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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도, 코로나 방역에서도 소외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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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청소년 보호 시설, 강원도 청소년 쉼터
지자체, 교육기관 마스크 지원 지연...보유분량 한달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온라인 수업 환경도 열악

가정 폭력, 불화 등으로 인해 가출한 청소년 보호시설 '강원도 청소년 쉼터' 입소생들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마스크 부족 등으로 인해 외출, 외박이 통제된 채 시설 안에서 두달 가까이 생활하고 있다.(사진=박정민 기자)

 

"벌써 두달 째 시설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어요. 친구들과 놀고도 싶고 놀러도 가고 싶은데..."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1년 전부터 가출 청소년 보호시설인 강원도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은경(17.가명) 양.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보호시설의 삶도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보유 마스크 부족과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청소년 쉼터 등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난 2월부터 외출, 외박 통제를 권고하면서 시설 울타리 안에서 일상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정된 의료비 예산으로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시설 입장에서는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공공 물량 확보 한계와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개학을 대비해 기존 보유 물량을 아끼는데 급급한 상황이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외출, 외박 통제로 봄나물을 캐거나 농작물 재배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강원도 청소년 쉼터 입소생들.(사진=박정민 기자)

 

개학을 한다해도 걱정이다. 마스크 등 방역물품이 부족한 상황에서 학교생활과 외부 일상 생활을 하다 자칫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청소년 쉼터 자체가 폐쇄돼야하기 때문이다.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에서 학교나 외부 생활을 하다 코로나에 감염되면 또 한번 정든 공간을 떠나 다른 시설로 흩어져야 하는 처지거든요. 중국이나 다른 자치단체에 마스크를 많이 보내준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저희들한테도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은경 양의 목소리가 간절했다.

가정 불화 속에 집을 나온 지 2년째, 이제 성인이 된 이소영(20.가명) 씨 역시 보호시설 생활과 함께 사회 활동을 시작해야하는데 길어지는 외출, 외박 통제로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는 동생들이 사용할 마스크도 부족한데, 다른 사람들이 써야할 마스크까지 소진하면서 일을 구하기에는 눈치가 보여요. 외출, 외박 통제도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황이구요"

전성원 강원도 청소년 쉼터 관장이 남아있는 코로나19 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현재 분량은 입소생들이 한달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사진=박정민 기자)

 

남녀 일시, 단기, 중장기 등 강원도 청소년 쉼터에서 보호 받는 청소년들은 36명 안팎이다. 기관 지원 등으로 모아둔 마스크는 현재 600여개 정도로 한달 정도 버틸 수량이며 개학에 대비해 최대한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시설 지원을 담당하는 강원도가 추가 필요 물량을 파악했지만 언제 지원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온라인 개학도 청소년 쉼터 아이들에게는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이뤄진 온라인 수업에 맞춰 시설 와이파이를 개선하는데 시간적으로나 예산상으로도 한계가 불가피하다.

강원도 춘천에 소재한 강원도 단기 여자 청소년 쉼터.(사진=박정민 기자)

 

강원도 여자 청소년 단기 보호시설의 경우 공용으로 쓰는 컴퓨터도 1대에 불과해 학교를 다녀야하는 7명 학생들의 안정적인 학습권을 보장해주기 어렵다.

시설 역시 청소년 보호에 중점을 두고 지어졌기 때문에 개인별 학습 공간을 당장 마련하는 것도 힘든 실정이다.

전성원 강원도 청소년쉼터 관장은 "시설 운영 지원은 지자체에서 청소년육성기금 등을 통해 받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는 긴급 예산을 추가 확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복지 사각지대를 지원하는 우선순위가 있겠지만 가정 밖 아이들이 방역 상황에서도 차별받지 않도록 관련기관이나 우리 사회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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