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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판세 비상인데…황교안 한박자 느린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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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차명진 '탈당권유' 총선 출마길 열어
거센 후폭풍, 어두운 수도권 판세에 '악재' 우려
'투톱' 리더십 시험대…김종인 '단호' 황교안 '신중'
당내 "결단 촉구한다" 목소리
황교안 결국 심야 입장문 "우리당 후보 아냐"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김대호 후보의 '세대 비하' 발언과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막말 논란과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미래통합당 윤리위원회가 '세월호 막말' 논란을 일으킨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에 대한 징계를 '제명'보다 한단계 낮은 '탈당 권유'로 결정하면서 당내 강경파 및 태극기 세력을 의식한 결과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고전하고 있는 수도권이 이번 결정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중도' 확보가 승부의 키지만, 당의 결정은 이와 반대로 가고 있어 여론의 후폭풍이 우려되는 셈이다.

'투톱' 위기수습의 박자도 어긋났다.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윤리위 결정에 대해 "한심하다" 평가하며 "우리당 후보 아니다"라고 즉시 선을 그었다. 반면 황교안 대표는 "숙의하겠다"며 신중론을 펼친 뒤 심야에 뒤늦게 "우리당 후보 아니다"라고 한박자 느린 결단을 내렸다.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 (사진=연합뉴스)

 

◇ 통합당 차명진發 후폭풍…수도권 판세 비상

통합당 윤리위는 10일 오전 차명진 후보에 대해 '탈당권유'를 의결했다. 윤리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선거기간 중 부적절한 발언으로 당에 유해한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다만 상대후보의 '짐승' 비하 발언에 대해 이를 방어하고 해명하는 측면에서 사례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지난 6일 토론회에서 경기 부천병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후보는 차 후보를 향해 '세월호 막말'을 지적하며 "세월호 참사를 겪고 보니 사람과 짐승으로 나뉘더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차 후보는 "혹시 ○○○ 사건이라고 아세요? ○○○ 사건"이라며 "2018년 5월에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은 3자 성관계를 뜻하는 단어로 공직 후보자가 이같은 언행을 했다는 것에 논란이 일었으나, 윤리위는 해당 발언이 인터넷 언론을 인용한 것이고 공격에 대한 해명 차원에서 나왔다는 점을 인정해 징계 수위를 정한 셈이다.

이는 윤리위에 출석한 차 후보의 소명을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이기도 하다. 그는 소명서를 통해 "누가 진짜 짐승인가를 알려야 할 필요를 절감했다"며 "(○○○이라는 단어는) 너무 적나라한 표현을 피하기 위해 영어사전에 나오는 단어로 순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리위 징계는 수위에 따라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4가지로 나뉜다. 차 후보에게 내려진 탈당 권유는 10일 안에 탈당하지 않으면 곧바로 제명할 수 있는 징계다. 10일의 기한이 있기에 사실상 4·15 총선 완주는 가능한 셈이다. 차 후보는 윤리위 결정을 환영하며 총선 완주 의사를 밝혔다.

후보 등록이 취소되는 제명 혹은 당원권 정지가 아닌 탈당 권유 징계는 사실상 출마길을 열어줘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내 강경파와 강성 우파 지지층인 '태극기 세력'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앞서 차 후보에 대해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이 '제명' 지시를 내리자 당내에선 일부 반대 기류가 형성됐고, 당원 게시판에는 차 후보를 옹호하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당장 현장에서 총선을 뛰는 후보들은 당의 이러한 결정에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특히 '중도' 표심 확보가 필수인 수도권 후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수도권 후보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당 지도부에선 최대한 신속, 정확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이도저도 못하다가 결국 선거판에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지난주만 해도 50석 이상을 자신하던 통합당은 이번주 '막말' 논란을 거치며 예상 의석수를 하향 조정한 상태다. 박빙지에서 상당 부분 밀리고 있다는 것이 자체 평가다. 이번 사태가 어두운 판세에 더욱 '악재'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래통합당 종로구 국회의원 황교안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중앙시장 앞에서 성동구을 지상욱 후보와 합동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투톱' 리더십 시험대, 황교안 '어중간한 시그널' 지적도

'투톱'의 리더십은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사태를 두고 김종인 위원장과 황교안 대표의 반응은 다소 결이 달랐다. 김 위원장은 '즉각 제명'을 지시한 반면, 황 대표는 징계에 공감하면서도 제명에 대해선 신중론을 취했다.

'세대 비하' 논란으로 즉각 제명 조치가 이뤄진 서울 관악갑 김대호 전 후보와 차명진 후보에 대한 조치도 달랐다. 당시에도 김 위원장은 김 전 후보에 대한 제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리위는 즉각 열렸고 일사천리로 제명 처리가 이뤄졌다.

결국 김 위원장은 초지일관 '막말'에 대한 강경 지시를 내렸는데, 황 대표는 김대호 사례와 차명진 사례에 대한 판단이 달랐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태극기 세력을 등에 엎은 차 후보에 대해선 표심 이탈을 우려, 즉각 조치를 일부 망설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통합당 관계자는 "윤리위가 지도부의 뜻을 거슬러 독자적으로 징계를 판단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게다가 지금은 선거를 앞둔 비상 상황"이라며 "김 위원장의 단호한 조치에 비해 황 대표는 어중간한 시그널로 이러한 결과가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황 대표 측에선 "황 대표 역시 제명 수준의 징계에 동의했다. 하지만 윤리위의 독자적 판단을 존중했다"라는 해명이 나온다. 황 대표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는 윤리위대로 독자적 권한을 가져서 그런 결정을 내려진 것도 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즉각 제명'을 요구했던 김 위원장 측에서는 "황 대표가 제명에 동의했다면서도 윤리위 결정을 그냥 놔뒀다는 것은 리더십의 한계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이 나왔다.

윤리위 결정 이후 김 위원장은 "한심한 결정"이라며 "차 후보를 통합당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했다. 제명은 안됐을지라도 '정치적 제명'을 시키면서 명확한 결단을 내린 셈이다. 반면 황 대표는 "(결정에 대해) 숙의를 해보겠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당내에선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거는 정치적 판단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수도권 선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데, 굉장히 안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결단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황 대표는 이날 심야 입장문을 통해 "차 후보는 우리당 후보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심상치 않은 여론 후폭풍에 결국 뒤늦게라도 결단을 내렸지만, 타이밍을 다소 실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김 위원장과 황 대표는 오는 11일 조찬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막말 사태 및 수습, 향후 선거 전략에 대한 논의 등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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