 재택수업·비대면 수업 연장…상인 '망연자실'

곧 대면 강의를 시작하면 학생들이 돌아올 거란 기대감도 잠시, 지난주 충남대학교와 한밭대학교는 1학기 전체 재택수업을 결정했다.

배재대 역시 코로나 상황 안정기까지 비대면 수업을 연장했고, 목원대와 우송대는 5월 6일, 대전대는 5월 18일 등교 개학을 하기로 했다.

실험·실기·실습 교과 강의에 한해서는 제한적 대면 강의가 실시되지만, 온라인 강의는 계속 연장되고 있다.

17년째 이곳에서 영업 중인 50대 박모씨 역시 "원래 대학가는 3, 4, 5월이 1년 중 최고 피크"라며 "올 초부터 이렇게 돼버리니 월세 내기도 버겁다"며 눈물을 훔쳤다.

과거엔 남편과 직원 1명이 함께 일했지만, 현재는 혼자 일해도 지루한 상황이라고 박씨는 전했다.

그렇다고 배달을 시작하기도 엄두가 안 나는 상황이었다.

박 씨는 "이곳은 아파트도 거의 없고 사무실이 많은 상황도 아니"라며 "배달을 하면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건데, 학생이 없으니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사에서는 배달하라고 하지만, 배달의 민족 수수료와 카드 수수료, 라이더에게 들어가는 돈 등을 따져봤을 때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했다.

근처에서 배달하는 곳을 둘러봐도 하루 10건의 배달도 못 나가고 있다고 박 씨는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31)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박씨는 "개강할 때 1년 장사를 하는 건데 올해는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한다"라며 "주 타깃 대상이 일반 손님이 아니다 보니 최악의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휴업하는 게 낫다고 보고 휴업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면서도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 신청을 하라고 하지만 막상 진행되는 게 없다"고 꼬집었다.

텅빈 부동산 중개소 모습. (사진=김미성 기자)

 

◇ 음식점뿐만 아니라 인쇄업, 부동산중개소도 '한숨'

식·음료 판매점뿐만 아니라 인근 인쇄업과 부동산 상황도 착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충남대 인근에는 약 40여 개의 디지털인쇄 가게가 있는데, 최근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인쇄, 출판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교재 출력은 완전히 끊긴 상태"라며 "더 큰 문제는 관공서에서 아무 행사를 안 하니 연구보고서, 세미나 자료를 만들 일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입은 반토막 났고 거의 유지만 하는 상황"이라며 "이쪽 디지털 거리에서 동구 인쇄 거리에 대량 출판을 맡기는 식인데, 여기서 대량을 맡길 일이 없으니 그쪽도 타격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월 충남대 쪽으로 온 부동산 중개소 역시 문의하는 사람이 없어 휑한 모습이었다.

공인중개사 사무소 김태운 대표는 "이쪽으로 오자마자 코로나가 터졌다"며 "겨울 방학에는 집을 많이 구하는 시기였지만, 현재까지 문의가 아예 없는 상황"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계약금을 물고 기존 계약까지 파기되는 실정"이라며 "부동산업에 대한 지원 대책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부동산 중개업도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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