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ㅎ
"친구들이 대학 갈 준비할 때 저는 경찰 시험 준비했어요"
일찌감치 방향을 잡았다. 2006년 3월 고3이 되자마자 경찰 공무원에 대해 알아봤다.
친구들이 야간 자율학습에 들어갈 때 자신은 인천에서 서울 노량진 경찰관 수험 학원을 오갔다.
첫날 교복을 입고 강의실에 들어서자 언니 오빠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나도 저 나이에 진작 준비했더라면" 하는 부러움과 "이젠 고등학생과도 경쟁해야 하는 구나" 라는 질투심이 적당히 버무려진 ''뒷담화''였다.
대학교를 나와도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다는 요즘, 고졸 학력으로 2008년 225기 순경 공채 시험에 전국 최연소로 당당히 합격한 여경이 있어 화제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문래지구대에 배치된 김조은 순경이 그 주인공이다. 이제 ''겨우'' 20살이다.
"태권도는 4단, 영어는 ''글쎄''" 고3 졸업과 동시에 경찰이 되려던 꿈은 순경 시험 2번, 기동대 시험 1번 이렇게 세 번이나 연거푸 쓴잔을 마시면서 1년간 미뤄졌다.
독서실 책상에 엎드려 울기도 많이 울었다.
김 순경은 "친구들이 곱게 화장을 하고 예쁜 옷차림으로 강의를 받으러 가는데 운동복을 입고 독서실에 가는 내 모습을 보니 서러움이 밀려왔다"며 "독서실에서는 책상을 붙잡고, 집에서는 언니에게 기대 참 많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패인을 분석했다. 체력은 자신 있었다.
김 순경은 "초등학교 때부터 고교 1학년 때까지 연마한 태권도 단수가 4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형사소송법, 경찰학개론 같은 암기 과목도 자신 있었다"며 "문제는 영어였다고 판단해 그쪽에 다 걸다시피 매진한 결과 간신히 과락만 면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막연히 경찰이 되고 싶었던 김 순경에게는 ''고졸 출신 전국 최연소 여경''이 될 수밖에 없었던 유쾌한 신파가 있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형사가 되고 싶었고 그 꿈이 진로를 결정할 시기까지 이어진 것 뿐"이라면서도 "고 3때 바로 위의 언니가 재수 중이었고 더 위의 언니는 임용고사를 준비하던 터라 나라도 빨리 직장을 가져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고 속 찬 동생임을 은근히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순경은 "나이가 어렸던 게 덕을 본 것 같다. 면접관들도 내 나이와 학력을 보며 신기하고 대견하다는 눈빛을 보냈다"고 말했다.
ㅎㅎ
"남친이요? 20년 동안 없었어요" 경찰 업무 가운데 가장 험하다는 지구대에 배치됐지만 김 순경은 남자친구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을 반짝였다.
"20년 동안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면서도 "이제 도전해봐야 겠다"고 의욕을 내비친 그다.
''같은 경찰이라면 마음도 잘 맞고 대화도 잘 통할 것 같아'' 더욱 좋겠단다.
하지만 남친 혹은 남편과 경찰직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경찰관"이라며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렇기에 김 순경은 "경찰관이 40년을 근속하면 평생장을 받을 수 있는데 꼭 한번 타고 싶다"며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물론 여경에 대한 편견과 불신이 경찰 내부에서도 비등한 게 사실이다.
일선 지구대의 경우 남녀 한 조로 순찰을 나가게 되면 ''범죄자를 잡는 게 우선이 돼야 하는데 여경을 보호하는 게 급선무''라는 자조가 나오기도 한다.
그런 우려를 반영하듯 같은 지구대의 한 선배는 "젊은 피가 들어와 조직의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여경에 대한 남자 동료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죽비소리를 던졌다.
김 순경은 선배님의 말씀에 반박 대신 "여경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겠다"며 걱정을 불식시켰다.
그는 "주취자든 불량배든 다 우리 국민이다. 경찰은 사법권을 갖고 있는 만큼 우격다짐 대신 부드러운 행정을 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태권도 4단은 구색이 아니다. 몸을 던져 방어할 때 동료들도 적극 도와주지 않겠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고졸 출신 최연소 경찰'' 김조은 순경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은 이처럼 놀라움과 걱정이 얽히고 설켜 있지만 그는 어제를 견뎌냈고, 오늘을 즐기고 있으며 내일을 기다리고 있는 신출내기 경찰이다.
순경 시험 합격을 축하한다며 어머니로부터 ''쌍거풀 수술''이라는 선물을 받았지만 눈이 퉁퉁 부은 상태로 경찰학교에 입소해 주위를 ''경악''시켰고 퇴소 마지막 날 직접 짠 안무를 통해 꾹 참아왔던 춤의 ''본능''을 발산하기도 하는 등 신세대 경찰의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낸 김 순경에게 20살, 이제 잔치가 시작됐다.