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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위원장은 왜 나타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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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 국가서 최고지도자 유고설은 내외부 반응 파악할 수 있는 기회
주변국의 대북 정보력 및 대북 정책 방향 평가 기회도
"내부 동요 우려해 김 위원장의 잠행, 너무 오래 가지는 않을 것"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사진=연합뉴스)

 

"중국 문화대혁명 기간에 미국에서 툭하면 신변 이상설을 흘렸습니다. 독살설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중국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죠. 그러다가 보름 쯤 지나서 모택동이 양자강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독재국가의 최고 권력자들은 이렇게 신비주의를 활용합니다. 북한도 그렇습니다. NCND가 때로는 큰 힘을 발휘하죠. 긍정도 아니고 부정도 아닌, 그래서 아주 신비주의적으로 모호하게 만들어서 협상의 주도권을 행사하려고 하는 그런 계산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정세현 민주평통 수석 부의장)

폐쇄 국가에서 최고 지도자의 유고 또는 유고설은 좋은 기회이다. 내외부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이다. 북한도 그렇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외부 국가들이 북한의 속사정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북한에 대한 해당 국가의 정책 방향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설명은 유고설에 대응하는 방식의 전형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모른다'와 '잘 지내고 싶다'이다.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중태에 빠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일성은 '모른다'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통신감청이나 위성감시를 통해 김 위원장의 현황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것이 분명 있는데도, 김 위원장의 상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음으로써 미국이 실제 어느 수준까지 알고 있는지를 노출시키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데 얘기할 수 없다는 외교적 용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이고 앞으로도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말을 반복한다. 김 위원장이 괜찮기를 바란다는 말도 곁들인다.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을 강조하는 메시지이다. 북미 정상간 탑다운 채널을 계속 가동하자는 뜻도 된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서는 미국만이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도 반응이 나왔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관계자 발로 "김 위원장이 현재 위독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 발로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자주격리(스스로 격리하는 행위)일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 입장에서 중국과 일본의 정보력을 평가할 수 있는 단서이다. "김 위원장이 14일 이후 원산 일대에 체류하고 있으며, 비공개 현지지도 등 정상 활동을 하고 있다"는 우리 정부의 설명도 대북 정보력과 대북 정책방향의 맥락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심혈관 시술설'에서 '중태설' '사실상의 심정지설'까지 다양하게 제기됐다.

이런 보도는 북한 주민들에게까지 일정 정도 전파됐을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금은 아무리 국경을 봉쇄해도 정보 유통을 막을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렇다. "정보를 두루 접하는 핵심 지배층만이 아니라 장마당을 통해 일부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이 열흘 이상 공개 석상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유고설을 접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변함없는 충성심을 보이는 주민들도 있겠지만 동요하는 주민들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통치그룹의 입장에서는 누가 동요하는지, 개별 주민의 본심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마스크 쓰고 일분담하는 북한 주민들(사진=뉴스1 제공)

 

실제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 기간에 북한 주민들이 보인 반응 양태에 대해서는 추후에 북한 당국의 철저한 검열과 처벌이 있었다고 한다.

김철 인민무력부 부부장이 김 위원장 장례기간에 음주를 하고 유흥을 했다는 죄목으로 숙청을 당한 것이 좋은 예이다.

사실 잠행의 선구자는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은 은둔에 들어가 전 세계 뉴스가 자신의 존재에 집중하는 것을 워낙 즐겼다"며, "최장 45일간 잠행을 하다가 갑자기 나타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과 건재함을 배가시키는 통치술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의 유고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내부 동요가 확산될 위험성이 있는 만큼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형석 대진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보기에 내부 동요가 확산돼 불안감이 팽배해지면 실제 아프다고 하더라도 건재함을 보여주기 위해 아프지 않은 척 하면서라도 나타날 것"이라며, "북한 내 340만 명의 핵심 지도 그룹에서까지 이러 저러한 얘기가 나올 수 있는 만큼 너무 오래 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공개 활동의 타이밍을 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북한 당국이 최고 지도자의 유고설에 대해 매체를 통해 반응을 보인 적은 없다"며, "(김 위원장도) 좀 더 지켜보면 공개 활동에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 한다. 올해 들어서도 최장 21일 정도 공개 활동 보도가 나오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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