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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문서]격론 끝 이상한 절충…6共의 팔레스타인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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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본부는 눈치, 재외공관장은 소신…대이스라엘 정책 격세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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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정부 시절 팔레스타인에 대한 독립국가 승인 여부를 놓고 외교부 본부는 신중한 입장인 반면 상당수 재외공관장들은 찬성 의견을 개진하며 격론을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외교부가 31일 비밀 보존기한 30년이 지나 공개한 외교문서(1577권, 24만여 쪽)에 따르면 1988년 11월 15일 당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이 알제리에서 독립국가 창설 선언(PNC 선언)을 하고 세계 각국에 승인을 요청했다.

이에 외교부는 전세계 재외공관에 대해 각국의 반응과 입장을 보고하도록 했고 이를 종합 검토한 뒤 장관 메시지를 발표하되 국가 승인 문제는 당분간 보류하는 절충안을 채택했다.

이런 결정에는 △아랍 등 제3세계 국가들과의 연대의식을 강화하고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우리의 기존 입장 범위 내에서 발표할 경우 미국, 이스라엘의 반발이 없을 것이란 점을 감안했다.

이후 정부는 당시 최광수 외무부 장관 메시지를 11월 29일 ‘팔레스타인인과의 국제유대의 날’에 맞춰 발표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관련 유엔 결의에 의하여 인정된 팔레스타인인의 민족자결권, 독립국가 수립권을 포함한 제반 합법적 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동 선언이 중동 지역의 항구적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국제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이다.

이는 PNC 선언 직후 즉각적으로 반응한 미국과 이스라엘 등 직간접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일본 등이 그 다음 날 환영 입장을 밝힌 것과 비교해도 10여일 지난 시점이었다.

미국·이스라엘과 아랍 산유국·제3세계 사이에 끼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어렵사리 줄타기를 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해 12월 말 43차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 승인 국가가 82개국으로 늘어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당시 박쌍용 주유엔대사는 12월 22일 본부에 올린 전문에서 팔레스타인 승인 현황을 보고하며 “미국이 최근 PLO와의 대화를 결정하였으며 아국의 비동맹 제국과의 협력관계 증진의 필요성을 감안하여 승인문제 검토가 요망”된다고 건의했다.

김태지 주인도대사도 같은 날 보고에서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의견이 달라도 승인을 적극 검토할 것을 주장했고, 최상덕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대리도 29일 정부의 기본 노선이 팔레스타인 자결권과 독립국 수립권을 지지하는 입장이라며 긍정 검토를 요청했다.

박수길 주캐나다 대사는 26일 본부에 보낸 전문에서 “국익상 필요한 경우에는 미국 등 일부 서방국가들과 과감히 다른 입장을 취함으로써 대내적으로 제6공화국이 표방하는 민족자존 외교의 내실을 기하고 아국 외교의 대미 의존 비판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그러나 상당수 주요국 대사들의 소신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는 당초 입장을 유지함으로써 국가 선포는 환영하되 승인은 하지 않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지금과는 격세지감으로 달라진 당시 우리나라의 이스라엘에 대한 기본 입장은 대아랍 관계를 감안해 현상 동결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주한 이스라엘 상주대사관 설치가 허용되지 않았고 정부 고위인사 교류도 억제된 채 다만 통상 등 실질 협력관계는 조용히 점진적으로 증진해나간다는 방침이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솔라즈 미 하원의원 등이 나서 주한 상주공관 재개 등 전향적 이스라엘 정책을 요청해오던 시절이었다.

한편 올해 공개된 외교문서에는 △우루과이라운드협상 △미국 무역통상법 Super 301조 협의 △재사할린동포 귀환 문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의 협의체제 수립 △동구권 국가와의 국교수립 관련 문서 등이 포함됐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공개된 문서 원문은 외교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열람실’에서 누구나 열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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